여러 명이 속속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5명 이상이, 진보 진영에서는 2명의 예비후보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은 예비후보 등록 사흘 만인 9일 부산시교육청 브리핑룸을 찾아 재선거 출마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차 전 총장은 지난 4년간 지역거점 국립대를 이끌며 만들어낸 글로컬대학, 부산교대와의 통합 성과 등을 언급하며 "이 경험을 살려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차 전 총장은 '공교육의 기본인 교실수업 회복', '인공지능(AI) 시대' 대응과 함께 민주주의, 올바른 역사 교육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최근 탄핵 집회를 가득 메운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를 얘기하며 민주시민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역사적 진실에 반하는 뉴라이트 역사관 교육의 배격을 약속했다.
김석준 전 교육감도 곧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직에서 물러나 20일 예비후보 등록에 나선다. 그는 재선 교육감을 지냈지만, 직전 선거에서 하 전 교육감에게 1.65%포인트 차이로 밀려 낙선했다. 재도전을 분명히 한 김 전 교육감 측은 "불법 선거로 인한 재선거인 만큼 당연히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흔들리는 부산교육을 바로 잡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합리적 개혁', '중도 실용'을 강조하지만 이른바 민주·진보 진영으로 분류된다. 예비후보 단계여서 반응에 차이가 있지만, 단일화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단 차 전 총장은 김 전 교육감과 정책 방향에서 크게 다른 게 없어 단일화 제안이 들어온다면 이에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김 전 교육감은 아직 출사표도 던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직 2명뿐인 진보와 달리 보수 쪽은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다. 전영근 전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 박종필 전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23일과 24일 일찌감치 예비후보 서류를 접수했고, 이외에 4~5명이 출마 선언을 저울질 중이다.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던 정승윤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재선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진영은 처음부터 후보 단일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바른 부산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위원회', '미래를 여는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가 지난 2일과 6일 각각 출범하면서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져 자칫 분열로 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두 곳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단일화에 아예 선을 그은 예비후보도 나타났다. 7일 출마 기자회견을 연 황욱 세계창의력회장은 자신은 '미래 창의 교육'을 표방하는 후보라며 보수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황 회장은 수능 폐지, AI 기반 학생 역량 평가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부산교육감 재선거는 지난달 대법원이 하윤수 전 교육감의 당선무효형을 확정하면서 치러진다. 벌금 700만 원을 받아 불명예 퇴진한 하 전 교육감은 2021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사 선거사무소인 포럼을 만들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따른 재선거 일자는 4월 2일로 정해졌는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3월 12일까지 인용하면 대선과 같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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