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되었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지만 현직 대통령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영장 발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내란 사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한 커피숍에서 설주완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설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설주완 변호사 ⓒ 설주완 제공
- 12월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지금 우리나라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난 12월 3일 있었던 불법, 위헌적인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헌법이 많이 침해됐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계속 얘기해 왔었는데 이게 국회와 야당, 한동훈 대표 등을 얘기하는 것이라서 정적 죽이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뒤에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이 불발되며 (임명 지연 상황이) 길어질 뻔했죠. 그런데 다행히 최상목 대행이 빠르게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서 대외 신인도 같은 부분에 있어서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고 봅니다."
- 일각에서는 계임 선포가 장기 집권 노리고 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죠.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특히나 과거에 전두환 쿠데타 이후 국보위를 만들었던 것처럼 최상목 경제 부총리에게 국회에 관한 운영비를 지급하지 말고 계엄 이후에 국회를 대신할 입법 기구 만들려고 했다는 정황이 있는데요. 비상계엄이 단순히 5년 단임으로 끝날 게 아니라 영구 집권을 하기 위한 책동이 아니었나라고 판단해 볼 수도 있습니다."
- 12월 31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어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사상 처음인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봐요. 경호처와의 법률상 서로 권한 범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경호처에서 두 법률이 상충될 때는 어떤 이익이 더 큰 것인지 이익형량을 해야 되거든요.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를 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 윤석열 대통령 측은 내란이 아니라 경고하려고 한 거라잖아요.
"경고형 비상계엄은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사후적으로 비상사태를 진압하기 위하거나 국가 비상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하는 것이 계엄이지 예방적 계엄이라는 것 자체가 없거든요. 또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 얘기 하는데 그것은 결과론적인 얘기죠. 실패하고 난 다음에 그렇게 갖다 붙이는 것이지 당초 그걸 목적으로 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봐요.
특히나 총을 쏘라고 발포 명령까지 했다고 한다면 그게 경고형이 될 수 있나요? 김용현 장관의 공소장 통해 발포 명령권자가 윤석열이라는 게 밝혀져 버렸기 때문에 저는 이런 부분에서 내란 우두머리로의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 김용현 전 장관의 공소장은 어떻게 봤어요?
"사실상 그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이지 않느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찌 보면 김용현은 수족에 불과했다고 볼 수가 있고요. 오히려 대통령이 김용현 장관과 상의했다고 한다면 그걸 그대로 지시한 사람은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용현 장관 공소장은 윤석열에 대한 공소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요."
- 내용 보면 너무 무섭지 않나요?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허술한 계엄이 어디 있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공소장 내용 보고 공포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발포 명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리라고 말했다는 장면, 단순히 김용현 같은 사람들에 의해 그러한 진술이 확인된 게 아니라 다른 특전사령관이나 방첩 사령관 등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근데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죠. 군인들은 뭐예요? 군 통수권자의 지시와 지휘를 받는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받지도 않은 지시와 지휘를 굳이 검찰 조사 단계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얘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짓말 하고 있죠. 법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법꾸라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편지 보냈는데.
"정말 대통령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바닥을 보여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이제 아스팔트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거예요. 편지에 '실시간 유튜브로 맨날 보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잖아요. 한 달 전이나 지금이나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았고 현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결국 극우적인 유튜브만을 보면서 스스로 정신 세뇌를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합니다."
- 지금 상황을 보면 2021년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의회 난입 사건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보세요?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선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 같습니다. 당시의 (의회 난입) 사건으로 희생자들도 발생하였는데, 이번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는 인명피해와 같은 불상사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지자들에 대한 선동은 민주주의 침해자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 발악이라고 보입니다."
"극우화되고 있는 국민의힘, 안타까워"
-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친윤인 권영세 의원이 취임했어요. 그리고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서면으로 사과했는데.
"저는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가 없다고 봐요. 애매모호한 사과라고 할 수 있죠. 첫 번째 형식적으로도 잘못됐어요. 그게 본인의 발언을 통해서 나온 게 아니라 서면 브리핑 통해 나왔다는 부분에서 되게 애매모호합니다. 또, 탄핵과 계엄에 있어서 사과한다고 하는데 그게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건지, 불편함을 줘서 사과하는 건지 몰라요. 저는 오히려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여전히 미흡한 사과이고 앞으로 국민의힘이 너무 극우화되는 건 아닌가란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주말 태극기 집회 연단에 올라 탄핵을 막지 못한 것에 사과하며 큰절 올렸다던데.
"지금 윤상현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이죠. 본인은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서 그런 결과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극우화되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윤상현 의원이거든요. 이번에 비대위원회 선출이 된 임이자 의원이라든지 김민전 전 최고 같은 분들이 지금 국민의힘의 극우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은 헌재 재판관 3명 중 2명 임명하고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에 대한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는데.
"저는 일단 최상목 권한대행이 2명을 선임한 부분은 아쉽긴는 하지만, 그나마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이었죠. 오히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한 명을 임명하지 않은 걸 납득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한 명에 대해서는 권한쟁 등을 통해 충분히 다시 할 수 있기 때문에, 9명으로 빠른 시간 내에 완성이 되어 구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대통령실 참모진이 1일 사의 표명 한 건 어떻게 보세요?
"2일 나온 뉴스에 의하면 사의 표명 후에 다시 계속 일하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정진석 실장이라든지 나머지 실장급 및 수석급들의 사퇴 소동은 상황 판단을 잘못한 거라고 봅니다."
- 국민의힘도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해 공격하는데.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니까요. 최상목 대행이 원칙을 지키는 게 우선이잖아요. 원칙적으로는 헌법재판소에서도 그랬고 대법원에서도 그렇고 지금 권한대행이 전부 다 임명 가능하다 했잖아요. 국민의힘은 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임명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면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한 건데 당연히 임명권도 행사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나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