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 즉 인간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명시했다. 동시에 이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헌법 69조에 따라 다음의 선서를 하고 취임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10조와 69조를 종합하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인간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다.
최근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12월 3일 밤,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지금도 아직 완전히 종식된 건 아니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 45년만의 비상계엄. 그것은 대통령이 야당으로 상징되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그간의 과정들을 하나씩 나열하기보다 서두에 언급한 인권과 관련해 중요한 지점에 초점을 맞춰보자. '체포자 명단'과 연관이 있다.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국방위 질의 과정과 검찰의 여인형 방첩사령관 구속영장 내용을 다룬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체포자 명단에는 15명 내외의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우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국회 증언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을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홍 차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과의 통화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 법사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등의 위치 추적을 요청받았다고 증언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도 국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직접 지시를 받았는데 '의결 정족수가 차기 전에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했다. 이를 재확인하듯,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지시하길 14명 정도의 요인들을 체포 후에 수방사 지하 벙커에 가두라 했다"라고 말했다.
그 사이에 내란 혐의로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인(노정환 변호사)으로부터 13일 새로운 사실이 추가됐다. 그것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위치추적을 요청한) 15명 명단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쭉 불러줬는데 (조지호 청장이) 한 명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 선고한 판사"라고 밝혔다. 그 판사는 김동현 판사로, 김 판사가 명단에 포함된 것은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이야기는 또 나왔다. 13일 낮 12시꼐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인 김어준씨는 참고인으로 나와 자신이 받은 제보를 폭로했다. "사실관계 전부를 다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걸 전제"로 말이다. 내용은 영화 시나리오와 유사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사살, 테러, 북한 소행 그리고 김건희 통일대통령?... 정신이 아득해진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13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체포되어 이송되는 한동훈을 사살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남소연
김어준씨가 12월 3일 비상계엄 무렵 자신이 국내 소내 우방국 대사관으로부터 ▲암살조(HID)가 가동되니 즉시 피신하라 ▲생화학 테러까지 동반될 수 있다 ▲미군 몇 명을 사살한 뒤 북한 소행으로 돌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게 한다 등의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김어준씨 본인 말대로 "워낙 황당한 소설 같은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충격적이다.
김어준씨에 따르면 암살조 대원들은 사복을 입고 행동하되 행동지침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①체포돼 이송되는 한동훈을 (북한군이 한 것처럼) 사살한다. ②(종북세력이자 반국가세력으로 분류된) 조국, 양정철, 김어준 등이 체포돼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하는 시늉(북한군이 종북세력을 구출하는 듯 보이게 위장)을 하다가 도주한다. ③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인민군 군복)을 매립한다. ④일정 시점 후에 군복을 발견하고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다. ⑤일부 미군을 사살한 뒤, 미국이 북한 폭격을 하게 유도한다. ⑥북한산 무인기에 북한산 무기를 탑재해 사용한다.
위 암살조 내지 공작조의 담당 부대는 김병주·박선원 두 민주당 의원에게 직접 문의하라고 했다. 김어준씨는 또한 윤석열 부인 김건희와 관련해선 ▲김건희가 OB(전직 기관 요원)들에게 계속 독촉 전화를 하고 있다 ▲김건희가 미래에 한반도의 통일 대통령이 될 것을 꿈꾸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것이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이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증언과 정황을 맞춰보면 이렇다. 윤석열과 김용현(국방부장관)이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 정보사 등의 우두머리 장군들과 공모해 한동훈을 사실하고, 언론을 동원해 '북한군 소행으로 여당 대표가 살해됐다'고 알린다. 또한 조국 대표 등을 북한군이 구출하려는 '그림'을 만든다. 이를 미끼로 비상계엄을 정당화한다.
그 기간 동안 포고령을 통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인권을 제한하고 파시즘 체제를 구축한다. 이런 사회는 정권의 공포 정치에 순응하는 존재만 살 수 있다. 그리고 김건희는 '통일 대통령'을 꿈꾼다. 갈수록 황당함이 극에 달하지만, 진위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마땅해 보인다.
헌법은 어디 가고... 자기와 부인에 해로운 존재 처단하려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3월 10일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헌법을 준수하고 인권을 보호해 국민 행복을 증진시키는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대통령이 자기와 부인 그리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힘에 '해로운 존재'들을 계엄을 계기 삼아 체포·구금·제거하려 했다. 심지어 "사살"이란 말까지 나왔다.
나아가 그런 범죄를 "북한군"의 소행으로 위장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새로운 '북풍'을 조장해 분단 이데올로기와 반공 의식을 강화하려 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등에 업은 북한 침략을 시도하려고도 했다. 작게는 요인 암살을, 크게는 한반도 전쟁을 획책한 것이다. 엄청난 범죄 시나리오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깃들어 있다는 의미다.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 속에 '민주주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특히 김어준씨가 폭로한 제보 이야기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점들이 많아 조심스럽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만 보더라도 2024년 대한민국은 결코 '인권 국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폭력국가'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온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선 7일 탄핵소추안 1차 표결 때 대국민담화를 하고 퇴근한 이후로 닷새만인 12일에 출근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30여 분 대통령실에 머물다 퇴근했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법은 하나뿐 '탄핵-직무정지'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인간존엄성·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게 보장해야 함에도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고만 했다(12일 담화). 그러고선 '계엄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선포한 것이고,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며,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체포자 명단이나 암살 시나리오, 국회·선관위 등 기관 침탈 등이 입법·사법·행정 전반에 대한 내란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가 '군통수권자'로, '행정부 수반'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한 이 내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답은 자명하다. 여야를 떠나 윤석열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키고 국민 행복추구권을 확보하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오늘(14일) 윤석열 국회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 국민의힘이 예전처럼 비겁하게 숨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에 부응해 당당히 찬성표를 던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힘에 돌아갈 호칭은 '내란 부역자'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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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수돌씨는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