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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등 지수들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2009년 3월 16일.

'한덕수 리스크'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27일, 한때 환율이 1480원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많이 거론된 날짜다. 당시 환율은 1488.0원,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란 소식에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를 거론하며 공포감까지 증폭시키고 있다. 2009년 3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063억 4000만 달러였다. 2024년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4153억 9000만 달러다. 지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부터 순대외자산국이 된 만큼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순대외자산국,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을 모두 회수해도 남는 자산이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온다면 세계 증시에도 엄청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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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미와 관련하여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에게 좀 더 쉬운 설명을 청했다. 박 교수는 각종 방송을 통해 경제 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시민들에게 친근한 설명으로 전하면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환율이 불안정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까지 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평가한다"면서 "'총알'도 사실 있고 아무리 계엄이 있었어도, 그냥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켜만 보는 시스템이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30-50 클럽',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조건을 갖춘 나라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환위기를 그대로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의미 있는 더 큰 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50 클럽은 세계적으로 7개국에 불과하다.

이어 박 교수는 "이런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온다면 세계 증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그런 위상에 올랐다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일정 수준 이상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통화 스와프를 비롯해 다양한 추가 대응 방안을 같이 강구해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 상황을 차분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현 시국이 환율 급등의 중요한 요인이란 점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2025년을 앞두고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신호는 이미 상당히 예고돼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 여기에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한 더 높아진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박 교수가 강조한 것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었다.

"정치적 리스크란 악재를 빨리 해결하는 것,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대표적 노력 아닌가. 그런 노력도 안 하면서 외환시장을 다른 방식으로 안정화시키길 기대한다? 이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계엄 직전부터 1400원대 찍어"

 최근 3개월 환율 지표. 27일 오후 3시 27분 기준 환율은 1469.30원으로 한때 1480원대를 상회했다가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개월 환율 지표. 27일 오후 3시 27분 기준 환율은 1469.30원으로 한때 1480원대를 상회했다가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 네이버페이증권

다음은 일문일답.

- 환율이 오늘 한때 1480원을 돌파하면서 많은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현 상황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현 시국도 환율 급등의 중요한 요인이란 점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 환율 폭등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5년을 앞두고 환율에 대한 불안감이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신호는 이미 상당히 예고돼 있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와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말 그대로 달러를 제때 원하는 만큼 수급을 받지 못하면 환율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는 대표적 국가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2025년에도 달러를 잘 벌 수 있느냐', '수출을 잘 해서 잘 벌어서 필요한 걸 잘 사올 수 있느냐', 했었을 때 약간 거기에서 걱정되는 요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인 미국과 중국, 2024년도에 비해 2025년도 경제성장률이 두 나라 모두 낮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 수출 여건도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G20 신흥국에 해당되는 인도, 멕시코, 러시아 등등, 우리나라와 의미있는 교역을 하는 국가들 경제성장률도 2024년에 비해 2025년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얘기는 우리 주요 교역 파트너국 중에서 우리가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후보지가 잘 안 보인다는 거다.

게다가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해 환율이 1400원 위에서 뛰어 놀 가능성이 높았는데... 사실 계엄 직전에도 1400원 찍지 않았나(12월 2일 환율은 1,406.50원이었다, 기자 주). 그래서 그때도 '아이고, 이거 환율이 많이 올라갈 상황'이라 했는데, 거기다가 대내적인 불확실성까지 겹쳐지다 보니 환율 상승 국면이 더 가팔라졌거나, 안 올라가도 갈 국면까지도 올라가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보고 있다."

2009년 3월 16일 환율 1480원과 2024년 1480원의 차이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 EBS

-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9년 3월 16일 이후 환율이 1480원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그때의 1480원대와 지금의 1480원대는 어떤 차이가 있나.

"그 당시는 우리나라에 예기치 않은 경제 위기가 도래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상황에서는 오히려 한국 제품에 대한 대바겐세일 기간으로 많은 거래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우리 기업 성과를 반등시킬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던 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 고조, 여기에 2025년 경제성장 전망을 우려해서 총알을 장전하고 만약을 대비하는 국가들도 꽤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산 제품이 환율 효과로 인해서 조금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수출 성적표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사실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인은, 1998년 언저리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수출 방식이 한국에서 생산해 외국에 판매하는 구조가 거의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외국 현지에서 생산해서 외국에 파는 산업 형태와 수출 방식 비중이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갤럭시 휴대폰 하나를 만드는데 있어서도 삼성의 배터리 회사, 삼성의 디스플레이 회사, 그리고 제조공장 등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거나, 여러 공정을 거치는 경우 또한 많아졌다. 따라서 이제 직접적인 환율로 인해 우리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환율이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해서 그로 인해 수출 성적표가 올라간다고 담보하긴 어렵다. 물론 환율이 너무 큰 폭으로 뛰어버리면, 1600원, 1700원 선을 넘어가 버리면, 그런 효과가 일부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 수준에서는 그런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

"정치적 리스크 해결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2009년 3월 말 외환보유고는 2063억 4000만 달러였다. 올해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4153억 9000만달러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환율이 불안정하지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까지 갈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극히 낮다고 평가한다. 대외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환율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환율 안정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는 있다. 일정 수준 노력을 계속 하고 있고 총알도 사실 있다. 그리고, 아무리 계엄이 있었어도, 그냥 이런 상황을 그대로 지켜만 보는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아니라는 거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외환위기를 그대로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의미 있는 국가로 지금 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30-50' 클럽이란 용어가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의 국가를 말한다. 이런 국가들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고 우리나라도 들어가 있다.

이런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온다면 세계 증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는, 우리가 그런 위상에 올랐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이 일정 수준 이상 '어, 여기 문제 생길 것 같은데?'라는 판단이 들면, 통화 스와프를 비롯해서 다양한 추가 대응 방안을 같이 강구해 줄 수 있는 상황이다."

- 외환도 결국 투자.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투자를 정상화하는 게 핵심 아닐까.

"당연하다. 환율 변화폭이 더 커지거나, 우상향 기조가 더 공고해졌던 이유는 분명하다. 내수적인 정치적 리스크란 악재 때문이다. 그 부분을 빨리 해결하는 것,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력인 거다. '기업들이 수출 해 온다, 더 많은 외화를 벌어온다', 이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나.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도 안 하면서 외환 시장을 뭔가 다른 방식으로 안정화시키길 기대한다? 이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인지는 그 답이 너무 확실하게 나와있다?

"그럼요."

#박정호#환율#윤석열내란#외환위기#외환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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