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지역을 이으려는 무수한 노력이 지역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수도권 청년에겐 '지역'이라는 가능성을 열고, 지역에겐 '인구 절벽' 상황 타개할 전략을 찾는 시도입니다. 지역과 청년의 삶을 잇는 '별의별이주00' 프로젝트를 주목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남 함양 송계마을. ⓒ 월간 옥이네
경남 함양군 서하면은 함양에서도 가장 작은 면 지역이다. 서하면 송계리에 위치한 서하초등학교는 2019년 전교생 수가 14명(이듬해 졸업예정자 4명)으로 감소하며 폐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서하면 주민과 졸업생 등이 모여 '학생모심위원회'를 구성, 함양군과 경상남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힘을 합쳐 교육형 공공주택을 세웠는데, 이때 함께 건립된 곳이 바로 청년 레지던스플랫폼 '서하다움'이다. 서하초등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건축된 공공주택 부지 옆 자투리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2021년 개소한 서하다움은 지역 문화 단체인 '빈둥협동조합'이 위탁받아 운영한다. 이곳에는 지역 살이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일정 기간의 숙박과 지역 살이 경험을 지원한다. 서하다움은 크게 6가지 공간(▲공유하우스 '하여가' '휴+일스테이' ▲카페 '서하카페' ▲공유오피스 '하다하다' ▲공유주방 '서하주방' ▲공유텃밭 '레인보우텃밭' '스마트팜' ▲목공방 '만지고 공방')을 운영하며 함양군 서하면에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비빌언덕이 되어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러 청년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별의별이주00 프로젝트(별의별이주00) 역시 그중 하나다. 별의별이주00 함양 참가자는 서하다움의 운영진인 빈둥협동조합원(뚜, 은진, 붐붐, 정목수, 남셰프)의 일과를 따라 공간을 관리하고, 청년을 맞이하는 일을 한다. 지난 11월 20일과 21일, 서하다움 곳곳을 누비는 별의별이주 참가자와 빈둥협동조합의 일상을 엿봤다.
함양 서하다움에서 보내는 하루

▲경남 함양 카페서하. ⓒ 월간 옥이네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으로 향하는 곳은 서하부엌이다. 주로 빈둥협동조합의 은진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오전 9시 30분이 되면 카페서하로 출근한다. 카페 공간 곳곳을 청소하고 오전 10시에 맞춰 카페서하의 문을 열며 시작되는 별의별이주00 카페지기의 하루다.
11월 21일 카페 첫 손님은 서하마을 정경칠 반장님. 이날 오후에 시작될 또 다른 프로그램(소셜트립) 준비를 위해 카페에는 몇몇 조합원도 함께하고 있었는데, 북적이는 카페서하를 쓱 둘러본 정경칠 반장이 골든벨을 울린다. 덕분에 이른 오전부터 카페서하에 환호성이 가득 찬다.
카페서하를 찾은 주민들을 맞이하고, 음료 제조법을 연습하느라 분주하던 카페지기에게도 어느 순간 여유로운 한때가 찾아오곤 하는데, 이 시간을 틈타 조합원들과 둘러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매번 주제는 바뀌지만, 이어지는 대화의 종착역은 결국 서로가 가진 고민이다.
오전 업무와 점심 식사 후 오후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다. 공유하우스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는 날엔 침구 정리를 하고,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보기도, 어느 날은 텃밭과 공방에서 일손을 돕기도 한다. 서하다움 곳곳에 서툰 손길을 더하며 이 공간을 가꾸고 지키는 이들의 마음을 상상해 본다.
서하에서 나누는 일상

▲빈둥협동조합원 붐붐. ⓒ 월간 옥이네
"농촌에서 인구 감소는 참 어렵고 긴급한 문제죠. 저희가 서하다움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인구 감소를 막는 것이고요. 하지만 기존 방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주, 즉 '완전한 정착'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청년이 자유롭게 오가는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는 거예요." (붐붐)
서하다움의 목적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비빌 언덕'이 되는 것이다.
"요즘 삶이 참 팍팍하잖아요. 서하다움에 모인 사람들 각자의 고민부터 시작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공통 고민, 그리고 '지역'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고민을 해소할 방법을 이곳에서 함께 모여 나눠보는 거죠. 올해(2024년)가 운영 3년 차인데, 아직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서하다움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건 2022년부터. 별의별이주00과의 협업도 이때부터 시작했다. 서하다움의 주요 프로그램은 4주 단위로 빡빡하게 짜여진 캠프 위주 프로그램이었다.
"시골에서 살려면 해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참 많아요. 농사, 집 관리기술, 요리 등등이 그렇죠. 시골살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려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으로 4주 캠프를 꽉 채워도 부족하더라고요."
더불어 최소 8명에서 최대 12명이 참여하는 캠프였기에, 참여자의 관심사에 따라 수업 몰입도에 큰 차이가 보여 수업 밀도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소수가 참여하는 느슨한 프로그램으로 바꿔나갔다. 특히 별의별이주00 참여자는 한 번에 1명씩만 받고 있다고.

▲빈둥협동조합원 은진. ⓒ 월간 옥이네
"먼저 온 참여자가 서하다움에서 지내다가 다른 참여자를 맞이하는 식으로 일정이 겹치기도 해요. 그래도 최대한 한 명씩 참가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어요. 참여자끼리 가까워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서하다움과 함양 주민들과의 교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서하다움의 멤버가 돼 또 다른 참여자를 맞이하게 되는 거죠." (은진)
은진은 참여자들에게 서하다움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직접 요리를 해 먹기를 권하곤 한다.
"서하다움엔 텃밭이 있으니까, 마트에서 완성된 요리를 사 먹는 게 아니라 수확한 작물을 사용해 요리를 해보는 경험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양배추 수확이 많은 시기에 오면, 양배추 하나를 놓고 찜도 해봤다가, 스테이크도 해보는 등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죠."
이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은 생활 기술을 향상시키기도, 쉽게 음식을 사 먹고 또 버렸던 도시의 방식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에게 우리의 일상을 나누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아요. 매일의 식사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끝나는 일이거든요. 하지만 큰 힘을 발휘하죠. '여행이 아닌 생활'을 나누는 일은 서로의 삶의 방식을 배우게 하거든요. 서하다움에서 같이 일하고, 요리하고, 또 노는 경험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을 시도하고, 앞으로의 삶의 지표를 조정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2주 살이에서 시작해 4주, 6개월로 머무는 기간이 늘어나고,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다가도 함양을 다시 찾아오는 느슨한 관계맺음의 가능성 또한 서하다움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서하다움에서의 이주살이가 꼭 함양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유효한 흔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함양에 정착한 참가자는 없지만, 느슨한 관계를 엮어가고 있는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한 참가자는 함양에서 2주 살이를 마친 후, 농번기에 한 달씩 찾아와 일손을 도와주시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어요." (붐붐)
송계마을 속 2주 살이

▲경남 함양 송계마을. ⓒ 월간 옥이네
빈둥 조합원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게 지역 주민과의 관계 맺음"이라고 말한다. 농촌, 특히 작은 단위의 마을일수록 원주민과 이주민이 섞이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 조합원들이 걱정한 이질감을 완화해 준 것은 바로 카페서하다.
"서하면이 함양에서도 가장 작은 면 단위이다 보니 기반 시설이 적은 편이에요. 그런 와중에 마을에 카페가 생겼다고 하니 마을 주민들이 되게 좋아하셨어요. 몇몇 분들은 점심 먹고 오셔서 차 한 잔 마시며 단골이 되기도 하고, 외부 손님이나 타지에 사는 자녀들이 오면 '우리 마을에 이런 것도 생겼다'며 자랑하시기도 하고요." (붐붐)
카페의 작지만 편안한 공간이 원주민과 외부인 간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 셈.
서하다움은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서하다움 내부 공간에 마을주민을 초대하거나 마을 곳곳에서 재미난 작당을 벌이는 일이다. 2023년에는 보건지소 앞 주차장 자리에서 마을 축제 '서하 봄 놀장!'을, 2024년엔 서하체육공원에서 '서하 여름 밤마실 영화제', 카페서하에서 '팥빙수와 함께하는 동네 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경남 함양 서하다움 '만지고 공방'. ⓒ 월간 옥이네
그뿐만 아니라 만지고 공방에서 평상이나 책상 등을 만들어 마을에 기증하기도, 서하다움을 찾은 청년이 재능을 발휘해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11월에 서하다움에 찾아온 청년 중에 요리하시던 분이 있었어요. 서하면에서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해 점심 식사 대접을 했어요. 이번 여름엔 물리학과 대학생들이 2주 동안 촌활 체험을 와서 서하초등학교 과학캠프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마을과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다 보니까 마을 분들도 저희를 좋게 봐주시고 있어요."
건강한 삶을 위한 고민
지역, 그리고 마을과 긴밀한 관계를 쌓아가는 서하다움이지만, 아직도 어려움은 있다. 서하다움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정량적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느껴지곤 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지자체에선 '1년 동안 몇 명이 함양에 이주했는가'와 같은 수치를 보여달라고 말해요. 하지만 서하다움이 그러한 수치를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어요.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붐붐)
이에 빈둥협동조합원들은 서하다움의 기획 단계부터 관계인구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 취지를 설득하는 중이다. 지금의 인구 문제는 단순히 이주 인구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함양을 오가는 관계인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인구정책 기조를 잡아야 한다는 것.
"그래도 꾸준히 설득해 온 덕택인지 담당 공무원들의 인식 변화가 느껴지곤 해요. 담당 부서 인사이동 때마다 같은 설득을 반복해야 한다는 허점이 있지만요(웃음)."

▲빈둥협동조합원 뚜. ⓒ 월간 옥이네
별의별이주00은 청년이 지역에 찾아와 주민의 일상을 따르며 지역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일터와 삶터에 청년을 초대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낭만적인 지역살이를 기대한,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적은 참여자와의 만남은 종종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다.
"별의별이주00은 지역에 살고 있는 이의 일상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청년을 초대하는 입장에서 지역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거나 이해의 자세가 있는 분들이 찾아오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역을 온전히 경험하기에 2주는 짧은 시간이거든요." (은진)
서하다움에서는 자체 운영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할 때 꼭 '지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곤 한다. 이 질문이 청년에게 지역을 고민하게 하고, 또 참여자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다.
"별의별이주00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지역에 관한 활동 또는 논의를 경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현재 별의별이주00 관계자들 사이에서 '수도권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 수도권 플랫폼에서 '지역'에 관심 있는 청년을 네트워킹해 보다 밀도 있는 지역살이가 가능해졌으면 합니다."
서하다움을 소개합니다

▲경남 함양 서하다움. ⓒ 월간 옥이네
서하다움엔 다양한 작업장이 있다. 각각의 작업장은 쓰기에 따라 실험실이 되기도 전시실이 되기도 한다. 빈둥협동조합원들은 누군가 이 작업장에 찾아와 새로움 쓰임을 발견할 수 있도록 공간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는데, 개성 넘치는 서하다움의 작업장을 소개한다.
1. 하여가(공유하우스) : 공유 하우스 하여가는 서하면을 찾은 청년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지역을 만나고, 느슨한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4개의 방과 2개의 화장실로 이루어져 최대 12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거실과 부엌은 공유 공간으로 사용한다.
하여가 거실에는 세 권의 동화책이 있는데, 이는 서하다움에 머물렀던 산청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부한 문화상품권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2. 카페서하 : 서하다움에 머무는 이들의 사랑방이자, 송계마을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공간이다. 다양한 모임과 프로젝트가 열리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별의별이주00 참가자는 이곳에서 오전 카페지기로 일하는데, 평소에는 빈둥협동조합 뚜, 은진, 붐붐이 돌아가며 카페지기를 맡는다. 새싹과 바나나를 갈아 만든 삼바라떼와 꿀홍시스무디가 주력 메뉴. 이용 시간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3. 레인보우 텃밭(공유텃밭) : 봄에는 씨앗을 심고, 여름엔 잡초를 뽑고, 가을엔 수확을, 겨울엔 다음 해를 준비하는 농사의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11월 21일 기준 레인보우 텃밭에는 배추와 무, 당근과 양배추, 고수 등 여전히 풍성한 작물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엔 빈둥협동조합 모두가 텃밭 농사에 참여하곤 한다.
4. 만지고 공방(목공소) : 비어 있던 농가 마당을 활용해 만든 작업실. 동네목수 정철호 씨와 함께 집짓기, 생활가구 만들기 등 다양한 목공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공간이다. 만지고 공방은 빈집을 고쳐 만든 '휴+일스테이'의 부엌 리모델링 작업으로 한창 바쁜 때를 보내는 중이다.
5. 하다하다(공유 오피스 및 스튜디오) : 개인 사무를 보거나, 공동 프로젝트 회의 등 서하다움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6. 서하부엌(공유부엌) : 서하다움 참여자들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공간. 레인보우 텃밭의 수확물이 이곳에 흘러와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변모하곤 한다. 널따란 조리대가 중앙에 놓여있어 여럿이 함께 조리하기에도 적합하다.
지난 11월 30일, 휴+일스테이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11월 25일~30일 동안 '촌집 살리기 캠프' 참여자들과 함께 휴+일스테이 부엌 공간을 마련했다고. 새로운 작업장에서 이뤄질 서하다움의 작당이 기대된다.
월간옥이네 통권 90호(2024년 12월호)
글 사진 이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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