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공조본, 윤 대통령 출석요구서 대통령실 전달 불발16일 윤석열 대통령 출석요구서 전달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 관계자가 민원실 앞에서 전달하지 못한 상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에게 국가기관의 공문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처나 비서실이 문서를 수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 혐의 조사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16일 윤석열에 대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결국 수령을 거부당했다. 경호처는 문서수령이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고, 대통령비서실도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게 자신들의 업무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일견 맞는 말 같다. 대통령령인 '대통령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 3조는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보좌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는데, 현재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국정수행을 안 하니 보좌할 사무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섯 달 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걸 되새겨보면, 이같은 공문서 수령거부는 법령을 따르기 위한 게 아니라, 몽니부리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김용현 청문회 출석요구서 땅바닥에 내팽개친 대통령실
지난 7월 국회는 140만 명 이상 동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국회 청원'에 근거한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 7명에게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국회 법사위 행정실 직원들이 문서 송달을 시도했으나 대통령실이 문서 접수를 거부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7월 12일, 참다 못한 야당 법사위원 즉 김승원·전현희·장경태·이건태·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직접 출석요구서를 들고 대통령실로 갔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실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대통령실 서문 진입로 입구인 전쟁기념관 건너편에서부터 경찰의 바리케이드 봉쇄가 시작됐다. 30여분 동안의 몸싸움과 강력한 항의 끝에 의원들은 바리케이드를 통과해 대통령실 안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이건태, 이성윤, 장경태, 전현희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지난 7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수령을 거부해 출석요구서가 바닥에 놓여 있다. ⓒ 유성호
이후엔 더욱 가관이었다. 안내실 직원은 '키오스크에 방문자 등록을 하라'고 '안내'했지만, 등록을 해도 다시 '문서를 접수할 담당자를 부르라'는 '안내'가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도 안내실 직원에게 호통을 치지 않은 야당 의원들의 인내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의원들은 안내실에 출석요구서를 두고 떠났다. 이때 자신을 보안과장이라고 밝힌 자가 소리쳤다. "접수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 "접수과정을 지켜주십시오". 이 자는 출석요구서를 안내실 밖으로 들고 나와 땅바닥에 버렸다(
관련기사 : 국회 출석요구서 결국 길바닥에 버린 대통령실 https://omn.kr/29elz).
안내실은 이때의 경험을 되살려, 공조수사본부의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러 온 수사관들을 골탕먹였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수사에 대비하는 윤석열을 위해 하루라도 더 시간을 벌기 위한 '충심'을 발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헌법을 돌아보자.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공조본 "한남관저서도 윤대통령 출석요구서 전달 불발"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출석요구서 전달을 실패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무원이 봉사해야 할 대상은 최종적으로 국민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행위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설령 공무원 개개인이 윤석열의 내란 혐의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에도, 국가기관의 내란 혐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반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윤석열에 대한 수사방해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신분을 위협할 순 없다.
혹여, 이같은 헌법 조문에 따른다 하여 무슨 이득이 있겠나 의구심이 드는 이가 있다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한 검사가 했던 소신 발언 한 마디를 소개한다. 발언 당시 수많은 국민들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던 말이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 2013년 10월 21일 윤석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