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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7 11:26최종 업데이트 24.12.27 11:26

권력 남용으로 몰락한 폭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올레 20코스] 광해군이 제주 유배 와서 내린 기착지 어등포

'해녀',김녕 금속공예백화 마을
'해녀',김녕 금속공예백화 마을 ⓒ 문운주

올레 20 김녕-하도 코스 17.6 km , 바당길을 걸으며 해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는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검은 암반과 흰모래가 어우러진 해변,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 풍력발전기, 한 전쟁 영웅의 서글픈 이야기가 있다.

12월 7일, 잔잔한 바다와 함께 제주의 아침을 연다. 김녕 금속벽화마을에는 다양한 벽화가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테왁, 망사리를 걸치고 물안경을 머리에 둘렀다. 물질에 나서는 해녀의 모습이다.

조간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드러나거나 잠기는 현상.
조간대밀물과 썰물에 따라 드러나거나 잠기는 현상. ⓒ 문운주

해상풍력발전기 김녕 해변에 해상 풍력발전 단지
해상풍력발전기김녕 해변에 해상 풍력발전 단지 ⓒ 문운주

김녕해수욕장 김녕성세기 해변(김녕 해수욕장)은 거대한 너럭바위 용암 위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다.
김녕해수욕장김녕성세기 해변(김녕 해수욕장)은 거대한 너럭바위 용암 위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다. ⓒ 문운주

김녕리 마을이 형성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마을 안내도에 의하면 약 2천여 년 전후로 추측한다. 오랜 역사와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많은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조간대. 도대불(민간등대), 성세기 해변, 모래언덕(사구), 용암언덕(투뮬러스) , 환해장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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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대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드러나거나 잠기는 독특한 생태계다. 바닷물이 물러난 후 드러나는 암반과 갯벌에서 다양한 해양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갈매기도 쉬어가는 곳이다. 조간대 위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은 한 폭의 그림이다.

김녕성세기 해변(김녕 해수욕장)은 거대한 너럭바위 용암 위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다. 성세기는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작은 성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해변을 걷다 보면 늘어선 해상 풍력발전기가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모래언덕이라 부르는 사구를 지나간다. 사구는 '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은 지형'이라는 팻말이 돋보인다. 흰모래와 검은 암반 너머로 입산봉, 묘산봉과 함께 한라산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덩개해안을 지나 월정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이제는 눈에 익은 불턱, 환해장성을 돌아 해맞이 해안로에 들어선다. 화산 분출의 흔적인 용암 언덕 투뮬러스(용암이 표면에만 살짝 굳어 평평하게 만들어진 지형)가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해안을 계속 따라가면 쪽빛 바다와 검은 암반, 풍력 발전기가 자아내는 아름 다운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물질하는 해녀들이 보인다. 숨비소리가 들린다. 숨비소리는 잠수했다가 물에 떠오를 때 숨을 내뱉는 소리다.

바닷길에서 벗어나 밭담길을 지난다. 양파, 당근 등 초록빛 밭이 넓게 나타난다. 올레는 오름, 바당, 곶자왈 등으로 길을 바꾸며 여행객의 간을 졸인다. 밭담길, 마을길을 거쳐 월정해수욕장에 이어지는 곳은 행원포구다.

영웅적인 리더십

환해장성 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전역에 있는 고려 시대의 석축 성곽으로 제주특별자치도 해안선 300여 리(약 120km)에 쌓여진 석성, 당초 삼별초가 제주도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축성
환해장성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전역에 있는 고려 시대의 석축 성곽으로 제주특별자치도 해안선 300여 리(약 120km)에 쌓여진 석성, 당초 삼별초가 제주도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축성 ⓒ 문운주

월정리해수욕장 '월정리'는 '달이 머문다'는데서 지어진 이름 .
월정리해수욕장'월정리'는 '달이 머문다'는데서 지어진 이름 . ⓒ 문운주

행원포구(어등포)  광해군이 제주 유배 와서 내린 기착지
행원포구(어등포) 광해군이 제주 유배 와서 내린 기착지 ⓒ 문운주

광해군은 1623년 인조반정에 의해 혼란무도(昏亂無道) 실정백출(失政百出)이란 죄로 페위, 처음 강화도 교동으로 유배되었다.

이어 1637년 유배소를 제주로 옮기려 사중사, 별장, 내관, 도사, 대전별감, 나인, 서리, 나장 등이 임금을 압송하여 6월16일 어등포로 입항하여 일박하였다.

이때 호송 책임자 이원로가 왕에게 제주라는 사실을 알리자 깜짝 놀랐고, 마중 나온 목사가 "임금이 덕을 쌓지 않으면 주중적국(舟中敵國)이란 사기의 글을 아시죠" 하니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광해군 기착비]

광해군은 전쟁 중에 평양에서 세자로 책봉된 뒤 선조가 피난(도망) 가고 없는 궁을 지키면서 전란을 수습했다. 함경도와 전라도 등지에서 군수품과 의병을 직접 모집하고 군량미를 모으는 데에도 힘썼다.

인재등용, 전란극복, 성곽의 복구, 대동법 시행, 동의보감 편찬 등 성군으로 칭송받던 임진왜란의 영웅이다. 어쩌다 폭군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주중적국, 한배 안에 적의 편이 있다는 뜻으로, 군주가 덕을 닦지 않으면 자기편일지라도 모두 곧 적이 될 수 있다"라고 목사가 임금(?)을 훈계한다.

행원 포구는 어등포라고도 불렸다. 조선 15대 임금인 광해군이 제주 유배 와서 내린 기착지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 후 제주읍성으로 이동했다. 능력 있는 군주였지만 권력 남용 등으로 몰락을 초래한 광해군, 단순히 과거의 역사로만 볼 수 없지 않을까.

해맞이 해안로 제주시 구좌읍한동리
해맞이 해안로제주시 구좌읍한동리 ⓒ 문운주

세화숨비소리길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세화숨비소리길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 문운주

해안도로를 벗어나, 밭길을 구불구불 돌아 다시 숲길에 들어섰다. 좌가연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한동리 마을길, 벵뒤(잔디)길을 거쳐 종착지인 하도리에 도착했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났다.

구좌읍 김녕리에서 월정리, 행원리, 한동리, 평대리, 세화리, 하도리까지 걸었다.제주 4·3 사건과 제주 항일운동의 역사적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한 전쟁 영웅의 서글픈 몰락도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제주 올레 문운주








#올레20코스#광해군#어등포#김녕해수욕장#함덕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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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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