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명태균씨. ⓒ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명태균(54)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남 창원의창)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김인택‧강웅‧원보람 판사)는 23일 오후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판사‧변호사‧검사가 법정에 나와 심리가 열리기 전에 증거‧증인 채택 여부를 비롯해 재판 일정을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날 명씨와 김 전 의원은 법정에 출석했다. 불구속 기소된 다른 피고인 3명은 나오지 않았다.
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 3일, 김 전 의원이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 사이 공천과 관련해 명씨한테 정치자금 8070만 원을 기부했다고, 김 전 의원과 명씨‧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이 공모해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부터 총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또 검찰은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주시하고 있다.
법정 출석한 명태균, 직업 묻자 "마켓 관련 프리랜서"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는 사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왔다. 직업을 묻자 김 전 의원은 변호사라고, 명씨는 '프리랜서'라고 답했다. 판사가 '무슨 프리랜서냐'고 묻자 그는 '마켓 관련'이라고 답했다.
김인택 판사는 "법원 휴정 기간도 있고 해서 촉박하나 오늘 공판준비기일을 잡았다"라고 한 뒤, 법정에 나온 5명 피고인의 변호인들을 확인했다.
김 판사는 명씨 측 변호인들에 대해 "김영선 피고인한테 받은 돈은 명목이 다르다는 주장이고,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고 하는 것이냐" "정치자금이 아니라 급여로 받았고 일부 선거비용 대납이라는 취지냐"라고 묻자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그렇다"라고 하면서 "피고인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으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포함하면 안된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고령군수 예비후보의 정치자금 제공 혐의에 대해 장소를 특정해달라고 요구했고, 검사는 "추후 특정하겠다"라고 답했다. 고령군수 예비후보 측 변호사는 "정치자금이 아니라 빌려준 돈이었다. 미래한국연구소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준 것이고, 공직선거 후보 추천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며 "명씨는 정치인이라고 볼 수 없다.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라고 했다.
명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 명씨 측 남 변호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공판 기록 상당해... 살펴봐야 할 녹취파일도 많아
공판기록은 30권 분량으로 알려졌다. 일부 변호사들은 다 열람하지 못했다면서 "기록 검토 후 차후에 의견서를 내겠다"라고 했다.
앞으로 법정에 진술을 들어야 할 증인은 대략 20명 정도로 보인다. 재판부가 검찰에 "증인이 몇 명 정도냐"라고 묻자 검사는 "피고인 측 부동의가 있다. 동의와 부동의를 가리지 않는다면 20명 정도"라며 "고령군수 예비후보만 관련한 증인은 1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살펴봐야 하는 녹취파일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으며, 다음 일정은 2025년 1월 20일 오후 3시다.
재판장이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1월 13일로 하자고 하자 김영선 전 의원이 "강혜경(회계책임자)의 자금 횡령 사건 수사가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사건이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라며 재판을 늦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재판장이 검찰 측에 강혜경씨의 구차 기소 여부에 대해 묻자 검사는 "결정은 없는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인택 판사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정하면서 "피고인이 구속 상태라서 최대한 빨리 재판을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법정에서는 명태균씨가 신청한 보석 관련한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이 열리기 전 남상권 변호사는 기자들을 만나 "휴대전화기가 검찰에 제출돼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명씨 휴대전화기에 입력된 전화번호 숫자가 8만 명이 넘는데 일부 중복도 있다" "보석 신청한 추가 사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정지차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측 남상권 변호사가 23일 오후 창원지법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