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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끄럽지만 정치사회 뉴스를 즐겨보지 않았다. 언젠부턴가 뉴스를 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내가 뭘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솔솔 피어올랐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정치기사는 등한시하고 사는 이야기나 책동네 기사만 편애하며 챙겨봤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내란 사태 이후 다시 열심히 뉴스를 챙겨보고 있다. 계엄과 탄핵의 여파는 여전하고 언제 마음을 놓을 수 있을지 요원하지만,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가치 있는 뉴스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구나란 생각에 더 이상 뉴스는 나와 먼 존재가 아니라고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일어나면 뉴스부터 확인한다.

또 가족이나 지인들이 모이면 뉴스이야기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 그동안은 서로의 신념을 존중하고자 웬만하면 정치얘기는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 여겼지만, 요즘은 밥상머리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가 우리 삶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체험했기에 그럴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12.3 계엄 이후 뉴스 확인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지난 12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지난 12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현실에서 일어나리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란 사태가 있었고 그 결과 대통령은 물론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까지 탄핵이 가결되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추위에 떨며 탄핵을 외치고 급기야 체포 영장이 발부되어도 대통령 측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 내란수괴의 몸통이 자신이라는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는데도 반성은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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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불법을 자행한 자가 불법 운운하며 국민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새해는 밝았는데 대통령의 후안무치로 정국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니 눈에 불을 켜고 새로 들어오는 뉴스를 정독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대다수 국민들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온몸으로 확인했기에.

지난 12.29일 내란과 탄핵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또 한 번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남편으로부터 이 사건 소식을 전해 듣고 처음 뉴스를 봤을 때 너무 놀랐다. 비행기 사고로 28명 사망이라니. 너무나 많은 숫자에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숫자는 점점 늘어나 2명을 제외한 179명 승객이 모두 사망했다고 한다. 어떤 죽음인들 황망하지 않겠냐마는, 성탄절과 팔순을 맞아 가족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남겨진 다른 가족인 양 가슴이 쓰렸다.

조기 내걸린 국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12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내걸려 있다.
조기 내걸린 국회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12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내걸려 있다. ⓒ 남소연

나도 2년간 투병 후, 드디어 오는 1월 중순 큰딸아이가 오랫동안 소망했던 여행을 예약해 두었다.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가족여행을 해외로 계획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 문제와 여유 자금, 시간까지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계획하고 준비했을 가족여행의 끝이 사고로 남을 줄이야. 유가족들이 사고 가족들에게서 받았던 마지막 문자를 보면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사고라는 게 나만 잘한다고 비껴가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은 겨우 0.000025퍼센트라고 한다. 여행길에 오르며 그 확률이 나에게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심란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수습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뉴스 메인에 참사 관련 한 여자 방송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며칠째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여럿 보았고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키워드로 올라 여러 건의 기사가 배치되었다.

기사 제목은 "모든 것이 운? 제주참사 갑론을박" "'모든 게 운' 논란에 댓글창 폐쇄" "모든 것이 운? 질타받아" 등으로 비슷한 뉘앙스였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말을 남긴 것일까.

그녀가 sns에 올린 글 전문을 확인해 보니, 아래와 같았다.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그리고 오늘도 며칠째 비행기에 오르지만 날고 내리는 모든 것이 운이었음을.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었음을. 생각할수록 들숨도 날숨도 비통할 수 있음을.'

아 그랬구나. 읽는 사람에 따라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지인도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 와 사고 사실을 알고는 아연실색했다고 말하며 새해인사를 전했다. 사고가 참 속상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나는 내 지인과 이 방송인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생각할수록 들숨도 날숨도 비통할 수도 있음을"이란 문장에 방점을 두고 썼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애도의 마음이면서 감사의 마음이 동시에 생겼을 수도 있다. 사고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내가 뭘 잘하거나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니 오늘도 살아있음에 대한 안도감 같은 것 말이다. 아마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런 종류의 감사였겠지. 그래도 애도와 감사를 같은 선상에 놓고 쓰는 건 사실 오해의 소지가 클 수 있다. 그건 그녀의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몇 마디 단어에 천착해 마녀사냥하듯 그녀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것도 언론의 제 역할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자신의 글을 지우고 사과를 했음에도 계속 그녀를 힐난하는 것은 사고의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가족들을 애도하는 방식도 아니다.

그녀의 말이 확대 재생산되어 유가족들에까지 닿으면 가장 큰 상처를 입을 사람이 바로 유가족일 것이다. 소모적인 기사, 자극적인 기사 대신 진실과 옥석을 가려줄, 고인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대변해 줄 건설적인 방향의 기사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나도 그녀의 경우를 타산지석 삼아 내가 쓰는 글이, 기사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점은 없는지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박하게나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새해에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우리 속담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다.

마지막으로, 참사 희생자 분들과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





#제주항공참사#뉴스#제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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