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사진은 ??行??(소한행동조)'라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의 사진이었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 다수에서 해당 사진과 함께 "길거리에서 이런 거 본 사람이 있냐? 풀이하면 한국을 제거(멸망)하기 위해 행동조"라는 설명이 나돌았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4일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한자 간자체로 쓰여진 스티커가 붙은 한 차량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해당 사진은 '扫韩行动组(소한행동조)'라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의 사진이었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 다수에서 해당 사진과 함께 "길거리에서 이런 거 본 사람이 있음? 풀이하면 한국을 제거(멸망) 행동조"라는 설명이 나돌았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대화형 AI(인공지능) 서비스에 해당 한자의 의미를 묻는 사진도 함께 첨부하기도 했다.
"한반도 관련 군사·정치적 작전 수행 그룹 활개친다" 온라인 일파만파 퍼져

▲4일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소한행동조'의 뜻은 '한반도 정리 작전 그룹' 혹은 '한반도 정리 작전 팀'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적 또는 정치적 작전을 수행하는 그룹을 의미할 수 있다"라는 AI 서비스의 답변을 첨부했다. 해당 게시글은 15만 회가 넘는 조회 수와 5백 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의 상위 노출 게시글로 게재됐다. ⓒ 에펨코리아 갈무리
4일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소한행동조'의 뜻은 '한반도 정리 작전 그룹' 혹은 '한반도 정리 작전 팀'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적 또는 정치적 작전을 수행하는 그룹을 의미할 수 있다"라는 AI 서비스의 답변을 첨부했다.
해당 게시글은 15만 회가 넘는 조회 수와 5백 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의 상위 노출 게시글로 게재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한 게 잘한건 아닌데 대통령 말대로 이 나라에 빨갱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 "국정원이 저거 조사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베스트댓글로 자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도 해당 차량의 사진이 공유되며 '중국 간첩이 탄핵시국에 행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식의 내용이 퍼져나갔다.
'소한행동조' 찾아보니... 면세점 구매 도와주는 업체 이름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소한행동조'라는 이름의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정치적 작전을 수행하는 중국인들이 활개치고 있는 걸까. 먼저 사실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소한행동조는 한국 면세점 물품 구매를 도와주는 업체의 이름일 뿐이다. ⓒ 박성우
그렇다면 정말로 '소한행동조'라는 이름의 한반도와 관련된 군사·정치적 작전을 수행하는 중국인들이 활개치고 있는 걸까. 먼저 사실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소한행동조는 한국 면세점 물품 구매를 도와주는 업체의 이름일 뿐이다.
중국의 SNS이자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샤오훙수(小红书)에 소한행동조를 검색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도는 스티커와 같은 한자와 로고를 찾을 수 있다. 약 1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해당 업체는 '한국면세점반점(韩國免稅店返点)', '출경24시간내반점(出境24h內返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반점(返点)'을 해석하면 지불한 돈의 일부를 돌려받는 것을 의미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즉, 해당 업체는 한국의 면세점에서 물품 구매를 도와주고 구매 비용의 일부를 출국 후 24시간 내로 리베이트해준다고 홍보하는 일종의 면세점 보따리상, 중국말로 '따이거우(代购)'인 셈이다.
실제로 해당 업체의 다른 게시글들을 보면 작년 10월 31일에는 한국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계와 가방 및 의류 품목을 올려놓았다. 작년 9월 19일에는 무료 공항 픽업, 면세점 골드카드, 면세점에서 호텔과 공항까지 자가용 차량 예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혼란한 시국에 곳곳에 퍼지는 가짜뉴스... 언론의 팩트체킹 절실해
이처럼 '소한행동조'가 면세점 물품 구매 서비스 업체의 이름이라면 소한(扫韩)은 '한국을 정리한다'라는 뜻이 아니라 '한국 물품을 싹쓸이한다'라는 뜻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이렇듯 소한행동조는 군사·정치적 작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업체였다. 그럼에도 이 가짜뉴스는 온라인 공간에 수만 회의 조회 수가 나올 정도로 일파만파 퍼졌고 지금도 여전히 해당 가짜뉴스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가짜뉴스에는 언론의 발 빠른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국정이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사실관계 파악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