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김행 전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등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앞에서 ‘내란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병화되어 관저 앞으로 달려가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의 기류가 강고해 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김기현, 나경원 국회의원 등을 위시한 30여 명의 의원들은 6일 이른 오전부터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한 대통령 관저 앞에 몰려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수색 영장의 기한 만료가 다가온만큼,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영장 재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관련 기사:
법 위의 친윤...관저 앞 국힘 의원들 "헌재, 탄핵소추 각하해야" https://omn.kr/2bqyv).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친윤 성향 의원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6일 오후 현재는 당협위원회 위원장들까지 추가로 합류해 인파를 형성하고 있다. 공수처가 영장 재집행을 포기한 가운데 사실상 용산으로부터 눈도장을 찍기 위한 퍼포먼스로 해석된다. 앞서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들의 운집을 "자발적" 모임이라고 거리를 뒀다(관련 기사:
"서부지법, 납득 못할 기관"...국힘 사법부 결정 불복 선동 https://omn.kr/2br3v).
전직 당대표부터 다선 중진들까지 대거 포함된 이들의 움직임에 별다른 제재나 만류는커녕, 오히려 묵인·방조하는 모양새이다.
조경태 "대통령 보호 위한 국회의원?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
와해하다시피 한 '친한계'의 최다선이자, 당내 몇 안 되는 탄핵 찬성파인 조경태 국회의원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누이 강조하지만,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국민을 위한, 국민의 안전과 인권과 복지와 자유를 위해서 노력·봉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다"라며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그럼 그 지역에 있는 지역구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국민을 지키는 그런 대표자여야지, 대통령을 지키는 대표자라고 하면 그럼 사실 국회의원 과연 자격이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당내 이같은 움직임 점점 더 힘을 얻는 데 대해 "이 분들은 비상계엄이 위헌적인지 아닌지조차도 판단을 잘 못하는 것 같다"라며 "거기서부터 저는 비롯되는 것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조 의원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계엄은 잘못됐다'라고 이야기한다. 잘못된 계엄을 했다면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런 행동을 보이면 안 되지 않느냐?"라며 "말은 '계엄이 잘못됐다'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이 계엄이 위헌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기 확신이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의원의 자질이, 과연 국민을 위해 지키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라며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5년간 권한을 위임한 사람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 국가에서의 주권자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이다"라며 "주인인 국민을 지키려고 하고 국민을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 당연함이 지금 국민의힘에는 깨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그래서 안타깝다"라고도 덧붙였다.
김재섭 "관저 앞, 당연히 가서는 안 된다... 중진들, 안타깝고 짠해"

▲국민의힘 박준태, 조지연, 임종득 등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에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탄핵소추안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던 김재섭 의원 역시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본인은 관저 앞으로 "당연히 안 간다"라며 "당연히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지금 정당은 오히려 휩쓸려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오히려 법적인 절차를 따지고, 국회에서 민주당이랑 갑론을박을 해야지"라며 "우리가 광장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가 버리면 너무 많이 휩쓸려질 것 같다. 국정도 더 혼란할 것 같고, 국민들도 불안하실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에 제가 2020년에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하면서, 1번으로 내세웠던 것이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를 전면금지하고, 의원들이 현장집회에 못 나가게 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의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으면 굉장히 과격한 발언들이 쏟아진다. 그러고 나중에 그거 박제돼서 문제 되고 그랬잖느냐"라며 "오히려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광장이 아니라 국회에서 면모를 보여줘야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김 의원은 윤상현, 이철규, 김민전 등 일부 강성 친윤계 인사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극단적인 주장을 내어놓는 데 대해서도 "민심이랑 이렇게 많이 괴리될 수가 있구나"라며 "다선 의원들, 그다음에 당의 중진이라는 분들조차 저렇게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좀 안타깝고 짠하다"라고 꼬집었다.
"끝까지 싸우겠다" "헌재·판사·경찰·군대 오염, 믿을 건 국민뿐" 선동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뻔뻔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이날 행보를 SNS에 홍보하며 '아스팔트 극우'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새벽 저를 비롯한 우리 국민의힘 40여 명의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공수처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법 집행을 강력히 규탄했다"라며 "저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공수처의 초법적 행위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사진을 올렸다.
윤상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날 오후 자신의 SNS에 '관저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국가체제를 흔들어야 했었고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대한민국의 가치와 근간을 붕괴시켰다"라며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비상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막아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고 적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동기를 옹호한 것이다.
이어 법원에서 재차 적법성이 확인된 영장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고 원천무효"라고 항변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과 판사도 오염되었고 경찰과 군대도 오염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믿을 곳은 오직 국민 뿐"이라고 적극적으로 선동에 나선 것이다.
나경원 의원 역시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했다"라며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탄핵소추의 핵심이었던 내란죄를 이제 와서 슬그머니 빼겠다는 것도 그렇고, 위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법치 파괴이자 내란"이라며 "국민을 기만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의 만료일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국민의힘 이만희, 김정재 의원 등이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를 방문한 뒤 내려오고 있다. ⓒ 유성호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