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웅 안중근을 소재로 한 배우 현빈 주연의 영화 <하얼빈>을 관람하고 찾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그곳은 바로 영웅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역인데 내가 사는 전북 전주에서 30분여 차를 타고 이동하면 하얼빈역을 갈 수가 있다. 타국, 중국에 있는 하얼빈역을 전라북도 전주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의구심을 가지셨을 거다.
사실, 전주 근교인 김제에는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의 주 배경지인 김제 평야를 배경으로 한 아리랑 문학마을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중국 하얼빈역 역사를 60% 정도 축소한 하얼빈역이 만들어져 있다. 또한 이곳에서 대한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 처단한 거사 장면 또한 조형물로 연출되어 있다.
아리랑 문학마을에 도착, 비장한 마음으로 축소 재현된 베이징역 역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형이 보인다. 또 열차가 도착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자 권총을 쥐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듯한 포즈의 영웅 안중근의 모습이 보인다.
그만큼 아리랑 문학마을 내 하얼빈역 역사에 내에는 당시 긴박했던 안중근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열차 플랫폼에는 당시 이토 히로부미가 타고 온 증기기관차까지 재현해 놓았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이 넘치는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가 있다.
탄핵 찬성 시위 현장의 젊은이들
안중근이 이국 땅에서 코레아 우라(Corea Ura : 러시아말로 '대한독립 만세'라는 의미)를 외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서른이었다. 요즘 윤석열 정부의 나이로 치자면 만으로는 아직 여전히 20대였던 셈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니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내가 생각하기엔 20대는, 나라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애국심만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두려움을 이겨내기엔 너무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 요즘 응원봉과 야광봉 등을 들고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 현장에 나오고 있는 MZ세대들이 생각났다.
관람 후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내 하얼빈역을 떠나며 안중근 의사의 유명한 유묵(遺墨)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 떠올랐다. 이 유묵은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26일 여순 감옥에서 순국 직전에 남긴 것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군인 본분'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군인의 의무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이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정신을 상징하며, 오늘날에도 군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에게 애국심과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는 중요한 메시지로 현재까지 여겨지고 있다.
최근 MZ세대의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 참여는 안중근의 정신을 계승한 새로운 형태의 애국심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 직후, MZ세대가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본 많은 어른들이 이들을 대단하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MZ세대의 시위 참여를 '젊은이의 치기' 정도로 보는 일부 시각도 등장했다.
이러한 시각은 MZ세대의 진정한 의도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MZ세대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책임감의 표현임이 분명하다.
즉, 과거 젊은 안중근이 꿈꿨던 평화로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의 이상을 MZ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이번 주 내내 한파가 예정되어 있지만, 집회에 참여하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는 MZ세대들의 모습은 일종의 감동을 선사한다. 이들을 응원하며 분명, 영웅 안중근도 하늘에서 이들은 지켜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