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상은 넓고 선택할 곳은 많다.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유럽, 미주부터 남미나 아프리카 여행 등. 하지만 여행 방법은 몇가지로 나뉜다. 자유여행, 패키지여행이 대표적이다. 다만 패키지여행도 가격에 따라 옵션, 쇼핑, 팁들을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저가 패키지는 항공료 정도가 자부담이고, 나머지는 현지 여행에서 어떻게든 지불해야 한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공짜로 여행시켜 주지 않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자유여행은 누릴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위험하게도 느껴져 일반 직장인들이 선택하기 쉽지 않다.

2004년부터 10년 넘게 여행사를 했는데도 필자는 최근 2번의 해외 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왔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자유여행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못한 선택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 여행이고, 최근 12월 태국 방콕, 파타야 여행이다.

둘 다 아내가 홈쇼핑에서 선택한 저가 패키지 여행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여행이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또 베트남 다낭이나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가이드 생활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막연히 비난만 할 수 없는 기분들도 들었다. 다만 중국에 한정됐지만 여행책을 7권이나 집필한 필자의 의무감처럼 이런 여행에 대한 내 솔직한 감정을 풀어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 정리한다.

세상에 싸고 좋은 여행은 없다

AD
당연한 말이다. 비행기를 타보면 쉽게 실감한다. 돈에 따라 퍼스트 클래스부터 비즈니스, 이코노미로 나뉜다. 항공이라도 다 같은 항공은 아니다. 저가 항공은 좌석의 크기부터, 기내 서비스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기내가 아니라 공항 라운지부터 차이가 있다. 그게 자본주의에 걸 맞는 구조다.

만약 저가 패키지로 여행을 간다면 자신은 항공권 가격만 내고 간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요즘은 간단히 그 구조를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시스템에 조건별로 가격을 말해준다.

베트남 여행 명소 하롱베이 베트남 하롱베이는 베트남 경관 명소로 꼽힌다
베트남 여행 명소 하롱베이베트남 하롱베이는 베트남 경관 명소로 꼽힌다 ⓒ 조창완

가령 지금 유명한 베트남 다낭/호이안 3박5일 패키지 여행을 선택한다고 하자. 2025년 1월 9일 목요일에 출발해, 1월 13일 월요일 새벽에 귀국하는 상품을 선택한다. M투어의 일반적인 상품을 보자. 우선 제주항공은 70만 원이다. 비엣젯은 75만 원, 티웨이는 79만 원, 국적기는 105만 원 정도다. 그런데 노팁, 노옵션, 노쇼핑으로 조건을 걸면 비용은 확실히 달라진다. 비엣젯은 140만 원, 제주항공은 155만 원, 대한항공은 180만 원 정도다. 보통 70만 원 정도 비싸진다고 보면 되는데, 뒤에 상품은 호텔이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50만 원 정도 업그레이드 된다고 보면 된다.

싼 여행의 약점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일단 현지 가이드는 고생하고,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쇼핑과 옵션을 선택하게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이드와 손님은 여기서 기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팁은 정해져 있으므로 주면 된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가이드들은 옵션으로 기본적인 비용을 충당할 정도면 만족한다. 동남아 패키지의 경우 200~300불 정도의 옵션을 선택해 주면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나머지는 쇼핑 커미션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에는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손님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숫자에 따라 가이드의 표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베이징에 있을 때 회사 직원은 가이드인 누나가 "한 팀에는 웃다가, 한 팀에는 대성통곡해 조울증 환자를 보는 느낌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니 옵션 비용이 낮거나 쇼핑 비용이 낮으면 여행을 좀 해본 사람은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시간에 쫓긴다. 쇼핑센터를 가기 위해서는 통상 이동에 30분~1시간, 쇼핑에 30분~1시간 가량을 쓴다. 만약 4번이라면 하루 넘게 쇼핑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행지는 주마간산이고, 쇼핑이 여행의 중심을 이룬다. 때문에 아침 출발시간은 7시가 다반사고, 저녁 호텔 도착시간은 9시는 기본이다. 같은 일정이라도 노쇼핑, 노옵션, 노팁이라면 8시에 출발하고, 7시면 호텔에 도착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일정에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패키지여행을 운영하는 사람은 여행자가 쇼핑센터에서 가능한 돈을 많이 쓰는 게 목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작 지역의 의미있는 쇼핑지역이나 오락장소를 데려가지 않는다. 또 여행지 설명이 부실한 경우도 많다. 여행지에서 시간을 최대한 빼야 하기 때문에 가이드의 설명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 가면 가이드의 수준이 그 지역을 보는 기준이 된다. 깊은 지식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어 선입견과 편견을 심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파타야 알카자쇼 패키지 옵션 중 하나인 알카자쇼. 옵션 선택은 고민 거리 중 하나다
파타야 알카자쇼패키지 옵션 중 하나인 알카자쇼. 옵션 선택은 고민 거리 중 하나다 ⓒ 조창완

바가지 알면서도 사는 쇼핑도 있다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쇼핑이다. 베트남에 갔을 때 비용 순으로 하면 침향, 노니, 라텍스, 커피 정도가 중심 쇼핑센터였다. 태국에서는 보석, 검은 생강, 라텍스, 노니&침향 등이 있었다.

베트남이나 태국은 잘 모르지만 필자가 여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베이징 등 중국은 매출의 30~50% 정도가 커미션이었다. 즉 손님이 500만 원짜리 카펫을 사면, 250만 원이 데려간 여행사 몫이 된다. 이 몫은 국내 여행사, 현지 여행사가 일정 비율로 나눈다. 이러니 가이들들은 쇼핑센터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쇼핑하는 손님이 없으면 가이드는 4일 동안 일하고, 한푼도 못 버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여행사 평가는 낮아지고, 다음에 손님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지니, 분노가 찰 수밖에 없다. 이번 여행 길에도 한 손님이 몇천만 원짜리 보석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사지 않았다. 만약 그때 구매했다면 역시 절반에 달하는 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다.

그럼 여행사를 해본 필자 부부는 베트남과 태국에서 쇼핑을 했을까. 우리 부부는 가이드에게 괜찮은 손님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침향 등을 샀고, 태국에서도 작은 라텍스 물품과 검은 생강, 작은 목걸이를 샀다. 당연히 그 구조를 모르지 않은데 이런 물건을 산 것은 가이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행에서 쇼핑이 주는 기쁨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약재의 경우 효과는 상관없이 좋을 거라는 플래시보 효과를 생각하고 즐겁게 사용했다. 또 커미션이 있다 할 지라도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끼리 거래하는 물건은 아예 정보가 없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환불이나 애프터서비스가 보강되어 물건에 대한 피드백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2004년에 서울과 베이징에 문을 연 알자여행은 애시당초부터 노쇼핑, 노옵션, 노팁을 기본 전제로 하고, 여행을 진행했다. 쇼핑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왕푸징이나 시우시우지에, 홍차오시장 같은 상가를 안내했고, 주류는 대형마트를 데려가 쇼핑하는 법을 안내했다. 문제는 최대 수천퍼센트를 깍아야 하는 쇼핑을 일반 여행자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패키지 여행도 나름 예절이 있다

최근 두 번 패키지 여행을 해보니 나름대로 예절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째 앞서 말했듯이 패키지여행은 돈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돈을 써야만 한다. 만약 한 가족이 쇼핑이나 옵션이 거부하면 순식간에 팀 전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최악은 자신만의 정보라는 식으로 옵션이나 쇼핑의 속 내용을 까발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손님과 가이드는 여행 내내 냉각상태고, 현지 지역 가이드나 기사까지 덩달아 분위기가 나빠진다. 패키지로 왔다면 당연히 옵션과 쇼핑을 잘 선택해서 어느 정도 지출하는 게 예의가 될 수 있다.

하노이 꽃 시장 새벽에 들른 호텔 근처 꽃시장. 동남아는 사계절 꽃이 넘치고, 시장도 꽃이 많다
하노이 꽃 시장새벽에 들른 호텔 근처 꽃시장. 동남아는 사계절 꽃이 넘치고, 시장도 꽃이 많다 ⓒ 조창완

두 번째는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출발 시간이나 집합시간을 놓치는 손님이 항상 있는 게 일반적이다. 또 한번 시간을 벗어난 사람은 다음에도 그런 경향이 있다. 여권이나 핸드폰, 귀중품을 잃어서 단체 전체의 분위기를 나쁘게 하는 손님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식당에서 예절이다. 보통은 일정 내내 6~10여 명 정도가 같이 식사를 한다. 식단에는 비싸고, 양이 적은 음식도 있을 수 있다. 같이 나눠먹는 것은 기본 예의다. 김치나 깻잎 등을 가져가는 손님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혹시 가져 갔다면 같은 식탁에 있는 이에게는 권해보는 것이 예의다. 식당에서 술 값은 당연히 각자가 계산할 몫이다. 다만 2번을 상대가 산다면 한번은 산다는 자세를 갖는 게 맞다.

패키지 여행의 대안을 찾아가는 법 익혀야

사실 알고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상에 큰 이상이 없다면 에어텔(항공+호텔) 등 자유여행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앞서 패키지로 설명한 일정의 베트남 다낭 에어텔 상품은 항공에 따라 70만 원부터 140만 원까지 다양하게 상품이 있다. 70만 원은 미케비치 앞 4성급 호텔이고, 140만 원 상품은 포포인츠쉐라톤(Four Points by Sheraton Danang)호텔을 이용한다. 호텔이나 시내 여행사에서 원하는 코스 여행 상품을 살 수도 있다. 이런 여행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인 중심의 패키지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다.

두 번째는 도시 중심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도쿄, 오사카 등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 방콕, 타이베이, 나하 등은 기본적으로 자유여행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도시들이다. 여행자들은 여행 책자나 유튜브나 인터넷 정보를 활용해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은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를 알아야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도시 여행법은 다양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여행지를 선택하면 좋다. 대부분의 도시는 쇼핑, 책, 미술, 도자기, 역사, 미식, 시장, 음악, 건축 등 수많은 분야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가령 서울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여행 테마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베이징에 관한 3권의 책을 썼는데, 베이징의 천만분의 일도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 베이징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두 번 저가 패키지 여행을 하고는 이제 패키지 여행은 하지 않으리라 결정했다. 물론 전문 가이드를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럽 여행은 제외다. 동남아에서 돌아오는 귀국 일정은 대부분 밤 비행기가 많다. 비즈니스 좌석이 아닌 이상 잠을 설게 잘 수 밖에 없다. 몸이 축다는 느낌이 많다. 노년이 되어 가는 것은 여행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리하는 여행을 60대 후반부터는 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앞으로 내게 남은 긴 해외여행은 많아서 대여섯번 정도일 것으로 생각한다. 잘 준비해서 여유롭게 한 곳을 느끼고 싶지, 차 속에서 긴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행히 중국은 비행거리도 가깝고, 여행 시스템도 익숙해 편하니 다닐 수 있어서 제외다.

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알랭드 보통이 했던 "여행의 생각의 산파"라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은 그 생각에 너무 많은 족쇄를 달아 버린다. 나에게는 수향 저우주왕의 거리나 하노이 호안키엠 호숫가나 리장의 물가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휠씬 어울린다.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짜오프라야강에서 본 풍경 방콕 시내 관광에서 모습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짜오프라야강에서 본 풍경방콕 시내 관광에서 모습 ⓒ 조창완

#여행#태국#베트남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