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 ⓒ 권우성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이른바 '정치 브로커'로 지목되고 있는 명태균씨 측 사이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의 공천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에 제출된 명씨의 휴대전화에 이를 증명할 만한 다량의 증거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에 복당하는 과정에서 명태균씨가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를 부탁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의혹의 곁가지에 불이 옮겨 붙은 셈인데, 홍준표 시장은 강하게 이를 부인하고 있고, 명씨 측은 자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명씨 측 변호인 "홍준표, 명태균에게 본인 복당 부탁"
시작은 명씨 측의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 나서서 한 말 때문이었다. 남 변호사는 지난 16일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나 자꾸 나불거리면 끝장을 내겠다"라고 명씨가 이야기했다며, SNS를 통해 그를 계속 비난하고 있는 홍 시장에게 날을 세웠다.
같은 프로그램 18일 방송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홍준표 시장께서 아마 복당하기 전에 복당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홍 시장과 명태균씨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고, 명씨를 통해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본인의 복당을 부탁했다는 맥락이다.
진행자가 "당시에 홍 시장이 명태균씨한테 본인이 복당을 할 수 있게 길을 닦아 달라든지 연결을 해 달라 이런 부탁을 했다는 말씀인가?" "그때 당시 비대위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었나?"라고 질문하자, 남 변호사는 모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은 (19)93년 4월 동화은행 뇌물사건 때 함승희 검사 대신 조사실로 들어가 뇌물 자백을 받은 뇌물사범인데,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에게 복당 부탁을 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발했다.
그는 "당시 나는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가 복당 신청해서 복당되었을 때도 김종인에게는 복당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내 복당은 김종인 퇴출 이후 우리 당 당대표 후보들이 전당대회 경선에서 만장일치로 복당 찬성을 했기 때문에 그때 복당 신청하여 이준석 대표가 복당 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명태균 변호사와 명태균은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엄중 처벌 받도록 할 것"이라며 "적어도 나는 누구처럼 사기꾼에게는 놀아나지 않는다. 뇌물사범에게도 놀아나지 않는다"라고도 직격했다.
홍준표 반박에 재반박 나선 변호인... "2021년 4월 중순경 통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 연합뉴스
그러자 남 변호사는 19일 같은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저희들이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덫을 놓았는데 덫에 딱 걸려든다"라며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아마 2021년 4월 중순경일 것이다"라며, 시점을 특정한 뒤 "홍준표씨가 명태균씨에게 먼저 전화를 한다. 명태균씨가 그때 당시 진해에서 그 전화를 받는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두 분이 그 대화 내용을 들었다고 한다"라며 "스피커폰은 아니고 목소리가 커서 그 내용을 다 들었다고 한다"라고도 부연했다. 그리고 이들이 당시 들은 통화가 "(홍 시장이) 김종인 위원장에게 복당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명씨를 통해서 복당을 시도한 정확한 증거들을 다 갖고 있다"라며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저와 명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면 곧바로 무고로 대응할 것이니 홍 시장은 언행을 신중히 하라"라는 이야기였다.
남 변호사는 "2021년 4월 홍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복당을 부탁하는 내용으로 통화했었다"라고 재차 주장하며 "이에 명씨는 '마무리 지어주겠다'며 그해 4월 25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원자 소유 제주도 별장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홍 시장 복당을 부탁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인 "아예 모르는 이야기, 복당 부탁받은 적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구광역시-지역 국회의원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시에는 무소속 국회의원이었다. 당과 공천 갈등을 겪으며 탈당을 감행,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복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과거의 막말과 각종 논란 등이 재점화된 터라 특히 당시 당의 키를 잡고 있던 김종인 위원장이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홍 시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SNS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과 당시 비대위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었는데, 막상 재보궐선거에서 당이 승리하자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고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위원장이 자리할 때까지는 복당이 성사되지 못했으며, 이후 정식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복당이 받아들여졌다. 그가 정식으로 복당을 신청한 건 2021년 5월 10일이었고, 성사된 건 그해 6월 24일이었다.
명태균씨가 홍준표 시장의 복당을 부탁한 것으로 지목된 '제주도 회동'은, 이미 여러차례 기사화가 된 만남이다. 명씨가 당시 본인의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올렸던 게 확인되어 논란이 불거졌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명씨가 직접 찾아와 '10분' 정도 만난 게 다이고,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이야기 나눈 게 전혀 없으며, 이날 찍은 사진을 명씨가 SNS에 올려 마치 같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본인 홍보용으로 쓴 데 대해 격분한 바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아예 모르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기네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명씨든 홍 시장 측으로부터든 복당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는지 재차 묻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홍준표 시장이 "나한테 한 번 사과한다고 왔다 간 적만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끝난 다음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당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