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 권우성
"체포 영장 집행을 못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첫째, 도주로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 둘째, 성명 불상으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여기 속하나? 한남동 관저에 있는 걸 온 국민이 알고, 그가 누구인지도 다 아는데, 영장 집행을 못했다. 왜? 장애물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막아선 경호처 직원들과 일부 국회의원 때문이다.
이건 '법치'가 아니다. 정당한 공권력이 완전히 추락한 것이고,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그걸 전국민이, 아니 전세계가 다 생중계로 지켜봤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경찰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경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공권력이라는 게 아직 살아있다면, 이건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다. 그래야 기본적인 사회 질서라도 증명된다. 2차 시도는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
충북 흥덕 경찰서 소속 현직 경감인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말했다. 민 경감은 과거 청와대 시절 경찰특공대 대테러요원으로 대통령 경호처에 파견돼 근무한 경력이 있다.
민 경감은 지난 3일 1차 대통령 체포 시도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실패하고 돌아온 것을 두고 "경찰 경력도 부족했고, 의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1차 때 한남동 관저에 들어간 경찰 120명으로 체포는 어떻게 하며, 체포를 한다 해도 호송은 또 어떻게 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그는 "통상적인 집회 때도 경찰 경력이 집회 인원의 3배는 돼야 밀리지 않는다"라며 "경호처가 300명 남짓이라고 볼 때, 경험상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검거를 위한 형사 100명 ▲체포 당시 질서 유지를 위한 기동대 1000명 ▲비상 상황을 대비해 관저 인근에서 대기할 경찰특공대 100명 ▲관저 바깥 시위 관리를 위한 기동대 2000명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민 경감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헬기·특공대의 조기 투입 방법은 부상자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대신 압도적인 숫자로 대치하다 틈이 보일 때마다 공무집행 방해 인원을 체포해 고립 지역을 좁혀가는 작전을 피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장기전·체력전으로 가면 교대 근무가 가능한 경찰 쪽이 유리해진다"고 했다.
민 경감은 지난 5일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영상에 출연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가 경호처의 존재 가치"라고 한 장면이 마치 경호처의 '승전보' 같았다고 했다. 박 처장 역시 경찰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까지 지냈다. 민 경감은 "1차 체포 시도는 영장에 근거한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호처가 물리적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렇게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법치 국가가 아닌, 비정상 상태"라는 것이다.
"영장 집행 막는 경호처? 법치 아냐"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홈페이지
- 3일 1차 대통령 체포 시도 상황을 어떻게 봤나.
"벌써 닷새가 지났는데 지금껏 경찰 쪽에서 사전 모의 훈련을 했었다는 얘기라도 나온 게 있나? 없었다. 안 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준비가 부족했던 거다. 공수처가 제대로 경찰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본다. 공수처가 너무 나이브(순진)했다. 예를 들어 모종의 이유로 경찰이 기자를 체포하러 간다고 치자. 그냥 순순히 체포되는 언론인이 있겠나? 그런데 하물며 대통령이다.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아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반항하면 어떡하지? 반항하면 체포는 하지 말까?'하면서 흔들렸다는 자체가 한심하고 한가한 얘기다.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임했어야 했다. 이렇게 허탈하게 실패했다면 오동운 공수처장이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만약 2차 체포 시도가 이뤄진다면 그때는 정말 완벽해야 한다. 공권력을 더 이상 추락시켜선 안 된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재판 결과라도 나왔느냐'고. 애초에 재판으로 갈 수 있게 사전 단계에서 일하는 게 경찰이고 검찰이고 수사기관이다. 아직 수사 단계고, 수사를 해야 기소를 하고 그래야 재판이 이뤄지고 최종 결과가 나올 것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이라고 수사부터 협조를 안 해 막혀 있다. 그러니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걸 막는다? 그건 공범이다. 이건 국회의원이라도 마찬가지다. 공범이라면 체포 해야 한다."
- 1차 체포 시도 당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나.
"형사 수부터 부족했다. 체포하는 건 결국 형사들이다. 적어도 형사 100명은 필요했다고 본다. 그러려면 현재의 경찰청 본청 경력만 갖고는 역부족일 것이다. 서울경찰청(서울청) 협조가 필수다. 체포하고 나면, 호송은 또 누가 할 건가? 기동대도 서울청이 본청보다 많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서울청 소속 특공대 100명도 꼭 있었어야 했다. 현재 서울청 내부적으로도 '검거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서울청 등과 사전 실무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쉽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더욱이 1차 시도 당시 경찰이 공무집행을 막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현행범 체포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공수처는 미적거리며 반대했다. 관저 진입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공수처는 경찰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수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렇게 기를 살려주니 지금 경호처 등 공무를 막은 쪽이 오히려 당당해진 꼴 아닌가. 공권력은 정당한 법 절차가 안 지켜졌을 때 국가가 최후에 쓰는 엄정한 수단이다. 그것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이 상황을 정말 이대로 둘 것인가. 대통령이 공무원 인력들을 앞세워놓고 법 집행을 막고 있는 형국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 윤 대통령 측은 경찰 기동대 투입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윤갑근 변호사는 "경비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경찰기동대 경력이 수사업무인 영장집행에 적극 가담한 것은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 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불법체포감금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범인 잡는 게 불법인가? 현행범은 일반인도 잡을 수 있다. 체포 영장이 나와서 체포를 하러 가는 것뿐인데, 경찰이 버스를 동원하든 자전거를 동원하든, 또 수갑을 가져가든 안 가져가든, 무엇을 동원했다고 해서 그 과정이 '불법'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중대한 상황이라면 경찰력을 총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 집행을 완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관저 요새? 중장비로 6시간이면 버스 걷어내"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의 만료일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국민의힘 이만희, 김정재 의원 등이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를 방문한 뒤 내려오고 있다.
ⓒ 유성호
- 1차 시도를 막아낸 후 경호처 측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 대형버스 7대로 차벽을 쌓고 철조망까지 둘러싸면서 '요새'를 만들고 있다. 2차 시도는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아무리 요새를 만들어본들 집행하는 쪽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버스 철거는 크레인 중장비 업체 등에 맡기면 6~12시간이면 해결될 것이다. 경찰 특수 장비로 철조망을 부수고 사방에서 진입할 수도 있다. 이후엔 집회 대응과 유사하게 가면 된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기동대가 앞에 대치해 상대의 고립을 장기화하고, 대열이 흐트러질 때 뒤에 있던 형사들이 하나씩 하나씩 잡아 끌어내면 된다. 그렇게 2박, 3박 일정을 놓고 단 10미터씩이라도 전진하다 보면 저지선은 붕괴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경찰에선 보통 대형 집회·시위를 관리할 때도 인력이 3배는 돼야 밀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밀리지 않는다'는 건 '밀고 들어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현재 실질적으로 관저 경호에 나서고 있는 경호처 인력은 300명 정도인 것 같다. 이 정도면 경험상 기동대 1000명이면 너끈하다. 검거조에 투입될 형사는 100명이면 충분하다. 이외 비상 상황을 대비해 관저 인근에 경찰특공대 100명 정도를 대기시키면 안정적일 것이다. 관저 밖 시위대 질서 유지를 위해선 기동대 2000명이면 된다. 이 숫자면 교대 근무를 하면서 장기전으로 가도 부족하진 않다.
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집회·시위 대응보다 쉬운 측면도 없지 않다. 집회 때는 서로 몸과 몸이 부딪히고 밀고 당겨도 '현행범'이라고 보진 않지 않나. 그런데 이번 경호처 대치는 다르다. 경찰은 분명 법 집행을 하러 들어가는 공무원이고 공권력이기 때문에, 몸에 터치(접촉)를 하는 순간 경호처 직원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현행범'이 되기 때문이다.
경호처 직원들도 이를 분명 알고 있다. 아무리 경호와 무술에 특수화된 인원들이라 해도 경호처 직원들이 경찰들을 '업어치기' 하겠나? 밀쳐내겠나? 지난 3일 1차 시도 때 경호처 직원들이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고 있었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고 본다. 그저 막고 있을 뿐이지, 경찰 경력들을 향해 반대로 밀고 내려오거나 적극 대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 관저는 보안시설이다. 경찰이 내부 지형지물을 잘 알 수 있는 건가.
"일부에선 지하 벙커 얘기를 하던데, 거꾸로 묻고 싶다. 과연 경력들이 진입에 성공해서 수색을 했는데, 대통령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까?
문이 안 열리면 안 열렸지, 대통령 숨어있는 곳을 못 찾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경찰의 수색 능력이 그 정도로 허약하진 않다. 안 열리는 문은 강제로 따면 된다. 대통령이 관저 내에 머물러 있다면, 결국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수행원 및 경호원들과 함께 관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 ‘오마이TV’에 포착되었다. ⓒ 오마이TV 화면 캡처
-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관저 외의 장소에 도피했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거기까지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박종준 경호처장이 그동안 했던 말부터 모두 거짓말이 된다. 대통령을 경호한다는 이유로 공권력을 막아 섰는데 막상 대통령이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 헬기나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속전속결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상자 발생 등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 시간은 충분하지 않나. 2차 기한은 일주일(7일)보다 더 장기간으로 신청해 발부됐다고 하는데, 한 2주 정도가 아닐까 싶다."
- 현재 남아있는 경호처 직원 중 경찰 경력도 있나.
"청와대 시절과는 달라졌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도 아닌 관저라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포함돼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 1993~1995년 사이 대통령 경호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는 경찰특공대 25명이 포함돼 있었다. 주로 대테러 업무를 봤었다."
[관련기사]
[단독] '윤석열 추정' 남성, 한남동 관저서 오마이TV에 포착 https://omn.kr/2bsbx
[3D 재구성] 2025년 1월 3일 윤석열 체포 1차 실패 https://omn.kr/2bq9u▣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