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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의 이동을 지원하는 전동차가 면허 제도가 없는 것은 물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용자 교육도 의무화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어 잦은 교통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는 노인들은 이동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지만,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은 지역에선 전동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조에 의하면, '보행보조용 의자차'에 해당하는 전동차는 '보행자'로 구분되어 운전면허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폭이 1m를 넘어 '차'로 분류되는 소형 전기 전동차도 마찬가지다. 도로교통법 제80조에 의해, 해당 차량의 속도가 20km 이하라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무면허 운전이 가능하다.

도로 주행 중인 전동차 도심 속에서 '보행보조용의자차'로 분류되는 전동차가 주행 중이다.
도로 주행 중인 전동차도심 속에서 '보행보조용의자차'로 분류되는 전동차가 주행 중이다. ⓒ 이승윤

그러나 노인들의 '무면허' 운전이 전동차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상북도 의성군에선 올해 4명의 노인이 전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예천군에서도 올해 11월까지 전동차 사고 3건이 발생했다. 부상자 통계는 따로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의성경찰서 전동차 교육 담당관 김주현 경위는 "전동차로 인한 사고 신고는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사고 유형은 농로에서 큰 도로로 합류 중 차량과 충돌하거나, 수로에 빠지며 전동차에 깔리며 숨지는 등 다양했다. 면허가 없는 노인들이 교통상황, 기계 조작에 미숙한 탓이었다. 김 경위는 "나이가 많은 할머님들의 경우, 이동 수단을 조작하는 경험이 처음인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도로 합류 시 좌우를 살피지 않거나, 비상등 조작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에 거주 중인 신대현(82)씨 역시, "신호 정도는 볼 줄 알아야 하는데, 신호를 무시하거나, 도로 중앙으로 전동차를 타는 경우를 봤다"며, "도로 상황을 모르는 게 태반"이라고 탄식했다.

신씨 역시 30년 넘게 수동 변속기 차량을 운전해왔지만 최근 면허를 반납하고 전동차를 탄다. 오랜 기간 운전을 해온 그도, "전동차 운전은 항상 위험하다"고 말했다. 농촌 특성상 집 근처 도로는 국도뿐인데, 일반 자동차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크기도 매우 작기 때문이다. 신씨는 "최근 교통순경이 농로로 통행할 것을 권장했지만, 약국이나 병원에 가려면 농로만으로는 갈 수 없다. 최대한 갓길로 통행하지만, 뒤에서 차량이 들이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행보조용 의자차'로 분류되는 전동차
'보행보조용 의자차'로 분류되는 전동차 ⓒ 이승윤
 폭이 1m를 넘어 '원동기를 단 차'로 분류되는 신씨의 전동차. 도로교통법 제80조에 의해, 20km 이하의 속도, 최고정격출력 11킬로와트 이하의 차량에 한해 65세 이상 교통약자에게 무면허 운전이 허용된다.
폭이 1m를 넘어 '원동기를 단 차'로 분류되는 신씨의 전동차. 도로교통법 제80조에 의해, 20km 이하의 속도, 최고정격출력 11킬로와트 이하의 차량에 한해 65세 이상 교통약자에게 무면허 운전이 허용된다. ⓒ 이승윤

절대적 속도는 일반 차량에 비해 매우 느린 편이지만, 작은 차체 때문에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김 경위는 "실제로 전동차를 시운전 해봤는데, 크기에 비해 속도가 빨라 넘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폭이 좁아 느린 속도에도 전동차가 쉽게 기운다는 것이다.

크기가 더 큰 신씨의 전동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폭은 약 120cm였으며, 시운전 결과 차량이 쉽게 기울었다. 또한 전기차 특성상 가속이 빠르고, 액셀 페달에 유격지점이 존재해 페달 반응이 민감했다. 면허가 없는 이들에겐 충분한 교육, 실습을 통한 적응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신씨는 "페달을 얕게 밟는 순간 차량이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밟아도 반응이 없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차량이 가속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차량과 비교한 전동차의 모습
일반 차량과 비교한 전동차의 모습 ⓒ 이승윤

크기는 매우 작지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신씨의 전동차 보다 작은 보행보조용 의자차 역시, 발판 아래에 전기 배터리가 위치해 있다. 문제는 배터리의 무게만 약 15kg 수준으로 매우 무겁다는 것이다. 이는 단독 사고 시 위험요소로 작용하는데, 논두렁이나 수로에 빠져 전동차에 깔리는 경우, 힘이 부족한 노인들은 이를 들어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 경위는 "재작년에 수로에 빠지며 전동차에 깔려 노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차는 젊은 사람도 간신히 들 정도의 무게라, 노인들은 사실상 이를 들고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급증한 전동차 사고에 김 경위는 운전 교육·반사판 부착 등 예방책을 제안했고, 의성경찰서는 올해 전반기 관내 마을회관,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전동차 조작법을 교육했다. 후반기엔 전동차 후방 반사판과 발광장치 부착 활동을 진행 중이다. 예천경찰서 역시 노인대학·노인정 등을 찾아 사고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김 경위는 "경찰의 홍보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현재 전동차 운전을 위해 법적으로 규정된 교육은 전혀 없는데, 기본적 교육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운전면허는 물론, 도로 상황, 전동차 조작에 대한 이해 없이 전동차 운전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관계자는 도로교통공단과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교육영상 시청 등을 추천했다. 현재 전동차 이용자에 대한 법적 의무교육은 없지만, 2016년부터 도로교통공단은 건강보험공단과 협업해 선제적 안전교육, 홍보를 진행 중이다. 해당 관계자는 "노인정 등에 찾아가는 교육을 제공하거나, 경찰 등에 교육영상을 제공하며 노력하고 있으나, PC가 있는 경우 교육영상 시청도 안전한 주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홈페이지의 자료실, 국민건강보험 '의료비 신청' 페이지 내 '기타 참고자료'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장애인 보조기기 건강보험 급여제품 안내' 책자 내 안전 요령 설명
국민건강보험공단 '장애인 보조기기 건강보험 급여제품 안내' 책자 내 안전 요령 설명 ⓒ 한국도로교통공단 사진 제공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안전 홍보 영상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안전 홍보 영상 ⓒ 국민건강보험 페이지 캡쳐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홈페이지의 안전 홍보 영상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홈페이지의 안전 홍보 영상 ⓒ 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캡쳐

한편, 예천경찰서 교통관리계 관계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야간에는 최대한 주행을 자제하되,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꼭 밝은 색의 옷을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또, "도로주행시 가장자리로 주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의성경찰서의 김 경위는 음주 운전에 대해 언급했다. 보행보조용 의자차로 분류되는 전동차의 경우, 법적으로는 보행자로 분류돼 음주 운전 처벌도 없기에, 노인들이 음주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김 경위는 "음주운전 중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도 들어온 적이 있다"며 "전동차라 할지라도 음주운전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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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승윤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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