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가 12월 6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직무대리 사진 왼쪽에 서 있는 이가 조창래 국방정책실장이다. ⓒ 연합뉴스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육사 38기·구속)은 군대 내 '충암파'(충암고 출신 사조직)의 좌장이자 '용현파'(권력 중심 사조직)의 수장이다.
'윤 정권의 실세' 김 전 장관 우산 아래 변질된 애국심과 삐뚤어진 자부심을 품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전·현직 장교들이 모여들었다.
김 전 장관과 더불어 내란 사태의 중요임무종사자로 거론되는 여인형 방첩사령관(48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41기), 문상호 정보사령관(50기),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48기), 곽종근 특수전사령관(47기)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을 중심으로한 광범위한 내란 작전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26일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군 안팎의 인사들은 여러 가지 의문이 풀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계엄 당일 김 전 장관이 합참 지하 벙커 전투통제실에서 양손에 비화폰을 들고 '명령 불복 시 항명죄'라며 다그쳤지만 곳곳에서 이뤄지는 파편적인 작전과 공작을 지속적으로 지휘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빈껍데기 계엄사령부가 아닌 사전 모의한 내란 결사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줄 작전통제 또는 상황실 개념의 조직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수본·민주당, 국방정책실 '내란 개입' 의심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국방부 주요 정책과 실무를 총괄하는 국방정책실을 주목하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최근 방정환 국방정책실 차장을 비상계엄 사전 모의 혐의로 입건했다. 방 차장은 계엄 당일 휴가를 내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구삼회 2기갑여단장, HID 요원 등 40여명과 경기도 판교 정보사 100여단에 모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계엄을 위한 2차 롯데리아 모임 참석자이기도 하다. 방 차장의 상관이 바로 조 실장이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용현파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창래 정책실장(45기)에게 의혹의 눈길을 쏠린다.
육사를 수석 졸업한 조 실장은 과거 대통령 경호부대인 수방사 55경비단에서 김용현 전 장관을 상관으로 만나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비슷한 시기 노상원은 대통령 경호처 군사관리관(준장)이었고, 문상호(소령) 역시 그 밑에서 일했다.
조 실장, 윤 정부 국방·안보 요직 차지한 '8인회' 출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는 지난 2021년 9월 경선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국방공약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48명의 국방정책·공약 의견수렴 및 인터뷰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김용현 전 수방사령관이 이끌던 국방정책자문단 '8인회' 대부분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국방·안보분야 요직에 임용됐다. 당시 BXX(66년생·국제정치학 박사)라고 표기된 인물이 조창래 현 국방부 정책실장이다. 표에서 보이지 않는 8번째 인물은 신다윗 전 국방장관 정책보좌관. ⓒ 윤석열 국민캠프 페이스북 갈무리
조 실장은 장관 군사보좌관과 육군 1기갑여단장, 항공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내고 2021년 준장으로 예편한 이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국방정책자문단 '8인회' 멤버로 합류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8인회'를 이끈 김용현은 대통령 경호처장에, 이종섭(국방장관), 신인호(국가안보실 2차장), 정재관(군인공제회 이사장), 신다윗(국방장관 정책보좌관) 등 멤버 대부분이 국방·안보분야 요직에 임명됐다.
조 실장 또한 2022년 10월 공석이던 국방부 인사기획관 공모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국방부가 인사분야 경험이 전무한 조 실장을 위해 '응시요건'까지 바꿨다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모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국방부 서열 3위' 정책실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그의 든든한 뒷배였던 김용현 경호처장도 이듬해 9월 국방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방부 내부에 밝은 전직 고위공무원은 "김 전 장관의 복심인 조 실장이 계엄 동참을 거부했다면 '패륜'이라는 우스갯말까지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깊다"며 "육사의 순혈주의와 사조직화가 12.12 군사반란 이후 45년 간의 피 나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군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조 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일부터 미국에 출장을 가 있었기 때문에 계엄을 비롯한 방정환 차장의 휴가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내가 계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미국 출장을 보냈겠느냐, 방 차장을 조사하면 다 확인될 것"이라면서 계엄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사족보행 로봇 회사에 근무하기도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소총드론, 로봇개를 비롯한 유·무인전투체계 장비들이 분열하고 있다. 2024.10.1 ⓒ 연합뉴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군복을 벗고나서 유명 무기중개상과 함께 국방부·경호처의 드론 무기 해외도입 사업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것처럼, 조 실장이 전역 이후 무기중개 일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조 실장이 국방부에 들어가기 전 ○○○○로보틱스라는 해외 사족보행 로봇무기 업체의 국내 에이전트로 사업에 관여했었다"며 "지난 국군의 날에 대대적으로 선보인 로봇과 동일한 제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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