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회 북극제비갈매기가 남극-북극 왕복할 수 있는 이유 에서 언급했던 전향력 보충 기사입니다. 분량 제한으로 충분히 설명을 못하여 이해를 못하는 독자가 많았고, 무엇보다도 전향력에 대한 오해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어,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보충했습니다.[기자말] |
지구는 총알보다 빠르게 자전한다
달은 자전하면서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태양계도 자전하면서 우리은하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리고 우리은하도 은하단을 중심으로 원운동을 하고 있다. 다만 워낙 규모가 커서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우리은하의 움직임이 규칙적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은하의 한쪽 귀퉁이에 태양계가 있고, 태양계 안에 지구가 있으며, 지구 표면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가 유라시아 대륙이다. 이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엄지손가락처럼 붙어 있는 게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다. 이 자그마한 한반도에 자그마치 8,000만 개체수의 호모 사피엔스가 살고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초속 464m로 총알의 속도(평균 초속 400m)보다 빠르다. 엄청난 속도다. 그런데 왜 인간을 비롯한 지구 위 물체들이 당장 튕겨 나가지 않을까? 이는 고속으로 달리는 KTX 안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밖에서 보면 KTX가 쏜살같이 달리지만,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KTX 안에서는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KTX가 속도를 늦추면 앞으로 쏠리고, 가속하면 뒤로 밀린다. 그렇다면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면 어떨까? 곧바로 관성력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우주로 날아갈 것이고, 80억 호모 사피엔스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위도별로 다르다

▲원판의 각속도돌아가는 원판 위에 재환이와 현무가 있다. 원판이 한바퀴 돌때마다 재환이는 안쪽 원의 길이만큼 움직이며, 현무는 바깥원 길이만큼, 다시말해 재환이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한다. ⓒ 허관
지구를 납작하게 누르면 위 그림의 원판처럼 변한다. 지구가 한 바퀴 돌 때 재환이는 느리게 이동하고, 현무는 빠르다.
이처럼 둥근 구체가 회전하면 위도별로 속도가 다르다. 저위도는 빠르고 고위도는 느리다. 저위도와 고위도의 속도 차이로 생기는 힘이 전향력이다. 이는 단순하게 움직이는 물체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라는 뜻으로 전향력이라고 한다. 전향력은 겉보기 힘이다. 그러니까 가짜 힘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가짜 힘으로 원심력이 있다. 재환이가 시속 10km로 속도로 일정하게 달리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다고 하자. 재환이는 밖을 보지 않는 한 멈춰 있는지 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가 급커브를 틀면 재환이의 몸이 밖으로 쏠린다. 자동차의 속도가 같은데도 단순히 방향이 전환되었을 뿐인데, 누군가가 재환이의 몸을 바깥쪽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은 힘이 느껴졌다. 이게 원심력이고, 가짜 힘인 겉보기 힘이다.
인간은 보는 대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우주에서 찍은 둥근 지구 사진이 인터넷에 범람하는 현재에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구에 비해 턱없이 작은 인간이 보기에는 지구가 평평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동쪽에서 해가 떠서 서쪽으로 지는 걸 7만 년간 지켜본 호모 사피엔스가 지동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비슷하다.
당연히 가짜 힘이 작용하여 저기압에서는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바람이 불어 들어가 날씨가 나쁘고, 고기압에서는 반대로 오른쪽으로 휘면서 바람이 불어 밖으로 나가 날씨가 좋다고? 가짜 힘에 태풍이 발생하고, 대기대순환이 일어난다고? 그게 가능해?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현무와 재환이가 가짜 힘인 전향력의 실체를 까발려 주다

▲자전하지 않는 지구정지한 지구위에서 적도 인근에 있는 현무가 재환이에게 공을 던지면 곧바로 날아간다. ⓒ 허관
위 그림처럼 정지한 지구에서 현무가 재환이에게 공을 던지면, 직선으로 날아간다.

▲회전하는 지구자전하는 지구에서 현무가 재환이에게 공을 던지면 B의 방향으로 공이 날아간다. 현무가 서 있는 곳의 각속도가 크기 때문이다. ⓒ 허관
자전하는 지구에서 적도에 있는 현무가 고위도에 있는 재환이에게 공을 던졌다. 공이 작용하는 힘은 재환이를 향하므로 A 화살표처럼 향한다. 하지만 실제 공은 지구가 자전하므로 B 화살표처럼 날아가 재환이의 오른쪽에 떨어진다. 총알보다 빠르게 자전하는 지구는 구체이고 위도마다 각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현무가 재환이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한다. 재환이를 향해 곧바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은 B 지점에 떨어질 것이다. 재환이에게 미사일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c의 거리만큼 오른쪽으로 옮긴 지점을 향해 쏴야 한다.
그럼 북쪽에 있는 재환이가 현무에게 공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북쪽에서 남쪽으로 공을 던질 때반대로 재환이가 현무에게 공을 던졌을 때의 공의 궤적 ⓒ 허관
반대로 재환이가 현무를 향해 공을 던진다고 가정해 보자. 공이 작용하는 힘은 재환이를 향하므로 A 화살표를 향한다. 하지만 실제 공의 궤적은 지구가 자전하므로 B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간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던지나 남쪽에서 북쪽으로 던지나 변함없이 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공이 향한다.
실제로 미사일, 대포 등 장거리 무기 사용 시 전향력이 반드시 적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빗나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향력은 항상 지구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작용한다. 이를 지표면에서 보면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바람의 방향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저기압 중심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갈 때 시계 반대 방향의 나선형을 그리며, 고기압에서 바람이 불어나갈 때는 시계방향으로 나선형을 그리는 이유다.
전향력과 고기압·
저기압 주변 풍향
1. 전향력이 없을 때 저기압 주변의 풍향

▲전향력이 없을 때의 저기압 풍향항상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람이 분다. 전향력이 없다면 그림처럼 곧바로 저기압 중심으로 바람이 불어들어간다. ⓒ 허관
2. 자전하는 지구 중위도 지역에서의 저기압 풍향

▲저기압으로 불어 들어 가는 풍향전향력이 없을 때는 실선처럼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직선으로 바람이 불지만, 전향력 때문에 굵은 화살표처럼 나선형을 그리며 저기압 중심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간다. ⓒ 허관
3. 저기압 중심으로 불어 들어가는 풍향과 풍속

▲저기압 중심으로 향하는 풍향실제 저기압 중심으로 부는 바람의 궤적이다. ⓒ 허관
왼쪽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저기압 중심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간다. 오른쪽 위의 등압선 간격이 좁다. 등고선 간격이 좁으면 경사가 심하듯이, 등압선 간격이 좁으면 기압 차가 크다. 그래서 바람이 강하게 분다.
4. 전향력의 영향으로 휘어져 나가는 바람(고기압)

▲고기압과 전향력고기압에서는 전향력으로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어나간다. ⓒ 허관
질량이 있는 존재는 서로 끌어당긴다. 이를 중력이라고 한다. 지구도 질량이 있고, 중력이 작용한다.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 혜성이 공룡을 멸종시킨 것처럼, 지구는 끝없이 주변의 물질을 끌어모은다. 혜성처럼 무거운 건 지표면에 떨어지고, 가벼운 기체는 밀도에 따라 층을 이루어 지구를 덮고 있다. 이를 지구 대기라고 한다. 지구 대기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적도는 따뜻하고 극은 차갑다)에 따라 이동하고, 이동하는 물체는 전향력의 영향을 받아 소용돌이 친다.
우주의 모든 행성과 별은 구체다. 구체인 이유는 주변의 물질이 중력에 이끌려 모아져 행성과 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구 대기와 비슷한 유체들이 표면을 덮고 있는 행성이나 별들이 많으며, 지구 대기처럼 끝없이 소용돌이친다.
<같이 생각해 보기>
우리 은하와 태풍은 왜 나선형으로 돌까?

▲은하계우리은하 ⓒ NASA

▲태풍 마이삭2020년 제9호 태풍 마이삭 ⓒ 미국해양대기청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바깥에 먼지처럼 붙어있다. 그 태양계에 있는 작은 행성이 지구다. 그 지구 위에 발생한 태풍이다. 규모는 비교할 수 없게 차이가 나지만, 모양은 비슷하다. 왜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처럼 정말로 우주의 모든 것이 프랙탈(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럴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