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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김동현씨가 4일 새벽 국회로 향하는 군용차를 가로막은 서강대교 남단 네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다.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김동현씨가 4일 새벽 국회로 향하는 군용차를 가로막은 서강대교 남단 네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다. ⓒ 권우성

 4일 오전 0시 40분경 국회 정문 부근에서 시민들에게 저지당했던 제1공수특전여단의 차량은 오전 2시 분경 서강대교 남단 네거리에서 국회 방향으로 진입하려다 김동현씨를 비롯한 시민에게 다시 제지 당했다.
4일 오전 0시 40분경 국회 정문 부근에서 시민들에게 저지당했던 제1공수특전여단의 차량은 오전 2시 분경 서강대교 남단 네거리에서 국회 방향으로 진입하려다 김동현씨를 비롯한 시민에게 다시 제지 당했다. ⓒ 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캡춰

여느 날처럼 퇴근을 하고 운동을 마친 뒤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김동현(33)씨는 지하철역에서, 그리고 집 근처 거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윤석열이 나라를 전복한답니다.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TV를 보십시오. 국회로 와주십시오. 오늘 막아야 합니다. 오늘이 고비입니다."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 계엄을 선포했던 그날 밤이었다.

"옷을 껴입고 반려묘 두 마리가 먹을 일주일치 식량이랑 물을 그릇마다 부어놓고 주변 친구들에게 예약 문자로 집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내두었어요. 그리고 국회로 가는 택시를 불렀죠."

택시 기사는 물었다. "막힐 텐데 괜찮겠어요?" 김씨는 대답했다. "일단 여의도역으로 가주세요. 막히면 여의도역에서 걸어가면 되니까요." 택시 기사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택시 뒷자리 창문을 열고 번화가 골목마다 소리쳤다. "윤석열이 나라를 전복하겠답니다. 오늘 막아야 합니다."

김씨는 "두려웠고 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래도 막아야 했다"고 했다. 택시에서 내려 국회 담벼락을 따라 돌던 그의 눈에 국회 쪽으로 향하는 군용차가 들어왔다. 12월의 셋째 날 밤, 김씨는 맨몸으로 그 앞에 섰다. 12월을 사흘 남긴 29일 오후, 김씨가 군용차를 막아 세웠던 서울 영등포구 서강대교남단사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운전병 출신, 해당 차량 번호까지 꼼꼼히 촬영

김씨의 모습은 <워싱턴포스트(WP)>가 촬영한 영상에 담겨 널리 퍼졌다. 영상 속 그는 국회의사당 근처로 진입하려는 군용차를 맨몸으로 막아 세우고 있었다. 김씨가 군용차를 잠시 막자 이어 여러 시민들이 달려와 차량의 이동을 완전히 멈추게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장면을 보도하면서 "한 시위대는 '내 시체 위로 넘어가라'고 소리쳤다"고 밝혔다.

김씨가 아직 '익명'이던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엑스(X) 계정에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 이분을 꼭 찾아 주십시오"라고 올렸다. 김씨는 이 대표의 글을 공유하면서 "영상에 나온 본인입니다. 그때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움직이는 걸 보고 뛰어가 막았습니다"라면서 "뒤늦게 무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밤새 함께 막아선 분들, 국회를 지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남겼다.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 권우성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4일) 오전 2시 20분쯤이었고, 서강대교 쪽에서 경찰의 협조로 (계엄군의) 지휘관 차량이 돌아 국회 주차장 쪽으로 진입하는 걸 봤고, 뛰어가서 차 앞을 막았다"라고 했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됐어도 윤석열이 아직 계엄 해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용차가 국회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막았고, 다른 시민들도 붙어 줬습니다. 왜 국회 쪽으로 가려고 했는지는 (당시로선) 알 수 없었어요. (나중에 드러났듯) 실제로도 2, 3차 계엄을 계속하면 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명령이 있었으니 그 시간에도 작전은 계속되고 있었던 거죠."

그는 다른 시민들과 군용차를 막아세우고 범퍼에 적힌 숫자를 촬영했다. 숫자는 '5602', 즉 5602부대 제1공수특전여단의 차량이었다. 김씨는 "운전병 출신"이라면서 "군용차에 적힌 숫자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제1공수특전여단은 올해 국군의날 광화문까지 행진했다"라고 말했다.

 12월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기습 발령한 가운데, 국회를 지키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에워싸고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12월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기습 발령한 가운데, 국회를 지키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에워싸고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그는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고도 경찰이 막아선 국회 울타리를 두세 바퀴 돌면서 시민들에게 "방심하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고 했다.

"해제요구안이 가결되자 이제 안전하니 집에 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어요.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가) 기억나지 않느냐'고. '믿으면 안 된다'고 했죠. 그리고 국회의장의 말을 빌려 '경찰들은 문을 열라.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할 것이다. 경찰들은 국민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게 문을 열라'는 말을 외치고 다녔어요."

시민들과 합심해 군용차를 돌려보낸 이후에도, 김씨는 "군인버스가 한 대 더 왔고 다시 시민들과 막았다. 불안함이 가시질 않아 오전 5시까지 뉴스를 보면서 자리를 지켰다"고 떠올렸다. 그날 귀가한 이후로도 김씨는 8일까지 매일 국회로 향했다. 그 뒤로는 광화문, 남태령, 한강진까지 갔다.

"첫 주에는 각성 상태였습니다. 내란범은 최대 사형도 가능하니 윤석열이 내란범이 된 김에 2차 계엄을 시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국군의날 탱크를 광화문으로 진입시킨 자들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불안해지면 국회로 갔어요. 이미 많은 시민들이 국회 문 앞을 지키고 있었고, 그때마다 시민들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날 여의도에 모인 시민들, 계엄군 망설이게 만들었다"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 권우성

김씨에게 국회에 왜 갔는지, 만약 시민들이 모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물었다.

- 국회에는 어떤 마음으로 갔나요.

"5.18 같은 역사를 보면 실제로 위기에 처한 여러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내란을 일으켜 스스로의 위치를 공고하게 만들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 문건과 국군의날 훈련의 시나리오가 동일했습니다. 그때부터 윤석열은 탄핵이 될 것 같으면 쿠데타를 일으킬 사람이라 생각했죠. 국회의원들이 끌려가지 않게 막고 (해제요구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회에 갔습니다. 특전사들이니 이길 자신은 없었습니다. 나도 체포되거나 어딘가에 구금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시민들이 모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바로 국회에 뛰어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이 붙잡고 틀렸다고 말해줬기 때문에 계엄군도 망설인 것입니다. 체포조를 재투입하려 했는데, 시위 인파가 너무 많아 대기하겠다는 카톡 내용도 보도됐으니까요. 시민들이 아무도 모이지 않았다면 그날 지시대로 국회의원을 끌어냈을 수 있었을 거예요. (계엄군에게) 우리는 물리적으로 보잘 것 없었을 겁니다. 군용차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다면 총으로 쏘거나 끌어내고 출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신들이 하는 일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듣고 보고 절감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겁니다. 그들이 망설일 명분을 시민들이 준 것입니다."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12.3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앞에서 계엄군 차량을 막아선 김동현씨. ⓒ 권우성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그날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이어져서 남태령을 비롯해 (투쟁이) 이어졌고, 계속 이기고 있습니다. 다만 헌법과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세력 역시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그 마음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그날의 긴장과 공포가 뒤늦게 찾아왔을 시민들이 자신을 잘 살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오늘(29일) 오전에 커다란 참사(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럴수록 고립되지 않고 서로를 다독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싸워왔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군용차맨몸의인#123윤석열내란사태#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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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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