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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응원봉 여성 12월 6일 국회의사당 대로변에서 여성 시민 등이 윤석열 탄핵 손팻말과 응원봉을 든 채 탄핵 집회에 참여한 모습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응원봉 여성12월 6일 국회의사당 대로변에서 여성 시민 등이 윤석열 탄핵 손팻말과 응원봉을 든 채 탄핵 집회에 참여한 모습 ⓒ 하성환

'내란동조 국힘 해체!',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을 소리 높여 외치던 분노의 열기가 11일째 되던 12월 14일, 형형색색 응원봉이 국회를 포위, 압박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를 떼창하면서 한바탕 즐거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 세계 유력 언론 통신사에서 K-민주주의, K-정치의 장엄한 광경을 송출했다.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기 위한 정치집회인데도 시종일관 흥겨우면서도 평화롭고 질서 정연했다.

'응원봉'을 든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특히 눈에 띄었다. <경향신문> 12월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12월 7일 1차 탄핵 집회에 모인 시민들 가운데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29.7%로 1/3에 육박했다고 한다. 20대 여성 참여율(18.9%)은 1위로 전체 집회 참가자 5명 중 1명꼴이다. 그렇다면 유독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왜 윤석열 탄핵 집회에 열정적으로 대거 참여했을까?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한다.

응원봉을 든 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한 여성 시민들 2024년 12월 7일 1차 탄핵 국회 표결 당시,국회의사당대로에 운집한 시민들 속에서 응원봉을 든 채 탄핵 집회에 참여한 젊은 여성들과 응원봉 불빛이 인상적이다.
응원봉을 든 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한 여성 시민들2024년 12월 7일 1차 탄핵 국회 표결 당시,국회의사당대로에 운집한 시민들 속에서 응원봉을 든 채 탄핵 집회에 참여한 젊은 여성들과 응원봉 불빛이 인상적이다. ⓒ 하성환

먼저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경험한 세대이자 맨 먼저 촛불을 들었던 세대이다. 오늘날 20-30 세대 청년들은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광장 민주주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세대이다. 2008년 여중생들이 촛불을 들었던 배경에는 6년 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여중생 미선이, 효순이 사건(2002)이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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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한미관계 탓에 원통하게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6주기 촛불집회가 광우병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청소년기, 불평등과 불의에 맞선 역사 속 경험은 높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을 내면에 깊이 새겼다. K-Pop 분위기를 반영해 촛불 대신 '탄핵 응원봉'으로 흥을 돋우며 위기 국면을 주도해 나갔다.

두 번째로 여성 혐오 문화와 여성 혐오 범죄를 거부하며 광범위하게 형성된 '피해자 연대 의식'을 꼽을 수 있다. 2016년 강남역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대표 사례이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표적 삼아 잔혹하게 살해한 이 사건은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는 이른바 페미사이드 현상 앞에 여성들의 분노는 피해자 집단 연대 의식을 형성했다. 지난해 편의점 20대 여성 알바생이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 사건에서 여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사회변화를 열망하는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이라는 연대 의식'을 더욱 강화했다.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윤석열 탄핵 집회에 대거 참여한 세 번째 요인으로 '미투'(Me Too, 나는 고발한다) 운동을 들 수 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용기 있게 고백한 '미투' 선언은 그해 말 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미투'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후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페미니즘 운동을 크게 드높이고 확산시켰다.

12월 14일 여의도 탄핵 집회에 모여드는 시민들 2024년 12월 14일 오후 3시 30분 경, 윤석열 탄핵 국회 2차 표결 당시 국회의사당에 접근하는 시민들 모습
12월 14일 여의도 탄핵 집회에 모여드는 시민들2024년 12월 14일 오후 3시 30분 경, 윤석열 탄핵 국회 2차 표결 당시 국회의사당에 접근하는 시민들 모습 ⓒ 하성환

네 번째로 2022년 대선 당시 이대남-이대녀 갈라치기 현상 앞에서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은 진보 후보를 지지하거나, 진보 의제에 관심을 두는 등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주었다. 2024년 윤석열 탄핵 집회에 젊은 여성들이 대거 참여한 현상은 그것의 연장선상의 사건이다.

국회의사당대로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장면 2023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당시 손팻말을 들고 운집한 교사들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국회의사당대로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장면2023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집회 당시 손팻말을 들고 운집한 교사들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 하성환

마지막으로 지난해 스물세 살 서이초 교사 비극 당시 여의도에 운집한 교사들 절대 다수 역시 20-30세대 젊은 여성들이 압도적이었다.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도 수만 명 젊은 교사들이, 그리고 하루에 20만 명이 여의도에 모인 9월 초 추모집회 규모는 한국현대사에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 생생한 경험이 일년 뒤 윤석열 탄핵 집회로 이어졌다. 20-30 세대 젊은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광범위하게 연대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건강하고 희망차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온에도 실립니다.


#응원봉세대#2030여성탄핵참여#윤석열탄핵#미선이효순이미군장갑차#광우병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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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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