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식사에서 누군가는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무 고민 없이 식사를 즐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식사에서 매번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
채식 식단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신념과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 공공 급식, 학교 급식 등에서 채식 옵션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공 급식, 보이지 않는 선택지
채식 식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공공 급식에서는 채식 옵션을 제공하지 않으며, 제공되더라도 그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채식주의자들이 일상적인 식사에서 차별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서울시 소재의 고등학교 급식 ⓒ 변혜선
특히, 학교급식에서는 채식 메뉴의 제공 여부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채식 선택권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중요한 문제로,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나은 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2017년에 모든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매일 채식 옵션을 제공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했다. 인도는 2022년에 채식 식품에 대한 안전규정(FSSAI)을 발표하고, 채식 제품의 제조, 포장, 유통 과정에 대한 규제 요구사항을 강화했다. 이는 채식 식단을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닌 인권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는 중요한 사례로, 한국에서도 이러한 법적,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채식선택권을 가로막는 현실
한국에서는 다양한 민간 채식 인증 기관이 존재하지만, 인증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증의 혼란은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동을 주며,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채식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한다. 예를 들어, 제품의 성분이 불분명한 경우 소비자는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다른 소비자에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불편함을 겪는다.

▲민간 비건인증마크 ⓒ 비건인증기관
한국의 채식식품은 식품표기법의 일괄표시제로 인해 실제 원료나 사용된 동물성분 원료를 확인할 수 없다. 한 채식인은 이런 경우 "의심되는 성분에 대해 매우 주의 깊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색소나 젖산 같은 성분은 비건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제품의 성분이 명확히 표기되어 있더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거나 다른 소비자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성분을 자세히 검토하고, 의심스러운 성분이 있는 경우에는 아예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이 채식 인증 마크가 부재하여 소비자들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성분표기를 꼼꼼히 확인하거나,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는 등 매우 불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성분 표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성분을 완벽히 파악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복합 조미식품에 있다. 복합 조미식품이란, 식품에 당류, 향신료, 식품
첨가물 등을 혼합하여 수분 함량이 8% 이하가 되도록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주로 식품에 특유의 맛과 향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되며, 채식 식품에도 사용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2-86호 별표1 표시사항별 세부표시기준). 복합 조미식품의 원재료명에는 물을 제외한 주요 원재료 5가지 이상의 순서대로 성분명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다.
다만, 원재료에서 차지하는 중량 비율이 5% 미만인 경우, 복합원재료 명칭 또는 식품의 유형만 표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실제로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적 변화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는 2006년부터 채식과 비채식 제품에 대해 의무적으로 기호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쉽게 채식 제품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채식 제품에는 녹색 기호를, 비채식 제품에는 갈색 기호를 부여하고 있으며, 표기하지 않거나 잘못된 표기가 발생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소비자의 신뢰를 증대시키며, 채식 선택을 쉽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도 채식식품에 대한 안전규정(FSSAI)에서 규정한 채식주의 인증 마크 ⓒ 인도정부
채식 인증 마크의 부재와 혼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은 국가공인 채식 인증 마크의 도입이다. 한국에서는 민간 인증기관이 다양하고 기준이 다르지만, 이를 국가공인 인증 마크로 통일하면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증 마크는 단계별로 구분해야 하며, 채식 식품의 성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복합 조미식품에서 사용된 성분까지도 정확히 기재되도록 해야 한다.
권리를 향한 한 걸음
채식 선택권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개인의 신념과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중요한 권리이다. 채식 선택권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채식주의자들이 차별 없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채식주의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그들만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이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이를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채식선택권 확대"를 주제로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GCP) 활동의 결과를 담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