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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9 09:25최종 업데이트 24.12.19 09:29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궁금한 당신에게

브라이언 클라서 저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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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거대한 악의 존재, 작아지는 개인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을 비롯한 일군 세력의 친위 쿠데타 시도. 이제는 역사 책 속에서만 존재할 거라 여겼던 쿠데타를 현실에서 보았다는 그 생경함과 속속들이 밝혀지는 가담자와 계획들을 보며 거악을 마주하는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으며, 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는 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통에 대해 위안이자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저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서 저, 김문주 번역, 2024, 웅진지식하우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서 저, 김문주 번역, 2024, 웅진지식하우스 ⓒ 웅진지식하우스

영국의 사회과학자 브라이언 클라스는 자신이 저술한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를 통해 하나의 결과에는 하나의 원인만 존재한다는 우리의 상식이 허상임을 비판한다. 반면 저자는 거대한 복잡계 속에서 하나의 사건은 셀 수 없이 많은 원인이 존재하며, 하나의 사건이 또 수많은 사건들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는 점을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는 위의 내용들을 기반으로 거대한 복잡계라는 현실 속에서 개인이 미미한 존재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위가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하나의 결과는 하나의 원인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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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책을 시작한다. 1926년 10월 30일. 미국 국적의 여행객인 헨리 스팀슨은 배우자와 함께 일본 교토에서 여행을 즐겼다. 스팀슨 부부는 당시 옛 일본 제국의 수도 교토에 깊이 매료 되었다. 그리고 헨리 스팀슨은 1945년 미국의 육군 장관이 되어 원자폭탄 투하 후보지에서 교토를 제외했다. 교토 대신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사망자는 거의 20만 명에 육박했다. 한 사람의 여행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역이 결정된 건, 단순히 한 여행객의 좋은 추억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단순한 형태로 원인과 결과를 구조화 하는 걸 배웠다. 이로 인해 우리는 원인 X가 결과 Y로 이어지는 일직선으로 구도를 상식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그것이 과학적인 사고라고 인식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고하는 원인과 결과 도식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고하는 원인과 결과 도식 ⓒ 작성자

​하지만 현실은 매우 복잡한 원인과 결과 관계로 만들어진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의 비극 역시 히로히토 천황의 즉위, 아인슈타인의 탄생, 지질학적 힘에 의해 만들어진 우라늄, 전쟁 상황, 미드웨이 해전이라는 훨씬 다양한 원인 존재한다. 이 중 하나의 선행 요인만 변경되었어도 결과 자체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삶도 동일하다. 우리는 자기자신도 모르지만 우리의 삶을 바꾸었을 원인들을 모른 채 살아간다. 즉, 우리는 세계와 일상을 바꾸는 복잡성과 우연성을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인과관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만을 추구하면서, 간략하게 줄인 동화책 같은 현실에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X는 Y를 야기하고, X는 언제나 주요 요인이어야 하며, 절대로 사소하거나 임의적이거나 우발적인 변덕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측정하고 구분해서 그래프로 그릴 수 있고, 적절한 개입이나 '넛지(nudge)'만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틀리기도 하는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점쟁이에게 끌려다니면서도 거의 항상 확신에 차서 살아간다. 복잡한 불확실성과 마음은 편하지만 틀린 확실성 사이에서 당연하게도 안락함을 고른다. 그러나 아마도 세상은 그리 단순한 곳이 아닐 것이다. 명백한 우연에 의해 바뀌어버리는 세상을 우리가 이해할 수나 있을까?" (24)

모든 일은 복잡계 안에서 일어난 우연한 일일 수도

저자의 주장은 우리의 운명은 매우 우연한 원인들의 복합 속에서 나온 결과임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우리의 운명은 매우 취약해진다. 우리가 개입할 수 있을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의 원인은 결국 극대화 된 '복잡성'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사건은 셀 수 없이 많은 원인을 갖는다. 그리고 발생한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셀 수 없이 많은 사건의 원인이 된다. 원인을 찾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그 원인을 찾는다고 해도 다른 원인들이 셀 수 없이 많기에 원인을 찾는 행위 자체가 그다지 효용성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하나의 사건에는 무한한 원인이 존재하며, 하나의 사건은 무한한 결과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하나의 사건에는 무한한 원인이 존재하며, 하나의 사건은 무한한 결과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 작성자

저자가 제시한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해보자.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도착한 마다가스카르에서 독특한 가재를 만났다. 이 가재는 마블가재라는 명칭의 가재였는데, 1995년 독일의 반려동물 수족관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과정 끝에 나타난 새로운 종이었다. 이 돌연변이 가재는 수컷 없이도 임신을 할 수 있는, 즉 스스로 복제를 할 수 있는 가재였다. 해당 특성으로 인해 마블가재는 엄청난 개체 수로 증가하여 생태계를 점령했다.

한편 연구에서는 독특한 결과가 관측되었다. 번식의 특성상 유전적으로 사실상 동일한 마블가재 두 마리를 동일한 환경에 두고 관측한 결과, 두 마리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개체로 성장했다. 사건과 사고가 있을 수 없는 완전한 통제 상황 속에서도 전혀 다른 개체가 된 것은 흥미로운 결과였다.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가 연구를 시도했음에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문장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한 모델을 상정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운이라는 임의성의 영향력을 조직적으로 깎아내린다.

하지만 우리가 사실상 통제하지 못하는 운이라는 임의성은 우리의 삶과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언제나 '임의적으로 보이는 불운'(80)을 만났을 때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틀린 설명을 만들어내고 집착한다.

예를 들어 암에 걸린 이유, 자동차 사고가 난 이유에 대해 임의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다른 원인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상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것은 질서가 있다는 미신에서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우리가 룰렛에서 돈을 잃었다고 해서 스스로가 실력이 없어 실패했다는 생각을 안 하듯이 말이다.

미래를 바꿀 힘 또한 개인에게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회의적 사고에 닿게 된다. 개별 인간이 하는 노력, 더 나아가 인생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원인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기에 자신의 노력과 생각은 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할까. 저자는 반대의 사고를 제시한다. 복잡계 안에서 인간이 수많은 원인들에 영향을 받는다는 건, 동시에 개별 인간의 행위가 복잡계 안에서 원인이 되어 수많은 곳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각 개인은 거의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지만 거의 모든 것에 영향력을 발휘한다."(152)

복잡계의 세계 속에서 개별 인간은 아주 작은 영향이라고 할지라도,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 즉 모든 인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또 그래왔다. 저자는 이러한 이유로 개별 인간. 즉, '당신'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당신이 존재하며 행위 한 모든 과거는 다른 모두에게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보다 무엇이 중요하다는, 그러니까 메신저보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오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는 온전한 사실은 아니다. 우리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우발성의 영향을 받아 너무나 작은 존재로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우발성의 세계에 영향을 필연적으로 끼치는 존재이기에 세계를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그게 '당신'이라는 점을 저자는 제시한다.

2024년 12월, 개인들이 만든 거대한 변화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꺼지지 않는 응원봉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저자의 논의는 2024년 12월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위안을 안겨주며, 또 해결책을 제시한다. 거악을 마주한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를 지켰으며, 매일 추위를 견디며 집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를 피력했다.

거대한 복잡계 안에서 개인들의 작은 용기와 행동이 쿠테타 실패와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책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개인들은 연대를 통해 행동해야 함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너무나 복잡하고 거대해서, 도대체 왜 벌어진 건지 확답 하기도 어려운 그 날의 사건을 시민들이 막아냈다. 그리고 먼 훗날 역사 책에서 해당 사건을 막은 셀 수 없이 많은 원인들에 개별 시민들의 용기들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여러분의 자리에 있었더라면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여러분은 존재하기에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로는 좋은 영향을, 때로는 나쁜 영향을 이 세상의 모든 곳에. 여러분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지금까지 내리고 앞으로 내릴 가장 무의미한 결정에까지 중요하다.

여러분의 말과 행동, 생각과 감정까지 잔물결 효과를 낼 것이며, 이 효과는 평생을 뛰어넘고 여러분이 보거나 깨우칠 것 이상으로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내리는 결정은 자유의지의 유령이 선택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수천 년이 흐른 뒤에 미래의 인간이 존재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한마디로 엄청나고 놀라운 일이다." (361-362)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브라이언 클라스 (지은이), 김문주 (옮긴이), 웅진지식하우스(2024)


#복잡계#복잡성#우연성#인과관계#변화의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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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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