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학생들이 학교측에 교내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 서울여대 래디컬페미니즘동아리 '무소의뿔'은 만주벌판에서 '교내 성범죄 사건 수사 협조 및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지난 9월, 지난해 벌어진 C교수의 제자 성추행이 공론화되고, 10월엔 가해 교수가 교내에 성추행 고발 대자보를 게시한 재학생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바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측이 경찰 수사 협조에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성범죄 대책 마련을 강하게 촉구했다. 가해 교수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학생 3명 중 한 명이 해당 교수를 맞고소한 상태다.
학생들이 이번 학교측의 태도에 분노한 이유는 가해 교수가 대자보 게시 학생들을 고소했을 당시, 경찰이 학생 3명의 출입기록을 요청하자 즉각 협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인권센터측은 경찰의 이번 요청에 '개인적인 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가해 교수에 대한 징계 기록 전달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최근 교내 한 건물 쓰레기통에서 과거 경찰서가 보낸 수사협조의뢰서와 학생들의 건물 출입기록은 물론 학과와 학번,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문서가 발견되면서 학생들의 분노가 더 커졌다. 가해 교수에 대한 기록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경찰에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학교측이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소홀하게 다뤘기 때문.
이날 기자회견에선 교내 성범죄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무소의뿔은 이 사건 공론화 초기부터 성범죄 가해자가 학생을 가르칠 수 없도록 규정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서울여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결의안에서 해당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결의안에는 '성행위로 징계받은 교원이 담당하는 필수 과목은 분담 조치한다'는 내용이 대안으로서 포함됐다.
이에 대해 무소의뿔은 "만약 가해 교수가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타 강의의 선수강 과목이거나 졸업 여건 및 진로에 관련된 경우 학생들에게 수강 선택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대독'을 통해 성추행 피해자의 입장이 전해지기도 했다. 피해 학생은 "현 상황에 대해 매우 화가 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공론화 이후 인권센터측이 걱정과 면담이라는 가면 아래 은근히 징계 사실에 대한 타당성을 설명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며 공론화를 그만두라는 식으로 말한 것은 엄연한 협박과 가스라이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여대측은 인권센터 공문 거부 건에 대해 "거부가 아니라 경찰에 (공문 발송) 다시 요청을 한 것"이라며 유출 건에 대해서는 "자세한 건 총무팀에서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교내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C교수는 지난달 20일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기소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