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응원봉 여성12월 6일 국회의사당 대로변에서 여성 시민 등이 윤석열 탄핵 손팻말과 응원봉을 든 채 탄핵 집회에 참여한 모습 ⓒ 하성환
'내란동조 국힘 해체!',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을 소리 높여 외치던 분노의 열기가 11일째 되던 12월 14일, 형형색색 응원봉이 국회를 포위, 압박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를 떼창하면서 한바탕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 세계 유력 언론 통신사에서 K-민주주의, K-정치의 장엄한 광경을 송출했다.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기 위한 정치집회인데도 시종일관 흥겨우면서도 평화롭고 질서 정연했다.
'응원봉'을 든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특히 눈에 띄었다. <경향신문> 12월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12월 7일 1차 탄핵 집회에 모인 시민들 가운데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29.7%로 1/3에 육박했다고 한다. 20대 여성 참여율(18.9%)은 1위로 전체 집회 참가자 5명 중 1명꼴이다. 그렇다면 유독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왜 윤석열 탄핵 집회에 열정적으로 대거 참여했을까?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한다.

▲응원봉을 든 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한 여성 시민들2024년 12월 7일 1차 탄핵 국회 표결 당시,국회의사당대로에 운집한 시민들 속에서 응원봉을 든 채 탄핵 집회에 참여한 젊은 여성들과 응원봉 불빛이 인상적이다. ⓒ 하성환
먼저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경험한 세대이자 맨 먼저 촛불을 들었던 세대이다. 오늘날 20-30 세대 청년들은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광장 민주주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세대이다. 2008년 여중생들이 촛불을 들었던 배경에는 6년 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여중생 미선이, 효순이 사건(2002)이 크게 작용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탓에 원통하게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6주기 촛불집회가 광우병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청소년기, 불평등과 불의에 맞선 역사 속 경험은 높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내면에 깊이 새겼다. K-Pop 분위기를 반영해 촛불 대신 '탄핵 응원봉'으로 흥을 돋우며 위기 국면을 주도해 나갔다.
두 번째로 여성 혐오 문화와 여성 혐오 범죄를 거부하며 광범위하게 형성된 '피해자 연대 의식'을 꼽을 수 있다. 2016년 강남역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대표 사례이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표적 삼아 잔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은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는 이른바 페미사이드 현상 앞에 여성들의 분노는 피해자 집단 연대 의식을 형성했다. 지난해 편의점 20대 여성 알바생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 사건에서 여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사회변화를 열망하는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이라는 연대 의식'을 더욱 강화했다.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윤석열 탄핵 집회에 대거 참여한 세 번째 요인으로 '미투'(Me Too, 나는 고발한다) 운동을 들 수 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용기 있게 고백한 '미투' 선언은 그해 말 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미투'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후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페미니즘 운동을 크게 드높이고 확산시켰다.

▲12월 14일 여의도 탄핵 집회에 모여드는 시민들2024년 12월 14일 오후 3시 30분 경, 윤석열 탄핵 국회 2차 표결 당시 국회의사당에 접근하는 시민들 모습 ⓒ 하성환
네 번째로 2022년 대선 당시 이대남-이대녀 갈라치기 현상 앞에서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은 진보 후보를 지지하거나, 진보 의제에 관심을 두는 등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주었다. 2024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젊은 여성들이 대거 참여한 현상은 그것의 연장선상의 사건이다.

▲국회의사당대로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장면2023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당시 손팻말을 들고 운집한 교사들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 하성환
마지막으로 지난해 스물세 살 서이초 교사 비극 당시 여의도에 운집한 교사들 절대 다수 역시 20-30세대 젊은 여성들이 압도적이었다.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도 수만 명 젊은 교사들이, 그리고 하루에 20만 명이 여의도에 모인 9월 초 추모집회 규모는 한국현대사에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생생한 경험이 일년 뒤 윤석열 탄핵 집회로 이어졌다.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광범위하게 연대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건강하고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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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온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