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한 국민의힘 박수영 국회의원. 28일 9시간 가까이 이어진 항의 사태를 둘러싸고 이날 저녁 시민대표단과 만난 박 의원의 모습. ⓒ 유튜브 채널 뭐라카노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와 관련해 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해 파장이 인다. 항의방문 나선 시민들이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내놓은 답변인데, 시민사회는 "전 세계가 윤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를 지켜본 상황"이라며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원이 이를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역 사무실에서 벌어진 항의 농성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시사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영 사무실 앞이 부산의 남태령이 된 이유
28일 오전 박수영 의원이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라는 민원 행사를 부산 남구 사무실에서 열자 자신을 '촛불 시민'이라고 밝힌 수십여 명이 현장에 몰려들었다. 박 의원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고 당내에서 탄핵 반대 기류를 주도하자 펼쳐진 일이었다. 항의 속에 이들이 "내란에 대한 생각을 말하라"라며 목청을 키우자 박 의원은 1시간 만에 "내란죄는 헌재에서 결정할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리(원칙)가 있다"고 말을 꺼냈다.
결국 시민들의 항의가 더 거세지면서 대화가 중단됐고, 경찰 출동 속에 장시간 농성 상황으로 치달았다. 출입이 가로막히자 시민들은 사과를 요구하며 9시간 가까이 공간을 지켰다. 이후 박 의원의 발언과 사무실 내 시민들의 상황이 전해지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부산의 남태령으로 가자"라는 말이 오갔고, 부산시국대회 참가자 수천여 명이 행진 경로를 바꿔 박 의원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러한 대치는 박 의원과 시민 대표단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겨우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도 박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은 무슨 죄를 지었든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라며 "(탄핵 인용 여부 역시)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일"이라고 기존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한 국민의힘 박수영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밝힌 입장의 일부. 28일 시민 항의로 9시간 가까이 사무실에서 대치가 벌어지자 다음 날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이러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 김보성
그러나 파장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경찰을 부른 것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던 박 의원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하루 전 시민들의 항의를 '홍위병식 대응'으로 몰아붙인 그는 "사무실 CCTV를 확인해 한명 한명 특정해 법적 조처를 하겠다"라며 으름장을 놨다. 박 의원은 "공용건조물 침입죄, 업무방해죄, 특수감금죄, 폭행죄와 (경찰관을 폭행했으므로) 특수폭행죄 등이 적용될 것이며 선처는 없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헌재가 판단할 일이라면서 재판관 임명은 왜 거부?
이러한 반응에 야당과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정치권 등 부산지역 100여 개 단체로 꾸려진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부산비상행동은 30일 성명을 내어 "사실상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하고, 민원을 제기한 시민들을 깎아내린 뒤 경찰까지 불러 죄인 취급하는 국회의원은 자격이 없다"라며 "즉각 사퇴하라"라고 맞대응했다.
부산비상행동은 지난 3일 밤 국회 등에 투입된 군대의 모습을 재차 열거하며 "내란 현행범으로 처벌의 경중이 있을지언정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장대로라면 탄핵 여부를 헌재에 맡기면 되는 게 아니냐. 왜 그렇게 반대했는지 앞뒤도 안 맞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도 부산시당 김진 대변인 논평으로 사태에 참전했다.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몰라서 질문한 게 아니라 비상계엄이 옮은 것인지, 내란인지 아닌지를 물은 것인데 박 의원이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불리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이재명 대표 거론은 딱해도 너무 딱하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른바 사건의 경중, 재판에 임하는 자세가 완전히 다르단 건데, 그는 "헌정질서에 승복하느냐 않느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28일 민원의 날 행사를 연 박수영(부산 남구)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만나 "내란 동조에 사과하라"며 항의하던 구군 시국모임 회원들이 경찰에 의해 고립되자 이날 오후 윤석열구속파면 부산시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4km를 행진해 연대하고 있다. ⓒ 김보성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