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둔 14일 오후 한 학생이 '윤석열 탄핵' 부적을 이마에 붙이고 국회앞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법률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현재 상태는 대통령직은 유지한 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 상태다(헌법 제65조의 ③, 헌법재판소법 제50조). 잠시 봉인된 것일 뿐, 대통령 관저에도 그대로 머물고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도 유지된다. 물론 월급도 받는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언제쯤 대통령직이 박탈될까? 이는 혼란한 정국을 수습할 새로운 정부가 언제 들어설 것인가와 직결되는 중요한 질문이다.
법률상으로는 180일 안에 헌재가 결론을 내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38조). 전례를 살펴보면, 노무현 대통령 때는 63일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고, 박근혜 때는 91일만에 인용해 파면했다. 이번에는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만큼 대부분 전문가들은 헌재가 결국 파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그 시기도 박근혜 파면 때처럼 약 3개월이 걸릴까? 헌재 탄핵심판 속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점검해봤다.
① [4월 18일 두 명 빠지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마지노선, 최대로 길어지면 4개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모습. 현재 재판관 9명 중 3명의 자리는 공석이지만, 곧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4월에는 다시 2명이 퇴임하게 된다. ⓒ 연합뉴스
현재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3명이 빠진 6명 체제라는 점은 탄핵 인용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6명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원활한 탄핵심판 진행에 대표적인 장애요소로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번 달 안에 9명 체제가 완성되어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국민의힘은 판사 출신 조한창 변호사(법무법인 도울)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해 인사청문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3명 모두 국회 몫 재판관이라는 점에서 적극적 권한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한덕수 권한대행의 권한 문제는 헌법재판소장을 새로 지명하려 하거나, 또는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두 명(문형배, 이미선)이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18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때 심각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장 지명이나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은 모두 적극적 권한행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헌재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6명에서 심리를 개시하되 곧 3명이 합류해 9명 완전체가 되어, 다시 7명으로 줄어들기 전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최대한 절차적 내용적 흠결을 피하려 할 것"라며 "재판관 두명이 빠지기 전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본다면 최대로 길어질 때 4개월이다.
② [손준성과 이정섭의 그림자] 검사 탄핵과 대통령 탄핵은 질적으로 다르다

▲우원식 의장,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의결서 결재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일부에서는 헌법재판소법 제51조(심판절차의 정지) 적용에 의한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인데, 손준성 검사장 탄핵심판이 이 때문에 정지된 상태다. 또 일부에서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자료제출 요구)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는 수사기관에 기록을 요구할 수 있지만 수사나 재판 등을 이유로 거절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 실제 이정섭 검사 탄핵심판에서 검찰이 기록을 주지 않아 결국 기각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일개 검사 탄핵심판과 대통령 탄핵심판이 갖는 무게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에도 51조에 의한 심리 정지 주장이 나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형사재판과 별개로 끝까지 진행했다. 수사기관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헌재가 직접 증인이나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실제 박근혜 때도 그 권한을 적극 행사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절대 절차를 정지 안한다"면서 "형사재판 대법원까지 기다리려면 몇 년 걸릴 수도 있는데, 정지했다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손준성의 검사 권한 정지는 국가 이익에 별 문제가 없지만,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대행 체제가 된 건 비정상적 헌정 상황"이라며 "이것을 빨리 수습하고 회복시킬 책무가 헌법재판소에 있다"라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이번에는 수사를 검찰 뿐 아니라 경찰과 공수처도 하고 있고, 결국 특검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이정섭 탄핵심판 때와 같이 비협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무용지물 불소추 특권] 구속·기소가 헌재보다 앞선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나선 경찰 국수본'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들이 11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며 압수물 박스와 포렌식 장비를 옮기고 있다. 국수본은 이날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일부 자료만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2024.12.11 ⓒ 연합뉴스
오히려 수사기관이 헌재의 탄핵심판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이 형사상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의 예외인 내란이라는 점은 탄핵심판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중요한 포인트다. 박근혜 때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직무정지 상태라 하더라도 대통령 현직이기 때문에 체포·구속·기소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에는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2016년 12월 9일) → 헌재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2017년 3월 10일) → 박근혜 구속(3월 31일) → 기소(4월 17일) 순서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구속과 기소가 헌재보다 앞설 가능성이 크다.
임지봉 교수는 "지금은 내란죄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체포도 하고 기소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헌재의 탄핵심판도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장유직 변호사는 "지금 이 수사 뿐 아니라 창원지검의 명태균 수사도 있고, 이제는 막기 힘든 김건희 여사 특검도 있다"면서 "수사기관의 움직에 따라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면 헌재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④ [최대 변수는 작심한 윤석열] 하나하나 다툰다?... 탄핵 사유는 내란죄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반면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는 피소추인 대통령 윤석열의 대응이다.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발표한 담화와 그 이틀 전인 12일 담화에서 이미 윤 대통령은 끝까지 다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핵심 논리인 '대통령의 통치행위론' 주장을 헌재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지만, 관련자들을 전부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나설 경우 탄핵심판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리 논쟁을 거의 안 했다"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논쟁을 하겠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내란죄가 워낙 큰 사안이고, 관련자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핵심 관계자로 꼽히는 사람만도 수십 명이고, 동원된 군인이나 경찰까지 다 하면 천 명이 넘는다. 이들을 일일이 증인으로 소환해 다투겠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염두에 둔 야권도 이번에 통과된 탄핵소추안을 내란 혐의 하나에 집중했다. 투표불성립으로 폐기된 1차 탄핵소추안의 경우 내란 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공천개입·여론조작 의혹 ▲부적절한 외교 기조 ▲거부권 남용 ▲위헌 시행령 통치 등도 망라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 삭제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 하나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와 더불어 윤 대통령의 지연 전술에 맞서는 측면도 있다.
⑤ [그래서 결국 얼마나?] "한 달이면 끝"부터 "박근혜보다 오래 걸릴 수도"까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탄핵심판은 한 달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 싶다"면서 "무엇보다 사안 자체가 너무 명확해서 헌재가 그걸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헌재가 아무리 재판기관이라지만,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형세가 매우 어지럽고 경제도 안좋고 그 와중에 국정이 마비된 상황인데, 헌재가 이것을 길게 끌 이유가 없다"면서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1월 말이면 결론을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김형연 전 법제처장은 "쟁점이 명확하고 이미 생중계 등이 되어서 증거가 많다"면서 "이 탄핵심판은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두 달 정도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이번 탄핵심판은 집중심리로 진행하면 2개월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때가 91일이었으니까 세 달 아니었나"라면서 "이번에는 그때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교수는 "박 대통령 때는 사안이 좀 복잡하고 형사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되기 힘들었다. 그래서 헌재가 직접 나서서 사실관계 확인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지켜봤고 증거도 충분하며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헌재는 직접 조사할 필요도 없이 기관들에게 다 기록 보내라고 할 것이다.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는 헌법재판관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도 "논점이 간단하고 드러난 사실이 많기 때문에 박근혜 탄핵심판보다는 짧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때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탄핵심판의 속도는 헌재가 어떻게 진행하느냐도 변수고 윤 대통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투느냐도 변수인데, 하나 확실한 건 윤 대통령이 끝까지 다툴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가 내년 4월 재판관 2명 퇴임 시기를 넘기면 장기화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6시15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직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월요일(16일) 오전 10시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할 재판관 회의를 소집했다. 문 소장 권한대행은 "변론준비절차에 회부하고, 수명재판관 2명을 지정하고, 헌법연구관TF를 구성하겠다"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재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수십 만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