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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겨울의 추위가 찾아왔던 2024년 12월 어느 아침, 강북구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의 박미나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붕어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사 온 붕어빵이 식지 않도록 품 안에 넣고 가져왔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공간의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붕어빵을 나눠주는 그를 보면서 추위를 잠시 잊고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라드림은 어떻게 생기게 됐고,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박미나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강북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의 박미나 대표.
강북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의 박미나 대표. ⓒ 느린IN뉴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미나라고 하고요.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제가 세 남매를 키우는데 막내가 느린 아이예요. 보드 게임 강사이기도 하고, 또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느린학습자들의 선생님이면서, 느린 아이를 키우고도 계시군요.
"저희 집에 아이가 셋이에요. 사실 큰 아이는 안 가르쳐줘도 한글을 떼고, 어렸을 때부터 수업도 잘 들었어요. 그런데 둘째랑 막내는 느린 기질이 보였어요. 둘째랑 분명히 공부했는데 다음 날이 되면 항상 백지 상태인 거예요. 지금 아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텐데 그때는 납득이 가지 않더라고요. 막내는 언어 발달이 지연돼 3살 때부터 언어 치료를 받았는데 크게 나아지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6살 때까지 엄마, 아빠, 물 이것밖에 말을 못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아이들과 비슷한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보육교사를 하다가 우연히 학습상담을 시작하게 됐는데, 오히려 제가 아이들을 통해서 치유 받더라고요. 제 자식에게는 안 되는데, 남의 자식이면 기다려줄 수 있어요. 제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안 되는데 학습상담으로 만난 아이들은 10번 더 설명해 줘도 화가 안 나고, 기다려줄 수 있었던 거죠.

사실 한 학기 동안 만나도 변화가 없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도 후진만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나아가고 있다는 말을 믿거든요. 친구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묘한 쾌감과 감동이 있었어요. 이렇게 학습상담을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다보니까 저희 집 아이들과도 관계가 좋아진 것 같아요."

- '아라드림'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강북구에서 4월에 '느린학습자 동행지원가 양성 교육'이 열렸어요. 수업을 들은 동행지원가 중 일부는 초등학교에 보조교사로 파견되기도 했고요. 느린학습자 동행지원가 과정 수료생들이 모여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을 만들게 됐어요. 느린학습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느린학습자의 꿈을 함께 이루겠다는 의미로 아라드림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이렇게 커뮤니티로 이어진 데에도 강북구청의 담당 주무관님이 큰 역할을 해주셨죠. 동행지원가 수업을 개설하시기 전부터 밈센터(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 열린 교육도 들으시면서 강북구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끊임 없이 고민하시더라고요. 강북구에서 평생학습 커뮤니티 지원사업이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그걸 계기로 아라드림을 만들게 됐어요. 지원금으로는 느린학습자 인식개선 리플렛을 만들어서 강북 교육박람회에 부스로 참석했고요. 이때 강북교육복지센터의 안단비 선생님의 주도하에 여러 동행지원가 분들이 힘을 합쳐 리플렛을 만들었어요. 참 감사한 분이 많죠.

저희 커뮤니티 사업의 목표가 세 가지였거든요. 그중 하나가 인식 개선 사업이라 리플렛을 만들고, 교육박람회에 참석한 거예요. 그리고 느린학습자 스터디 모임이랑 학부모 모임을 개설하려고 했어요. 매주 수요일마다는 보드게임 모임을 열고 있어요.

사실 양성교육 이후에 열린 동행지원가 심화과정이 얼마 전에 끝나서 다들 바빴어요. 송년 모임도 하고, 지속적으로 모임을 계속해 나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난 4월 열린 '느린학습자 동행지원가 양성 교육 수료식' 기념촬영 모습. 해당 교육에서 맺은 인연이 강북구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4월 열린 '느린학습자 동행지원가 양성 교육 수료식' 기념촬영 모습. 해당 교육에서 맺은 인연이 강북구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으로까지 이어졌다. ⓒ 강북구청

- 같은 느린학습자 커뮤니티라도 지역에 따라 저마다 상황이 다르잖아요. 강북구는 어떤가요?
"사실 강북구는 느린 아이들이 많은 동네예요. 그렇지만 아직 인식도 좋지 않고, 참여도 부족한 편이에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보니 공짜 수업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잘 오지 않아요. 제가 이번에 느린학습자 보드게임 수업을 했는데 오히려 강북구에 계신 부모님보다도 남양주분이 더 열심히 오시기도 했어요.

제가 학습상담을 하면서 만난 친구 중에는 검사를 권했는데 집에서 받아들이지 않으셨어요.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친구였는데 적절한 시기에 개입이나 지도를 받지 못했죠. 또 집에서 검사를 받고 아시더라도 숨기시는 경우도 많아요."

- 자녀가 느린학습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님들도 많이 있군요.
"사실 저도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고, 저희 아이가 느리다는 걸 알지만 검사받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ADHD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기도 하고요. 같은 엄마 마음으로 사실 이해는 되죠.

그런데 제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잖아요. 한 자릿수도 안 되는데 두 자릿수 연산을 하니까 버거워서 울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도 학교 가면 절망스럽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보통 치료보다는 학원을 많이 보내잖아요. 학원에 가도 좌절의 연속이죠. 내 아이가 느린학습자라는 걸 받아들이고 특성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도와줄 수 있도록 인식이 돼야 할 것 같아요."

 강북구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이 참여한 강북 교육박람회 부스 모습. 느린학습자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인식개선 캠페인 부스를 운영했다.
강북구 느린학습자 커뮤니티 '아라드림'이 참여한 강북 교육박람회 부스 모습. 느린학습자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인식개선 캠페인 부스를 운영했다. ⓒ 느린IN뉴스

- 사회적으로도 느린학습자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니까 알리지 않고 싶어하실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느린학습자에 대한 인식개선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일들이 있었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하시는 얘기가 장애인 친구들은 아이들이 잘 챙긴대요. 그런데 느린학습자는 겉으로 티가 나지 않잖아요. 그냥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고 피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교육을 받으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담임 선생님이 학기 초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학급을 운영하는지에 따라서 학급 분위기가 바뀐다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이 뭔가 친구들 배려하고 챙기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아이들은 그거에 더 집중할 것이고 선생님이 학습에 엄청 집중하면 아이들은 공부에만 집중하는거죠. 저도 보드게임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수업 전에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거든요. 느린학습자에 대해 선생님들이 인식하시고, 학급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지난 8월 열린 '2024 강북미래교육지구 교육토론회 느린학습자와 같이 걷다' 현장 사진. 하늘색 상의를 입은 박미나 대표가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2024 강북미래교육지구 교육토론회 느린학습자와 같이 걷다' 현장 사진. 하늘색 상의를 입은 박미나 대표가 손을 흔들고 있다. ⓒ 강북구청

- 느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아이들은 분명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부모님께서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려주신다면, 아이들도 자신의 속도로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리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함께 만나면서 서로 위로받고 성장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느린학습자에 대해서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잖아요. 그리고 강북구에서도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렇게 좋은 어른들이 많으니까 앞으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녀가 품고 온 따뜻한 붕어빵처럼 느린학습자 지원 활동을 통해 박미나 대표는 강북구의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었다.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저마다의 노력으로 마을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강북구의 아라드림에서 함께 할 동료들이 늘어나 더 많은 이들에게 빛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느린IN뉴스에도 실립니다.(https://www.slowlearner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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