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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산동성의 문화유산을 답사했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산과 곡부의 공자유적 답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태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된 복합유산이고 공자유적은 문화유산이다. 약 18회 답사 여행기를 통해 중국 유학의 뿌리와 내용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산동박물관 전시 유물을 개관하고, 화상석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화상석이 중국의 전통과 사상을 보여주고 예술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기자말]
산동박물관의 역사와 문화유산

 산동박물관
산동박물관 ⓒ 이상기

※이전 기사: 공자가 태어나서 공부하고 가르치던 곳에 가다 https://omn.kr/2bpb8

중국 제남 산동성박물관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54년이다. 1980년대까지 문화유산에 대한 발굴과 조사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유물의 질이 높아지고 양이 크게 늘었다. 1991년 천불산 북쪽 기슭에 신관이 지어지기 시작해 1992년 10월 완공되었다.

새로운 산동성박물관이 정식 개관한 것은 1994년 5월이다. 2005년 새로운 박물관의 규모와 위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2010년 현재 자리에 새 박물관이 완공되었다. 그리고 11월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이름을 산동박물관으로 바꿨다.

산동박물관 전시실은 3층으로 되어 있고, 모두 19개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1층에 2개, 2층에 6개, 3층에 4개 전시실을 운영한다. 1층에서는 불교조각과 한(漢)나라 때 화상석 전시가 열리고 있다. 2층에서는 해대일신(海岱日新)이라는 주제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산동성 역사가 소개되고 문화유산이 전시되고 있다. 여기서 해는 발해(渤海)를 말하고 대는 대산(岱山)를 말한다. 대산은 태산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므로 해대는 발해만에서 태산까지 이어지는 산동성을 말한다.

 당나라 불교유산
당나라 불교유산 ⓒ 이상기

1층 제1 전시실에서 불교조상전(佛敎造像展)이 열린다. 조상은 조각상의 준말로, 입체적인 형상을 말한다. 제2 전시실에서 한대화상전(漢代畫像展)이 열린다. 화상은 대개 돌에 그려지거나 새겨진 그림이다. 그 때문에 화상석이라 불리기도 한다. 2층 제6 전시실에서 산동성 선사시대 문화유산이 전시되고 있다. 도기(陶器)가 가장 많다.

제7 전시실에서 상나라와 주나라 때 문화유산이 전시된다. 제례와 생활용 청동기가 대부분이다. 제8 전시실에서 진한수당(秦漢隋唐) 시대 문화유산이 전시된다. 이때가 중국문화의 황금기로 육례(六藝)와 관련된 유물이 많다. 육례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로 주나라 때부터 시행되었다.

한나라 화상석에서 느낄 수 있는 정신과 예술

 한대 화상석 그래픽
한대 화상석 그래픽 ⓒ 이상기

화상석은 한나라 때 능묘의 묘실에서 발견된 조각과 그림이다. 거대한 무덤 속에 묘사(墓祠)와 묘궐(墓闕), 신도(神道), 묘실(墓室), 관(棺)을 설치하는데, 이곳에 당대 사회, 묘주 관련 사실, 역사 고사, 신선 세계 등을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했다. 화상석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삶을 영위해 온 인간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화상석을 통해 우리는 당대 역사와 철학, 사회와 풍속, 문화예술의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다.

근현대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인 루쉰(魯迅)은 한나라 화상석에서 심오한 정신과 웅대한 기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전시 제목을 <한화(漢畫) 한풍(漢風) 한혼(漢魂)>으로 정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우리는 여덟 개의 화판으로 이루어진 꽃 조각과 무덤을 지키는 돌사자(石獅子)를 볼 수 있다. 꽃잎 조각은 가상현(嘉祥縣) 송산영수삼년사당(宋山永壽三年祠堂) 제기(題記) 화상석 문양을 크게 형상화한 것이다.

 한대 화상전
한대 화상전 ⓒ 이상기

송산 화상석 제기를 통해 우리는 무덤의 주인 이름, 그의 품성과 인덕, 가문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리고 한나라 환제(桓帝) 떄인 영수(永壽) 2년(155)에 벌어진 농민봉기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치박(淄博)에서 발굴된 석사자는 무덤을 지키는 호석(護石)으로 조각의 예술성이 뛰어나다. 머리가 크고 몸은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되었다. 입을 벌리고 머리를 든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이것이 무덤을 지키는 진묘수(鎭墓獸)의 특징이다.

노자와 공자, 서왕모

 공자견노자를 비롯한 한대 화상석
공자견노자를 비롯한 한대 화상석 ⓒ 이상기

공자가 노자를 만나는 화상석은 가상현 홍가묘(洪家廟)에서 출토되었다. 공자가 노자는 동시대 인물이다. 그림에서 비둘기 손잡이가 달린 지팡이를 짚고 있는 왼쪽 노인이 노자다. 이 지팡이는 70세가 넘은 노자에게 왕이 하사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에는 풍채가 좋은 공자가 예물로 꿩을 들고 노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자 앞에서 아이가 하나 안내하는데 항탁(項橐)이다. 그는 7살의 어린 신동으로 공자도 가르침을 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그림 아래에는 말과 마차가 조각되어 있는데 공자가 타고 온 것으로 여겨진다.

서왕모(西王母) 화상석과 동왕공(東王公) 화상석은 도교적인 신선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들 화상석은 가상현 송산 사당에서 출토되었다. 서왕모 화상석은 3단으로 나눠 천상의 신선세계, 지상의 인간세계, 묘주의 모습을 표현했다. 상단 가운데 장생불사 약을 관장하는 천상계의 여신 서왕모가 앉아 있다. 주변에 날개 달린 신선(羽人)이 서왕모 머리 위로 우산을 씌우고 있다. 여러 명의 신선들이 서왕모에게 불노초를 바치고 있는 모습이다.

 서왕모 화상석
서왕모 화상석 ⓒ 이상기

왼쪽 아래 닭의 머리(鷄首)를 한, 날개 달린 선인이 옥잔에 든 영약을 서왕모에게 바치고 있다. 오른쪽 아래 옥토끼가 약을 만들기 위해 방아를 찧는다. 왼쪽에는 두꺼비와 새가 보인다. 중단에는 의리와 지조가 있는 한붕(韓朋)의 고사가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한붕은 진나라 때 태자로 알려져 있다. 하단에는 말과 마차를 타고 행차하는 묘주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화면의 조각이 정교하고 인물들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사슴과 양(羊)을 고부조로 표현한 화상석도 있다. 복산현(福山縣)에서 출토된 두 마리 사슴(雙鹿) 화상석은 상서로운 짐승을 통해 복록(福祿)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연태(煙台)에서 출토된 세 마리 양 화상석은 삼양개태(三羊開泰)를 상징한다. 여기서 양은 볓(陽)을, 개태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재물의 신을 맞이한다는 뜻이 더 크다.

 쌍록 화상석과 삼양개태 화상석
쌍록 화상석과 삼양개태 화상석 ⓒ 이상기

가상현 무량사(武梁祠) 출토 화상석은 양이 가장 많다. 한나라 때 사람 무량(78~151)이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왕모의 행차, 복희(伏羲)와 여와(女媧), 고대 제왕의 모습, 공자와 노자의 만남, 전투 장면, 형가(荊軻)가 진왕(秦王)을 칼로 찌르는 모습 등을 표현했다. 그 때문에 발굴 현장에 무씨묘군 석각박물관(武氏墓群石刻博物馆)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중 일부분이 산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동평(東平) 벽화묘는 채색이 아직도 잘 남아있다. 묘문(墓門), 묘도(墓道)와 전정(前庭), 묘실(墓室)과 후실(後室)에 그림이 가득하다. 신선이 되어 올라감(升仙), 삿됨을 없앰(辟邪), 묘를 지킴(鎭墓) 등을 표현했다.

음주 가무 등 묘주의 일상생활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붉은 해와 검은 까마귀의 모습도 보인다. 개와 닭 같은 가축들의 모습도 보인다. 빛으로 인해 색채가 약간 훼손되었지만, 그림의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


#산동박물관#한대화상석#공자견노자#서왕모#사슴과양화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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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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