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균씨가 11월 8일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윤성효
민간인 명태균(54,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구속)씨가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2022년 여름에 파업을 벌였을 때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강경진압 하라고 보고했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26일 더불어민주당은 명씨가 2022년 7월 20일 지인과 전화로 대화했던 녹취록을 공개했다. 명씨가 당시 파업 중이던 옛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로 가는 길에 전화통화했던 내용이다.
그동안 명씨는 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개입 의혹에 대해 변호사를 통해 부인해 왔다. 명씨 측 김소연 변호사(이후 사임)는 11월 8일 기자들을 만나 파업 개입 의혹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다. 주변인들 하고 이야기를 해봤는데, 피식 웃더라. 재미있어 했다"라며 "아무 일도 아닌 일로 소설을 잘도 쓴다고 재미있어 하더라"고 전했던 적이 있다.
"내가 보고하니까 바로 긴급소집 하더라"
민주당은 이날 명씨와 지인이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2022년 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 명태균 개입 사실로 확인됐다"라며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긴밀하게 내통해 사측 입장대로 강경대응을 유도했다"라고 설명했다.
녹취록을 보면 명씨는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진행되던 때 "거기 문제가 심각한데 저번주에 대통령한테 내가 보고를 했다"라며 "이영호 부사장한테 보고서를 만들어달라 했지. 만들어주더라고"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보고하고 나서 한덕수 총리가 (회의를) 긴급 소집한 거 아니야, 그리고 다시 보고를 했지, 강경진압하라고"라고 덧붙였다. 이영호 부사장은 옛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말하고, 한화오션으로 바뀌면서 그만두었다.
또한 명씨는 "사모님하고 대통령하고 (내가) 다 보고를 했어, 보고를 해달라고 해서. 보고 하니까 바로 그날 긴급소집을 하더라고"라면서 김 여사에게도 관련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 뒤 명씨는 "내가 보고를 하니까 그날 바로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라며 "한동훈 법무부장관하고 다 불러다가"라고 설명했다.

▲지난2022년 7월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권우성
보고한 시점에 대해서는 "저번 주 목‧금요일인가? 아니 그 전이구나"라고 해 2022년 7월 13일 즈음으로 특정했다.
민주당은 당시 정부 대응과 명씨 발언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7월 14일 한덕수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7월 18일 한동훈 장관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의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 발표가 있었다.
명씨는 "조선소고 뭐고 내용을 잘 몰라. 내가 뭘 압니까?"라며 대우조선해양 파업은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사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거라 믿고 했지만 거제에 가서 눈으로 쳐다 봐야 나중에 물어보면 할 말이라도 있지"라며 실제로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부사장 등의 영접을 받았음을 드러냈다. 이에 민주당은 "사측 입장을 자신의 판단으로 거짓 보고한 사실도 시인한 것"이라 비판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명씨가 옛 대우조선해양 방문 당일 현장에 있었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듯하고, 이를 주변에 자랑했다"라며 "사측 입장만 듣고 파업에 강한 반감 드러냈고, 과장된 수치 그대로 언급했다"라고 했다.
또 명태균씨는 "데모하는 놈는 150명인데 일하는 놈는 만 명. 150명 때문에 만 명 다 죽어. 회사 피해 5700억 손해라는데 이것 저것 다 붙이면 7000억. 말이 7000억이지 XX"라고 말했다.
옛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2022년 6~7월 사이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지난 2022년 ?6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 금속노조
"내란 수괴의 거짓말이 명태균의 폰을 통해 드러났다"
명씨의 당시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자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후 낸 자료를 통해 "한화오션과 명태균, 그리고 내란 수괴의 거짓말이 명태균의 폰을 통해 드러났다. 관련자를 처벌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명태균 황금폰이 열렸다. 2022년 거통고조선하청지회 51일 파업 강제 진압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이번 녹취록의 핵심은 내란수괴 윤석열이 명태균에게 상황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대우조선 파업 강제진압을 위한 보고서가 대우조선해양 사측에 의해 사전에 작성되어 내란수괴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명태균이 전달하였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보고서가 전달된 후 명태균은 대우조선해양 사측에게 대접을 받으면서 현장 기록도 남기지 않고 출입을 하였다는 것이다"라며 "이는 한화오션이 명태균 대우조선 파업 개입 사실 의혹에 대해 부인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대우조선 사측이 단순 설명회 및 편의 제공을 넘어 파업 진압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명태균은 스스로 조선소의 상황을 모른다고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하청 노동자에 대해 '놈'이라는 거친 표현을 쓰면서 하청 노동자를 경멸하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라며 "당시 국무회의 의제와 관계 장관 합동 담화 그리고 경찰특공대 현장 진입 등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드러났다"라고 했다.
명태균씨를 파업 현장 개입 혐의로 경상남도경찰청에 고소했던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고소인 조사를 받았으나 명태균이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라며 "경찰은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소위 황금폰을 빠르게 확보하고, 명태균과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측 관계자들을 불러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정혜경 의원 "누구의 지시와 누구의 협조인지 밝혀야"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비례)은 이날 오후 낸 자료를 통해 "하청노동자의 파업 투쟁에 명태균의 개입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는 당시 정부의 대응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명태균이 옛 대우조선해양에 방문한 것은 7월 16일로 알려져 있다. 이후 7월 18일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의 오찬회동에서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지시했으며, 한덕수 총리가 긴급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우조선 파업 엄중대응'과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에 비선개입의 실체가 추가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민간인 명태균의 보고로 정부가 노동자 파업에 공권력을 이용해 겁박한 사건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선개입 사건이자 불법적 공권력 행사다. 수사기관은 명태균의 현장 방문이 누구의 지시와 누구의 협조로 이루어졌는지 명명백백 밝혀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 또한 현장 방문에 어떤 조력을 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