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광복(해방) 80주년, 격동과 격변의 시공이다.
우선 광복과 해방이란 용어의 쓰임새가 비슷하지만, 전자는 '빛을 되찾은' 즉 주권회복의 능동성이 포함되고, 후자는 다소 수동성이 내포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또한 국가기념일에 광복절이 있고 독립운동가(후예)들의 단체에 광복회가 있다.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국광복군을 창설했다. 하여 여기에서는 '광복'이란 용어를 사용키로 한다. 그렇다고 8.15 이후의 정치·사회적 공간을 일러 '해방공간'이라 하고,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을 '해방둥이'라고 부르며, '노예해방', '여성해방' 등 '해방'의 용어를 소홀히 취급할 순 없다. 여기서는 두 용어를 함께 쓴다.
광복 80주년, 그 이전이나 지금이나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네 마리 식인코끼리'에 둘러쌓여 있다. 미·일·중·러 라는 코끼리들은 초식이 아닌 육식(식인) 동물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중·러와는 북한의 존재로 국경을 맞대지 않고, 미·일은 태평양과 동해가 가로놓임으로써 대한민국은 반도가 아닌 섬이 되었다. 그렇지만 섬(국가)은 지정학적으로 잘 활용하면 사통오달의 활로를 열게 되고 잘못하면 고립무원의 고도로 전락한다.
광복 80주년, 격동과 격변의 시공이고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광복과 동시에 분단이 되고, 외국(미국) 군정이 실시되고 반쪽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이후 6.25전쟁, 이승만의 백색독재, 4.19혁명, 장면의 제2공화국,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 유신 친위쿠데타, 부마항쟁과 김재규의 10.26거사, 최규하의 과도정부와 전두환의 12.12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과 시민학살, 6월항쟁과 민주정부… 박근혜 탄핵 그리고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와 내란…
숨가쁜 역정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 피땀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어렵게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는가 싶었는데, 바로 광복80주년의 문턱에서 권력의 광신자가 또 다시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허물고 외교·안보·경제의 기틀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날 분단세력·반민족·반민주 독재자와 그 부역자들이 민주공화제를 쥐어짜고 역류시킬 때 외롭고 양심적인 다수 국민이 있어서 글과 행동으로 저들과 맞섰다. 우리는 오랜 문민의 전통을 가진 글의 나라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고 훈민정음을 창제했으며 몽골 전란기에 팔만대장경을 새기고,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남겼다.
해방80년 동안 전개된 각가지 정변·사건·사고·사태가 있을 때마다 이에 따른 명문(明文) 즉 논설·격문·성명서·피켓 등이 있었다. 그럼으로써 역사의 물굽이를 바로잡고 민주공화제를 지키고 발전시켰다. '명문'에는 시·노랫가사·선거구호·국회발언·연설·강연·유언·변론·양심선언·판결문·최후진술·추도사·창간사·칼럼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한다.
광복 80년 동안 한국사회의 중요(주요)한 시기에 발표된 명문을 살피기로 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글은 사람이다."(G.L.L.뷔퐁), 아무리 글이 명문이라 해도 독재자와 그 부역자, 변절자들의 작품은 제외키로 한다. "검의 칼끝은 부러져도 펜촉은 부러지지 않는다"는 인도의 격언, "펜을 가지고 씌여진 것은 도끼로도 부수지 못 한다"는 영국의 잠언이 있는 것으로 보아 펜(붓)의 작품, 글의 역할과 정직한 말의 기능은 무한하다.
윤석열이 2024년 12월 3일 밤늦은 시각에 느닷없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을 비판한 많은 성명 중 우선 두 편을 싣는다. 격동·격변의 현재성과 명문의 역사성을 살피기 위해서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4개 언론현업단체들이 4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과 구속수사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임석규
언론현업단체 공동성명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도 없는 언론탄압과 방송 장악, 비판언론에 대한 입막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인들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이기에 윤석열에게 대통령의 칭호를 붙여왔다. 하지만 오늘 이 시간부터 윤석열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에게 맡긴 우리의 주권은 즉시 회수돼야 한다.
위헌적, 위법적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파괴하고 국민 주권을 유린한 내란수괴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고 오라를 받아라. 이제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의 심판을 받아라. 윤석열에게 동조해 내란에 가담한 김용현 국방장관 등 공범들도 모두 구속 수사하라.
우리 현업 언론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변함없이 국민의 곁에 설 것이다.
2024년 12월 4일
한국기자협회 등 9개 언론현업단체회원 일동

▲‘윤석열 퇴진’ 찬반투표를 위한 서울대 학생총회가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열렸다. 투표 결과 윤석열 퇴진안이 가결되자 학생들이 서울대 정문까지 행진하며 "윤석열 나가! 윤석열 나가!"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서울대 총학생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한다"
(…)금번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헌정 질서를 짓밟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제1항과 계엄범 제2조 제2항에 따라 명백히 위헌이자 위법이다. 정파적 갈등을 떠나,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종북 반국가 세력으로 전락시키고, 국가기관의 의결을 교란으로 일축하는 부당한 처사다.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한다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명분은 도리어 자유 헌정 질서를 망국의 나락으로 이끌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 비민주적 비상계엄이 우리의 학문적 전당마저 위협하고 짓밟으려 했다는 점이다. 포고령으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으로 활기에 가득 찼어야 할 우리의 전당을 존중하지 않았다.
진리의 횃불에 어둠이 드리우는 것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으리라. 우리의 목소리로 불씨를 피우리라.(…)
2024년 12월4일
서울대 총학생회
덧붙이는 글 | [광복80주년명문80선]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