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정권 교체를 넘어 직접적인 권력을 시민들에게 줄 수 있는 권력 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성호
"섬찟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명단'에 포함된 15명 중 1명이었다. 그는 그 소식을 들은 순간 "섬찟했다"면서도 "그간 민주노총의 윤석열 퇴진 투쟁이 정권에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연일 계속되는 투쟁에도 지친 기색 없이 활기차 보였다. 양 위원장은 "'사회대개혁'을 통해 직접적인 권력을 시민들에게 주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위 '제7공화국'이 지향하는 바를 헌법에 담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20대 여성들이 집회 현장에 많이 나선 이유에 대해 "이들이 윤석열에 의해 가장 많이 탄압받고 고통받았기 때문"이라면서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 명단' 포함... 윤석열 퇴진 투쟁이 부담이 됐다는 뜻"
- 윤석열이 계엄 당시 체포를 지시했다고 알려진 이른바 '체포조 명단'에 언급된 15명 중 한 명이었다.
"계엄이 선포된 시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혹시 모르니 몸을 빨리 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숙소에서 나와 다른 곳에 잠시 있었다. (체포조 명단에 속했다는 사실은) 하루이틀 뒤에 들었다. 섬찟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서 어디에 있는지 몰랐을 수도 있겠더라.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납치' 아닌가.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연락은커녕 변호사 접견도 허용되지 않았을지 모르는 일이다."
-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체포 명단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부정적으로 말하던 인물들'이었다고 했다.
"윤석열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된 사람을 모은 게 아닐까. 이는 민주노총이 1년 반 동안 완강하게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해왔던 것이 의미가 있고, 또 정권에게는 부담이고 압박으로 다가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비상 계엄 선포 이후 민주노총의 투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최초의 판단은 사람들을 어디로 모을 것인가였다. 우선 어떤 피해가 있더라도 계엄을 물리적으로 막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국회로 향했다. 민주노총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국회 앞으로 가서 농성장에 있던 앰프를 꺼내고 직접 사회를 보면서 국회 주변에서 (시위) 진행을 도맡았고, 그날 민주노총 중집(중앙집행위원회)을 통해 총파업도 결정했다.
그날 이후 12일 대통령 관저 (앞에서의 기습) 투쟁 등 민주노총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싸웠다고 생각한다. 평상시라면 집회 기획도, 준비도 고민하는데, 계엄 이후 투쟁 과정에서는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모든 걸 다 걸고 싸워보자는 마음을 갖고 임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호응해주고 있다."
▲경찰 따돌리고 윤석열 코앞 간 민주노총 "내란수괴 체포하라"
유성호
- 시민들의 호응은 어떻게 체감하나.
"며칠 전 광화문 앞을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걸어가다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조합원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도 많다. 어느 조합원 자녀가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 금속노조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개간지다'고 (웃음) 했다더라. 민주노총 사무실로 전화를 해 우시는 분들도 있고 핫팩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다. 과거 민주노총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때도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민주노총에 대한 호감 내지는 긍정성이 이야기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지난 12일 대통령 관저 기습 투쟁의 현장 등 경찰의 대응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 처럼 보인다.
"전체 시민들 90%가 윤석열의 퇴진을 바라고 있지 않나. 경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계엄이 발동됐을 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계엄 당일 경찰이 국회 정문을 막고서도 신분증이 있으면 들여보내는 일이 있었다. 물론 지침에 혼선도 있었겠으나 '이건(계엄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내적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원래 국회의사당 100m 이내인 여의도 국회대로는 집회 신고가 절대 안 되는 지역이다. 이제는 전 차선을 개방해서 집회를 한다. 민심과 여론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경찰 스스로 딜레마도 있을 것이다. 최근 그런 모습이 현장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 앞으로 민주노총은 어떤 투쟁을 전개할 계획인가.
"연말연초에 민주노총은 원래 한 해를 평가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 가장 문제는 윤석열의 내란 음모 시도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스스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싸우겠다고 국민들과 맞서고 있다. 윤석열을 온전히 탄핵시키고,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을 소란스러운 일 정도로 취급한 자들, 내란에 동조하고 부역했던 자들을 처벌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이후 한국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논의를 모의는 작업도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탄압받고 고통받은 이들이 가장 많이 뛰쳐나온 것"
▲양경수 “추운 날 거리에 나선 '우리'의 투쟁 유실되지 않으려면"
유성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을 온전히 탄핵시키고,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을 소란스러운 일 정도로 취급한 자들, 내란에 동조하고 부역했던 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이후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 민주노총이 최근 집회에서 '사회대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민주노총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리하는 중이지만 큰 틀에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는 네 가지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 분단이라는 체제 자체를 바꾸는 것, 기득권·대기업·재벌을 중심으로 한 경제 질서를 바꾸는 것,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는 정치 체제를 바꾸는 것, 덧붙여 최근 제기되는 기후나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과 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발전 전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 시기에는 기후나 젠더, 인권의 문제가 광장에서 분출되는 요구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번 투쟁에서 이런 목소리가 적극적인 자유 발언으로 표출되는데, 이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윤석열에 의해 가장 많이 고통받았기 때문이라 본다. 한국 사회는 늘 그 시기에 가장 탄압받고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1987년에 소위 '넥타이 부대'가 거리로 나왔던 이유는 군사독재 시절 가장 많이 고통받고 억압받았던 계급이자 계층이었기 때문이고, 박근혜 퇴진 투쟁 때도 1980~199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사회 모순과 부조리를 경험한 이들이 '이건 아니다' 싶어 거리로 나왔다. 그렇다면 이번에 20대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이유는 뭘까? 그런 변화를 읽어야 하고, 현재 제기되는 어젠다를 두고 어떻게 사회 개혁을 만들어 갈지 전망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 20대 여성 참가자의 집회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서 민주노총의 집회 기획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이미 주체적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공간을 열어주는 일. 그것이 그들을 더욱 주체적으로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뭔가를 주려고 하는 건 안 맞고, 불가능하다. 그들이 판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한다. 실제 상상하지 못했던 역동성이 발휘되려면 온전히 그들에게 권한과 기회가 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진행하려고 한다."
- 19일 기자회견에서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 초기 무상교육을 하자고 했을 때 허황된 이야기라거나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교육비가 무료면 참 좋겠다'는 마음들이 있었다. 양당이 아닌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만 하던 것이 실현될 수 있겠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굉장한 에너지가 발휘된다. 그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보려 한다."
"중요한 건 직접적인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도로를 점거한 뒤 관저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 유성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윤석열 12.3 내란사태를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 유성호
- 윤석열 퇴진 투쟁 과정을 두고 '정권 교체'가 아닌 '권력 교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정권 교체가 돼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는데, 사람들은 뭐가 달라졌는지를 묻는다. 박근혜 퇴진 과정에서도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말했지만 막상 실현된 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이슈화돼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이어진 것이 '최저임금 1만원'이었는데, 최저임금은 내년에야 1만원을 넘으니 8년이 걸렸다.
향후 윤석열이 탄핵돼 대선을 치른다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소년공 출신이니 문재인과 다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권력 구조 안에 들어가면 그 안에 동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고,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뀔 수 없다고 본다. 책임과 역할이 다르고, 얻는 정보가 다르고, 내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일 때 이재명과 대통령일 때 이재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거다. 제도적으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다양한 거버넌스나 체계를 도입해야 된다. 주민참여 예산제 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방식의 시민 참여와 시민 권력 운동이 필요하다. 막강한 권력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어떻게 권력을 분산할 것인가가 핵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이 추운 겨울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의 투쟁이 유실되지 않을 수 있다."
- 그렇다면 민주당을 향한 민주노총의 입장은 어때야 한다고 보나.
"민주당을 향한 민주노총의 태도는 명확하다. 교섭도 하고 투쟁도 할 것이다. 다 좋을 수는 없고, 다 나쁠 필요도 없다. 민주당이 해야하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을 제기하고 이를 한다면 협조할 의사가 있다. 그렇지 않고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강하고 모질게 비판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다."
- '사회대개혁'이라는 구호 안에 개헌 혹은 다음 공화국으로의 전환에 대한 구상도 포함돼 있나.
"개헌은 지금 흐름으로 봐서는 결국 정권 교체 이후에 진행될 공산이 크지 않나. 개헌은 단순히 선거제도 개혁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앞서 언급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담론을 어떻게 제기하느냐가 중요하다. 제가 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이었을 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노정 교섭을 통해 경기도조례의 '근로'를 일괄 '노동'으로 바꾸었다. 헌법이나 상위법도 다 그래야 된다. 5월 1일은 우리는 '노동절'로 불러도, 여전히 (법적으로) '근로자의 날'이다. 군사 독재 시절 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위해 만들어낸 근로라는 단어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노동자의 권리, 평등,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할 때 결선 투표를 할 거냐 내각제를 할 거냐는 정도에 머무르면 1987년 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 (선거 제도를) 포함해 소위 '제7공화국'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헌법에 담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19일 중집에서도 민주노총의 개헌안을 마련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앞으로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들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윤석열 탄핵과 한국사회대개혁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계엄과 내란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내란에 가담한 모든 책임자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체포와 구속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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