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약 5억 시간. <오징어 게임>시즌 2의 현재까지 시청시간이다. 프랑스와 일본을 포함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청시간 1위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쇼 중 7위에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 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다. 시즌1에 이어 등장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비롯, 공기놀이, 짝짓기 등 더욱 다양해진 게임과 두 집단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각종 평이 난무하는 중이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흐름인 것.

서울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2일 오전 만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 관련 평가나 몇몇 논란 지점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마침 시즌3의 예고편이 공개된 시점에서 황 감독은 여러 추측과 비평에 대해 직접 생각을 취재진에게 밝혔다.

최승현 출연 논란에 적극 해명... 캐스팅 비화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 넷플릭스

가장 두드러진 비판은 그룹 빅뱅 출신 탑(최승현)의 출연이었다. 극중 오디션 대회 준우승자 래퍼 타노스로 분한 최승현은 설정상 마약 중독자면서 안하무인 태도로 참가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연기를 했다.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2017년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는 자숙기간을 거쳤다가 연예계 은퇴 발언으로 누리꾼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간 황동혁 감독은 해외 매체 인터뷰 등에서 입장을 일부 밝히긴 했지만, 국내 매체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듯 보였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우의 캐스팅, 그리고 일각에서 지적한 연기력 논란 등에 대한 답부터 내놓았다.

"타노스는 원래부터 시나리오에 있던 캐릭터였고, 소위 MZ라는 젊은 친구들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인터넷 도박, 가상화폐가 그들 사이에서 열풍이잖나. 그리고 한국에서도 마약이 엄청 퍼지고 있는 그런 적나라한 현실을 넣고 싶었다. 사실 그 캐릭터에 오디션을 쭉 봤는데 어울릴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연출부가 뽑아온 캐스팅 리스트에 그가 있더라. 오래 쉬었는데 괜찮겠나 싶었는데 연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더라. 근데 너무 자기 이미지랑 겹치는데 과연 할까 생각했지만 오래 고민한 뒤 결정한 것 같더라.

시즌3까지 타노스가 이어가면서 마약으로 파멸하는 모습을 고려해서 캐스팅했다. 근데 공개시점에서 그렇게까지 그가 용서받지 못했을 줄 몰랐다. 알았더라면 캐스팅 발표 때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 짧은 견해로는 마약이든 대마초든 그런 사례로 공백을 가진 연예인들을 찾아봤는데 최승현씨 경우 (공백이) 그보다 길었기에 작품만 보고 판단해주실 거라 생각했다. 근데 팬들과 논쟁하고 한국에선 복귀 안 하겠다고 한 사실은 이미 다 찍은 뒤에 알았다. 별 수 없었다. 그도 나도 힘이 들겠지만 세상에 내놓고 용서받을 수 있는지 보자는 마음이었다."

황동혁 감독은 모든 캐스팅의 제 1원칙은 연기력이었음을 강조했다. 어떤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특정 사안과 연결해 출연을 제안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황 감독은 "일부 캐릭터가 과장됐다는 평도 있는데 만화적 캐릭터로 의도한 것"이라며 설명을 이었다.

"시즌1 때 미녀(김주령)나 덕수(허성태) 등 더 만화적이고 희화화된 캐릭터였다. 그때도 두 캐릭터는 한국에서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타노스도 분명 부담스럽다고 느끼겠다 생각했다. 워낙 좌충우돌이니까. 최승현씨가 연기를 이상하게 했다고 하는 분도 있던데 제가 캐릭터를 그렇게 만든 거고 의도대로 배우가 해주었다. 한국에서야 다들 아는 배우니까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오히려 해외에선 이들은 대부분 무명에 가깝잖나. 그래서 서로 다른 평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1편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캐릭터를 오디션으로 모두 뽑기엔 무리였다. 감독 입장에선 더욱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고 싶지만, 이미 알려진 배우들이 오디션에 대거 참여하셨고 그들이 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결과기도 하다. 원지안, 박규영 배우도 다 오디션으로 뽑힌 경우다."

집단 이기주의의 광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 넷플릭스

공교롭게도 시즌2가 공개된 시점 전후로 한국 사회는 내란 사태 정국이었다. 통수권자의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소추안 가결과 헌법재판소 심판을 앞두고 대의 민주주의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광장의 목소리가 반영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단체와 시민 간의 대치상태도 발생 중이고, 이와 중에 업무 정지된 내란 혐의자는 지지자들의 결속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도 매 게임마다 수십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중에 게임을 속행할지 결정하는 투표장면이 나온다. 민주적이고 자유의지를 강조하지만 사실상 참가자들의 소요 사태를 주최 측은 방관하며 일을 키운다. 무섭게도 한국 사회와 맞물린다.

"시즌1을 끝내고 세상을 보니까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투표, 다수결 원칙이 반드시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라. 미국 대선만 봐도 대다수가 지지하고 투표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선거 시스템에 따라 당선되는 상황이 있잖나. 바이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불복하는 후보자가 있었고. 한국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지 않나. 그만큼 민주주의가 취약한 건 아닌지, 투표라는 걸 통해 사람들이 갈라져서 싸우는 주요한 소재로 삼게 됐다. 특히나 지금 한국의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있다. 대통령 관저 앞에서 양쪽이 갈리도록 선을 그어 놨다는데 오징어 게임 숙소에서 벌어지는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등장한 짝짓기 게임이나 공기놀이, 비석치기, 제기차기 등을 한데 모은 근대5종 또한 이런 집단성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황 감독은 "이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고 네 다섯 명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넣고 싶었다"며 "특히 짝짓기 같은 게임은 유치원 때 꼭 하던 건데 단결과 친화력을 주지만 아이들에게 배제와 소외를 강요하는 어찌 보면 정말 잔인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황동혁 감독은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기훈이라는 인물이 보통 사람, 서민임을 짚었다. 1회 우승자로 456억원을 갖게 됐지만, 돈을 전혀 쓰지 못하고 폐인처럼 살다가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그 모습에 누군가는 설득력이 없다는 평을 할 수 있겠지만, 황 감독은 "그 바보 같은 선함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1편에서도 성기훈의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기훈도 원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없다가 궁지에 몰리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자동차 회사 공장 노동자로 설정돼 있잖나. 그 투쟁 때도 바보 같은 선함을 보였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1회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2회에선 그 비극이 반복되는 게 시스템 문제임을 알고 사람들을 설득해 시스템을 공격하도록 한다. 돈키호테처럼 말이다.

그런 사람이 여전히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보면 너무 서로를 욕하며 살잖나. 근데 우리가 살기 힘들어진 건 이 사회를 그렇게 굴려온 자본 권력, 정치 권력 때문이다. 그들은 숨은 채 사람들이 서로 탓하게끔 했다. 일자리를 뺏기는 게 우리 이웃 때문이 아닌데 말이다. 그 분노는 옆이 아닌 위로 가야하는 분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실패하더라도 기훈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번 시즌2 끝은 매우 우울했다. 기훈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그의 말을 따랐던 정의로운 사람들이 죽었다. 황동혁 감독은 "의도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시즌3에서 과연 이런 절망을 회수할 수 있을까. 감독은 "절망의 끝으로 가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한국과 전 세계의 모습을 보며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절망의 끝의 끝엔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시즌3은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관련기사 : 감독이 직접 밝혔다, '오징어 게임' 1조 5천억 원 수익설


#오징어게임2#황동혁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