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지검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검찰청·광주고등검찰청 청사 일원. 2024. 11. 6 ⓒ 김형호
이씨 측 "검찰 수사 결과 납득 어렵다, 여전히 경찰 의심" 주장
2021년 도박사이트 범죄수익금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1476개 증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도박사이트 운영자인 30대 여성과 옥중에 있는 부친이 공모해 비트코인을 빼돌렸다고 판단하고 이들 부녀를 추가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2024년 이 사건 관련 항소심에서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이 여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도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를 (피고인이) 빼돌렸다는 증거가 없다"며 당시 시세 기준 600억 원대 추징금 부과를 결정한 1심을 파기한 바 있다.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는 현 시세로 약 2110억 원에 달한다.
8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검찰청 공판부(부장 윤나라)는 이 사건 도박사이트 운영자 이아무개(여·36)씨와 수감 중인 그의 부친에 대해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 최근 추가 기소했다.
딸 이씨는 이 사건 수사 경찰관들을 무고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딸 이씨는 경찰의 압수수색 다음 달인 2021년 12월과 202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광주지방검찰청에 진정을 넣어 이 사건 수사 경찰관들을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내가 비트코인을 빼돌린 게 아니고) 압수수색에 관여한 경찰이 의심스럽다"며 이 사건 압수수색 등 수사를 담당한 광주경찰청 경찰관 7명을 지목하면 서다.
그러나 검찰은 2021년 11월 9~11일 사흘에 걸친 경찰 압수수색 도중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를 탈취한 이는 문제의 비트코인이 보관된 지갑의 주인인 딸 이씨와 옥중에 있던 그의 부친이라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10만 달러선 돌파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미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이 공식 인증된 6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10만 달러선을 재돌파했다. 2025.1.7 ⓒ 연합뉴스
'추징금 파기' 항소심 선고 직후 뒤늦게 비트코인 행방에 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검찰이 약 10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내놓은 결과 역시 줄곧 이씨 부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던 경찰과 동일한 것이다.
검찰은 '비트코인 증발 사건'과 관련해 딸 이씨가 "이 사건 수사 경찰관들이 의심스럽다.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낸 진정 역시 허위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경찰관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같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 여전히 경찰관들이 의심스럽다. 재판에서 (비트코인 탈취범이 아니라는) 무고함을 증명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은 "(항소심 선고 후) 우리가 빼돌렸다는 증거가 발견된 게 있느냐"며 "경찰관들이 의심스럽다는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무고죄로 처벌하겠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씨는 부친과 공모해 2018~2021년 비트코인을 매개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2023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도박사이트 운영 기간 도박 대금으로 입금받은 비트코인만 2만 4613개에 이르고, 환산 금액은 1심 변론 종결 당시 기준 4000억 원에 육박했다.
딸 이씨는 부친이 2019년 2월 태국 경찰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자, 부친 뒤를 이어 도박사이트 운영과 범죄수익금 은닉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구속된 딸 이씨는 2023년 7월 광주지방법원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과 608억 원의 추징금(변론 종결 시세 기준)을 부과받았다.
1심을 맡은 윤명화 판사는 경찰 압수수색 도중 사라진 비트코인을 두고 "누군가 피고인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압수수색)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1476개)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갔다" "비트코인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제3자가 피고인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을 이체해 간 이례적인 상황이 있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23일 오전 광주지방법원·광주고등법원 청사로 방문객이 들어서고 있다. 2024. 10. 23 ⓒ 김형호
그러나 2024년 2월 광주지방법원 항소심 결과는 달랐다.
항소심을 맡은 형사3부(재판장 김성흠 부장판사)는 1심과 마찬가지로 딸 이씨를 향한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형량은 2년 6월로 줄였다.
추징금 역시 608억 원을 부과했던 1심과 달리 15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수감 중인 부친 변호사 선임 비용 등에 쓴 범죄수익금에 대해서만 추징을 명령하고,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라진 1476개의 비트코인에 대해선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추징의 경우 범죄 구성 요건에 관한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엄격한 증명은 필요하지 않지만, 증거에 의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이 비트코인이 중간에 사라지는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추징을 명령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추징 명령은 피고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줄어든 형량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의 범행 및 가담 경위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쌍방 상소로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딸 이씨는 줄곧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나 항소심 선고 전인 2024년 1월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풀려났다.
이 사건 비트코인 환전 및 범죄수익 은닉과 관련해 지난해 광주와 전남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4·구속 재판 중)씨, 그리고 성씨에게 18억원대의 코인 투자 사기 관련 검경 수사 무마 로비자금을 건넨 탁아무개(46·구속 재판 중)씨가 관여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광주경찰청 청사.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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