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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입한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게 바로 모자와 비니다. 모자는 일명 야구모자라고 불리는 볼캡 종류를 주로 샀다. 색깔별로 재질별로 마음에 드는 걸 산다는 게 얼추 7~8개나 모였다.

전에는 모자를 전혀 쓰지 않고 살았었다. 군대에서 썼던 군모 이후,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20년 넘도록 모자의 모자도 생각하지 않다가 올해 들어 갑자기 관심이 생긴 것이다. 특별히 패션에 관심이 없던 나였기에 모자에 대한 관심을 가진 건 나로서는 꽤 큰 변화다.

아무래도 안 쓰던 모자를 쓰려니 처음에는 어색했다.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머쓱하기도 했다. 정작 아무도 신경을 안 쓸 텐데 말이다. 그런데 용기를 내어 계속 쓰다 보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외출할 때 90% 이상, 모자를 쓰고 나가는 편이다. 당일 착장에 따라서 색상이나 재질을 고려해서 고른다. 어울리는 모자를 잘 찾아서 쓰면 꽤 괜찮은 포인트가 되어준다. 착장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모자를 쓰는 편인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고르는데 시간이 꽤 걸릴 때도 있다.

모자의 세계에 입문할 때 생각보다 그 종류가 엄청 많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같은 볼캡이라도, 심지어 같은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상품임에도 디자인과 핏이 다 제각각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모자를 써야 하는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패션 유튜브 영상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모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핏을 찾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유튜버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다. 사람의 머리 크기나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모자의 종류가 다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그 때문이 아닐까.

원래는 인터넷으로 괜찮아 보이는 거 몇 개 사려고 했는데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아내와 함께 서울 외곽에 있는 아웃렛을 몇 차례 다니며 이것저것 써보았다. 확실히 매장에 가서 직접 시착을 하니 컴퓨터 화면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하듯, 모자도 직접 써보고 사는 게 최고다. 직접 착용해 보니 대충 내게 어울리는 모자와 그렇지 않은 모자들이 무엇인지 서서히 감을 잡아갈 수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깊이는 낮고 창이 너무 길지 않은 볼캡이 나에게 그나마 제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물건들이 그렇듯 모자 역시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게 대체적으로 더 저렴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써본 뒤 어울리는 모자를 찾아내면 품명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온라인 몰에서 주문했다. 물론, 그중 몇 개는 가격에 별차이가 없거나 온라인에서 품절이라 하는 수 없이 매장에서 직접 산 것도 있긴 하다.

 볼캡을 잘 활용하면 멋진 패션 아이템이 되어준다.
볼캡을 잘 활용하면 멋진 패션 아이템이 되어준다. ⓒ 언스플래쉬


모자를 쓰니 밋밋했던 나의 옷차림에 나름의 변화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더군다나 나는 수염을 기르고 있는터라 볼캡을 써주니 시선 분산 효과가 생겨 더욱 좋았다. 상대방이 나를 바라볼 때 안 그래도 수염에 시선이 집중될까 신경 쓰는 편이었는데 한결 마음이 편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염 기른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모자를 즐겨 쓰는 듯하다. 모자 알아보겠다고 수많은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모자 쓰는 사람이 다 수염을 기르지는 않았지만, 수염을 기르는 남자들은 거의 90% 넘게 모자를 애용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수염을 기르기로 시작한 때로부터 이미 모자와 함께 하는 삶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기르고 있는 수염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더 열심히 모자를 잘 활용해야겠다. 천만 다행히도 패션아이템 중에서 모자는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한다. 기분 전환용으로 혹은 과다한 쇼핑 욕구의 충동이 온다면 너무 억누르기보다는 부담이 적은 가격의 모자를 하나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어차피 모자 역시 다다익선이다. 그날그날 착장과 내고 싶은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모자를 써야 하니 꾸준히 한 개씩 모자를 사 모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감과 핏을 가진 모자 한 개는 열 맨투맨 부럽지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주 들어 부쩍 추워졌다. 볼캡 말고 비니를 장만했다. 확실히 나이가 들었는지 외출할 때 머리랑 귀가 많이 시리다. 비니를 쓰니 이 두 가지가 완벽히 해결되었다. 비니를 푹 눌러써주면 귀까지 가려져 귀마개가 없어도 따뜻했다. 이 좋은 걸, 왜 나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걸까.

다만 볼캡에 비해 아직은 좀 어색하기는 하다. 비니도 나름 최선을 다해 내게 어울리는 걸 고른다고 골랐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무척 어색하다. 남들이 비니 쓰고 다니면 그렇게 힙해 보이던데. 내가 외출 전 비니를 쓰고 거울을 보면, 웬 군밤장수 한 명이 보인다.

그럼에도 비니가 주는 유익.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보온 기능이 너무 좋아서 포기 못할 듯하다. 쓰다 보면 지금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분명히 익숙해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볼캡도 비니도 올 한 해 모두 처음 소비하기 시작한 것들이지만, 무척 만족스럽다. 이걸 계기로 패션에 더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비니가 주는 보온력은 기대 이상이다. 머리가 따뜻해지면 확실히 추위를 덜 느끼게 된다.
비니가 주는 보온력은 기대 이상이다. 머리가 따뜻해지면 확실히 추위를 덜 느끼게 된다. ⓒ 언스플래쉬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하나 둘 갖춰가고 있다. 무엇을 먹냐 만큼 무엇을 입을까도 중요하다고 본다. 몸에 걸친 옷이나 머리에 쓴 모자는 단순히 의복으로서의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내면의 아름다움만큼 외면의 가꿈도 중요하니까. 패셔니스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패션테러리스트는 되지 않고 싶다. 모자와 비니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질 때도 오겠지. 그다음에는 어떤 아이템들을 알아가게 될까. 곧 있으면 새해가 된다. 올해보다 한 단계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2025년이 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얼룩소, 브런치, 페북에도 실립니다.


#모자#볼캡#비니#패션템#방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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