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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지구 반대편 농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전주시가 최근 공정무역도시 재인증을 받았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유일한 성과다. 전국 17개 공정무역도시 중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공정무역은 단순한 무역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노동 착취를 막는 사회운동이다. 전 세계 37개국 2000여 개 도시가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인천에서 처음 공정무역마을을 추진한 이후 2025년 1월 현재 17개의 공정무역마을과 59개의 학교, 대학, 도서관, 복지관, 청소년재단, 공사, 사회적기업 등의 다양한 공동체가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다.

전주시의 공정무역도시 재인증 성과는 지역 대학과 시민단체의 역할이 컸다. 그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대학 인증을 받은 전주대학교의 허문경 연구교수와 전주시 공정무역도시 재인증에 큰 역할을 한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아래 센터)의 김보금 소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각 2024년 12월 30일과 2025년 1월 2일 이루어졌다.

공정무역실천협약식 전주시, 전주대학교,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공정무역실천을 위한 협약식 진행
공정무역실천협약식전주시, 전주대학교,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가 공정무역실천을 위한 협약식 진행 ⓒ 전주시

캠퍼스가 공정무역의 거점이 되다
: 허문경 전주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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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는 2019년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대학 인증을 받았다. 허문경 연구교수는 전라북도 공정무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대학의 공정무역 활동을 이끌어왔다. 그는 전북연구원의 '전라북도 공정무역 활성화 방안' 연구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 전주대학교의 공정무역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전주대학교는 2019년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전주시와 함께 공정무역운동 실천을 선언했습니다. 대학 차원의 체계적인 접근이 특징이었죠. 사회적경제 융합과정에 공정무역 교육을 포함시켰고, 학내 공정무역 동아리 활동, 한일대학생 공정무역 포럼도 운영했습니다.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공정무역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도서관에 공정무역 관련 도서를 비치하고, 교내 카페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했죠. 약 2000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공정무역 교육을 받았습니다."

- 대학의 변화가 전주시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전주대가 공정무역대학이 되면서 전주시의 공정무역도시 인증요건이 충족됐어요. 전주시에서도 조례를 만들고 공정무역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조례에 근거해 사업 예산이 지원되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만나기가 좀 더 수월해졌어요."

공정무역도서 기증식 전주대학교 공정무역 동아리 학생들이 공정무역도서를 대학도서관에 기증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허문경 전주대학교 교수)
공정무역도서 기증식전주대학교 공정무역 동아리 학생들이 공정무역도서를 대학도서관에 기증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허문경 전주대학교 교수) ⓒ 전주대학교

- 전북 다른 지역에서도 공정무역 운동을 시도했다고 들었는데요?

"도 차원에서 꽤 큰 규모로 시도했었죠. 전라북도가 전주시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군산시, 익산시 등에서도 공정무역 운동을 지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속되지 못했고 결국 예산 지원도 축소됐습니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지역 도시에서는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나 공감대 형성이 아직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 이번 전주시 재인증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공정무역마을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시에서 재인증 신청을 포기하려 했고,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상황까지 갔어요. 전환점은 담당국장님의 결단이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의 가치를 인정해 주셨어요. 덕분에 예산이 복구되고 재인증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공정무역은 시민들의 참여만큼이나 행정의 이해와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지자체와 더 긴밀히 소통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공정무역
: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 김보금 소장

김보금 소장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
김보금 소장(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 ⓒ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대학에서 윤리적 소비를 강의하던 김보금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 소장은 '공정무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2017년 전라북도 국주영은 의원, 2018년 전주시 서난이 의원과 함께 공정무역 조례 제정을 이끌어냈고, 2019년에는 단체 사옥에 '나눔공정카페'를 열며 본격적인 실천에 나섰다.

제6회 전북공정무역 컨퍼런스 2024.11 제6회 전북공정무역컨퍼런스
제6회 전북공정무역 컨퍼런스 2024.11제6회 전북공정무역컨퍼런스 ⓒ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북소비자정보센터

-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 반응은 어떤가요?

"도민 대상 설문조사를 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공정무역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제품은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70%나 됐거든요. 그래서 2023년부터 '우리동네 페어카페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 '우리동네 페어카페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셨나요?

"전북 14개 시군을 다니며 동네 카페 대표님들을 설득해 공정무역 커피와 제품을 취급하도록 했어요. 그 결과 전북 14개 매장이 프로젝트에 동참했죠. 여기에 더해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승합차에 커피와 수공예품을 싣고 다니면서 공정무역 티타임을 열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바리스타로 나서주시고, 대학생 서포터즈들은 축제와 행사에서 홍보를 도왔습니다."

공정무역 활동현황 우리동네 페어카페 프로젝트, 교육, 자원봉사활동
공정무역 활동현황우리동네 페어카페 프로젝트, 교육, 자원봉사활동 ⓒ 전북소비자정보센터

- 나눔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눔공정카페 수익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2022년 11월부터 진행했으니 벌써 2년이 넘었네요. 수익금을 모아 인도네시아 공정무역 생산지 두 곳에 재봉틀 10대를 기부했습니다. 카페에서는 택배기사님들과 폐지 줍는 어르신들께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는 일상적인 나눔도 하고 있어요."

이러한 노력으로 센터는 2024년 2월 13일, 전북 최초로 공정무역 실천기관 인증을 받았다. 김보금 소장은 "전주대학교와 함께 우리 단체가 실천기관 인증을 받으면서 전주시의 공정무역도시 재인증 요건도 충족됐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 보람됩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공정무역단체에 재봉틀 지원 나눔공정카페 수익금으로 인도네시아 공정무역 단체에 재봉틀 지원
인도네시아 공정무역단체에 재봉틀 지원나눔공정카페 수익금으로 인도네시아 공정무역 단체에 재봉틀 지원 ⓒ 한국여성소비자연합

10년간 경기도 부천에서 공정무역운동을 이끌어온 필자의 눈에도 전주의 사례는 특별해 보인다. 위기를 겪으면서 시민사회와 행정이 다시 뭉쳤고, 대학은 전문성을, 시민사회에서는 일상적 소비 및 확산 프로젝트를 주민들과 밀착해서 만들어 냈다.

공정무역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시의회, 공무원, 시민단체가 한 테이블에 모여 지속해서 소통해야 한다. 형식적인 협의체가 아닌, 실질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전주시의 공정무역 여정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해외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지역 생산자들과 협력해 '로컬 페어트레이드' 제품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전주의 사례는 특히 지역의 도시들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각 도시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공정무역마을 탄생의 사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주시가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지 전주에 이제 '공정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비빔밥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전주의 공정무역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라이프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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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이사, (사)소비자기후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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