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장시간 타본 사람, 특히 배가 돌아가는 원리를 배우는 위치에서 타본 사람이라면(즉 승객 아닌 승무원으로), '인간은 수상생물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도 짧게 몇 개월 선원 생활을 하며 인간이라는 육상동물이 바다에 머물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특히 환경)를 절감했다.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다 보니 온갖 기술, 기계, 에너지, 자원이 총동원된다.
물론 인간은 공중 생물도 아니다. 그런데 우린 수영을 할 줄 알아서 그런지, 아무래도 물보다는 하늘이 더 멀게 느껴진다. 비행은 그야말로 '넘사벽'인지라, 당연히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든다고 여긴다. 그러니 기후 관련해서, 비행기를 최대 "기후악당"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이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은 크루즈가 비행기보다 악영향이 크다"는 말을 들으면 "설마, 그럴리가?"라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평소 크루즈 여행을 즐겼다는 한 "여행감독"은 SNS에서 본인의 짐작만으로 "크루즈는 세상에서 가장 저탄소 여행법"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사실을 들여다 보면 이 분은 실망할 것이다.
"타이타닉호가 낚싯배처럼 보이게 될 것"
크루즈는 단순한 배가 아니다. 한두 명을 물에 띄우는 '보트'가 아니라, 거대 리조트를 띄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흔히 떠다니는 작은 도시("floating cities")에 비유하기도 한다. 또 단순 이동 목적이 아니라, 놀이와 여가가 목적이라 화려한 부대시설을 잔뜩 갖추고 있어, 더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이 집중된다.
크루즈의 대형화 추세도 뚜렷하다. 유럽에 본부를 둔 비영리 환경단체로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촉진하고 연구하는 기관인 '교통과 환경'(Transport & Environment, T&E)은 "오늘날 가장 큰 크루즈선은 2000년의 크기보다 두 배 더 크다"며 "이 속도로 계속 성장한다면, 가장 큰 크루즈선은 2050년에 34만 5,000 총톤수(GT)에 달할 수 있으며, 타이타닉호보다 8배 더 커져, 타이타닉호가 낚싯배처럼 보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가장 큰 크루즈선은 2000년의 크기 보다 두 배 더 크다T&E (Transport & Environment) BRIEFING - August 2024 “Cruisezillas”: How much bigger can cruise ships get? ⓒ T&E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비행기보다 심한 지경까지 간 것이다(오해 마시라. 비행기가 친환경이라는 게 절대 아니다! "악당"끼리의 비교다).
일단 탄소만 보자. 최근 <한겨레 21>에 기고한 글에서 인용한 여러 수치 중 하나는 3배로, 자주 인용된다. 이는 카니발 크루즈사 본인들이 제시한 수치를 바탕으로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한건데, 카니발은 11개 노선에서 선박 평균 1km당 약 712k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혔고, 선박 평균 승객 1,776명이라는 가정(만선) 하에 1인당 1km당 401g의 CO₂가 배출된다. 이는 고속열차 유로스타 승객의 탄소발자국의 36배, 표준 보잉 747 또는 여객 페리 이용객의 탄소발자국의 3배 이상 큰 수치다(여객운송협회에 따르면 페리는 평균적으로 승객 1인당, km당 120g을 배출한다).
물론 다른 수치들도 많다. 작년 데이터에 의하면, 크루즈 회사 디즈니 드림(Disney Dream)의 크루즈들은 해리당 평균 1,481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1위를 차지했고, 노르웨이지안 크루즈(Norwegian Cruise Line)는 10척이 평균 약 1,413kg을,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s) 1,253kg, 로얄 캐리비언(Royal Caribbean) 1,248kg, MSC 크루즈(MSC Cruises) 1,229kg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수치는 km가 아니라 해리니까, 감을 잡기 위해 위에 인용 사례(712kg/km)를 변환하면(1.852 nautical mile), 카니발은 1,318kg쯤 된다. 즉, 세 배보다 더 심한 크루즈도 있는 것이다.
TT&E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럽 해역을 항해하는 크루즈선들은 800만 톤(Mt) 이상의 CO₂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파리-뉴욕 간 항공편 5만 회에 해당하는 양이다.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tation)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효율적인 크루즈선의 평균 탄소 강도가 약 250gCO₂/pax-km, 비행기가 약 80gCO₂/pax-km이다. 다만, 크루즈를 운송수단이 아닌 관광/여행 방식으로 보고 비교하면 (코넬 대학이 제안한 2021년 계산 모델) 미국 내 4성급 호텔 1박에, 객실당 1박에 약 30kg의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량(kgCO₂e)이 발생하니, 비행기 여행객은 항공으로 평균 160kgCO₂를 배출하고, 여기다 호텔 배출량 추가하면 1박에 15kgCO₂가 더 배출되므로 5박에 75kgCO₂이고, 총 235kgCO₂가 된다. 1인당 2,000km를 이동하는 5박 크루즈에 탑승하고, 250gCO₂/pax-km(가장 효율적인 크루즈선 노선)로 여행한다면, 그 승객은 500kgCO₂(왕복)를 책임진다. 이 예를 보면, 4성급 미국 호텔에서 같은 1박을 묵는 걸로 고려해도, 매우 효율적인 크루즈선의 승객은 약 2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그렇다고, "오라, 비행기 여행 vs 크루즈 여행으로 비교하니까 크루즈가 비행기의 '겨우' 2배네!"라고 (크루즈 옹호론자들이) 결론 내리며 손뼉을 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일단, 비행기의 두 배란 것도 엄청나긴 마찬가지다. 또, 위 비교는 "가장 효율적인 크루즈선"을 가지고 비교한 것이란 점도 고려하자. 효율성 낮은 크루즈도 바다에 널렸다. 또,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크루즈 여행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기항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결국 비행기나 다른 운송 수단을 추가로 사용한다. 이 모든 걸 계산에 넣은 전주기 비교도 필요하지만, 정확한 범위를 설정하기도 어렵고, 각기 천차만별인 수천-수만 명의 승객을 일일이 트래킹해 정확히 조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위에 나온 카니발 크루즈의 수치는 2008년 기사에서 인용했다. 지금은 어떨까? 가장 최근 기사(2024년 11월 25일)에 의하면, 카니발의 유럽행 선박의 탄소 배출량은 작년에만 총 255만 톤이었다. 인구가 62만 700명인 글래스고의 2021년 최신 배출량 수치가 243만 톤이다. 그래서 기사 제목이 "카니발 크루즈 노선, 2023년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보다 더 많은 CO₂ 배출해"이다.
간혹 이런 비교를 하면, "비교 범주가 잘못 됐다", "비교는 이렇게 해야 한다" 식의 주장을 펼치는 이도 있다. 비교는 가늠을 위한 도구일 뿐, 만고의 진리는 없다. 각 비교의 장단점을 알고 해야겠지만, 얼마든지 다양한 비교가 가능하다. 자동차나 도시처럼 누구나 친숙하고 알기 쉬운 단위를 가져올 수도 있고, 여행 대 여행 식으로 비교할 수도 있다. 내 <한겨레 21> 기사의 그림에 인용된 "연간 메탄 배출량: 크루즈 vs 소"도, 대표적인 환경 NGO 네크워크인 T&E의 정보로, 교통분야 전문가들이 많이 신뢰할 만한 기관이 제시한 비교이다(LNG사용 크루즈선 P&O의 Iona가 2022년에 10,500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양만큼의 메탄을 배출했다는 내용임).
또, 매우 중요한 점이 있다. 탄소 문제만 해도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탄소환원주의"에 매몰되는 걸 경계하자. 메탄 등 다른 온실/유해 가스, 해양생태계 문제, 과잉관광으로 인한 항구 도시에 끼치는 피해, 승객/승무원의 엄청난 오폐수 및 쓰레기 배출량, 크루즈들이 하루 종일 항만에 머물며 엔진에서 연료를 태우며 계속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글에서 일일이 다룰 수 없을 뿐이다.
중요한 건 '최악의 기후악당' 중 하나로 불리는 비행기를 능가한다(많게는 3배 이상!)는 점, 그 자체이다. 크루즈 산업이 자신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향후 수십 년간 눈부신 노력을 경주하면, 미래에는 몇몇 수치에 있어 비행기와 동일해지거나 약간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도, 환경 악영향이 가장 큰 운송/관광수단/여행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한마디로, 비교 범주를 다르게 설정했더니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 "알고 보니 크루즈가 친환경이었어!" 같은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렇게 자세히 검토할 필요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항구에 가서 크루즈의 어마어마함을 한번 보면, 직관적이고 상식적으로 판단이 설 것이다.)
- 2편에서 계속 덧붙이는 글 | 김한민 기자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이자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