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의 사망률(연령표준화)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나 전체 인구집단 대비 1.8배~4.18배에 이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이태진 외 2022)에 따르면, 홈리스의 사망률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각하고 악화하는 홈리스의 죽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요? 홈리스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무엇을 바꾸자는 다짐일까요? 2001년부터 동짓날을 즈음해 열리는 홈리스추모제(12.20.19시, 서울역광장)를 앞두고 '2024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주거', '공존할 권리', '추모'를 주제로 세 차례에 걸친 연속 기사를 작성합니다.
'홈리스 상태'란 한 개인에게 적정 수준의 거처가 부재한 상태, 그래서 그가 집이 아닌 곳, 집답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거리, 쪽방, 고시원, 여관, PC방, 찜질방, 비닐하우스, 시설 등이 그러한 장소의 예입니다.
한 개인이 홈리스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실직, 파산, 재해, 가정해체, 가정폭력, 성폭력 등으로 기존 거처를 상실하거나, 기존 거처로부터 피신하는 경우 등이 사례로 언급되곤 합니다.
그러나 홈리스 상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할 주거가 적절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고 지속됩니다. 홈리스 상태의 발생과 지속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주거권 보장'이라는 책임을 저버린 결과입니다.
위태로운 공공장소, 위태로운 홈리스 인권
집다운 집을 박탈당한 '홈리스'가 잠을 자기 위해, 밥을 먹기 위해,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향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공공장소입니다. 어느 곳을 가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세상에서 공공장소는 사실상 홈리스에게 유일한 대안입니다.
그러나 공공장소는 모순되게도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아닙니다. 홈리스는 민간이 운영하는 영업장에서 쫓겨나는 것만으로 모자라 공공장소에서도 퇴거 조치를 당합니다. 민간사업자에게뿐만 아니라, 공권력으로부터도 부당한 강제 조치를 당합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폭력 피해를 당하기도 합니다. 홈리스의 생활 공간에 무단으로 난입하여 거처와 집기를 훼손하고, 이를 촬영하여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 유포하는 일이 공공 역사 등지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홈리스의 인권은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형벌화' 조치 중단, 공공장소 이용 권리 보장

▲지난 6월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내부 통로에 설치된 안내판“노숙자 구걸행위 금지”, “고객분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도움 주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다. ⓒ 홈리스행동
홈리스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활동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조치를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라고 합니다. 주거 박탈의 상태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노숙' 행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걸' 행위를 억압하고 막아서는 것이 그 예입니다.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습니다. 지하도와 광장을 지나는 행인에게 위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홈리스는 퇴거당하고, 삶을 지탱하기 위해 모은 물품은 폐기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관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 같은 조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홈리스행동이 발표한 <2024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3년 5월 ~ 2024년 5월)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홈리스의 비율은 34.6%입니다. 이들 중 무려 72.2%는 민간 용역 경비원으로부터 퇴거를 요구받았다고 답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공공장소에서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한 홈리스는 51%로, 이들 중 94.3%는 법률상의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불법'검문이었습니다. 지난달에는 서울시청 관리 인력이 행색만을 이유로 한 홈리스를 '위험인물'로 규정하여 무단 촬영을 시도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홈리스는 민관에 의해 위해를 끼치는 존재로 낙인찍히고, 그에 따라 공공장소 이용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인권에 기반한 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하겠다는 알맹이 없는 답변만을 늘어놓을 뿐입니다.
한편, 유엔(UN) 주거권 특별보고관과 극빈과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올해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여, 공공장소에서 홈리스를 퇴거시키는 조치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정부는 이들의 '공공장소에 머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심지어 서울시 또한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을 통해 '노숙인'은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제1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조치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제6조) 밝히면서, 이를 위해 서울시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또한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적 소유가 질서인 세상에서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은 갈 곳이 없습니다. 홈리스에게 공공장소 이용 권리를 빼앗는 것은 곧 존재의 삭제를 의미합니다. 홈리스를 몰아내고 처벌하는 것은 그저 홈리스 상태를 더욱 심화시킬 뿐입니다.
'노숙'은 주거 상실의 상태이지 '범죄'가 아닙니다. 형벌화 조치를 중단하라는 것, 공공장소 이용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은 홈리스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요구입니다. 홈리스가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정부는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 중단, 안전하게 머물 권리 보장
형벌화 조치와 함께 홈리스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역에서 한 홈리스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공권력은 홈리스를 감시하고 검문할 뿐, 범죄로부터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며 홈리스의 거처를 훼손하고, 홈리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등의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홈리스를 모욕하고 괴롭히는 장면이 무차별적으로 송출되기까지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홈리스의 권익을 보장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할 책임을 지지만, 일련의 사건 이후에도 서울 중구청은 홈리스의 안전 관련 대책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없다"고 답하였습니다.
서울특별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는 홈리스 인권을 보장할 방안으로 오직 홈리스 시설 종사자에 대한 인권 교육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켜지지 않는 법령, 허울뿐인 법령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권력조차 홈리스를 단속하는 현실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혐오 범죄를 막기란 더욱 막막한 일일 것입니다.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 홈리스를 더욱 위험하고 열악한 곳으로 내모는 형벌화 조치가 중단되어야 함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홈리스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종사자 교육'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홈리스 인권의 '방패'를 자처해야 할 것입니다.
차별을 넘어 공존의 세계로

▲홈리스를 밀어내는 서울시 포위의 날 · 권리 광장 선포 행동지난 9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홈리스를 밀어내는 서울시 포위의 날 · 권리 광장 선포 행동> 참여자들이 홈리스의 공존할 권리의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만장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홈리스행동
지난달 말, 서울 숭례문 인근의 한 지하도에서 불이 났습니다. 한 개인이 지하도 내 홈리스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홈리스의 물품에 불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적지 않은 물품들이 불에 탔습니다. 슬리퍼를 신은 맨 발로 초기 진화에 나섰던 한 거리 홈리스는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혹한기를 앞두고 "연기가 배어들어 다 못 입게 되었다"고 허탈해 하며 다시 옷을 구하러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실패는 개인을 홈리스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고, 홈리스 상태에 놓인 개인의 안전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현실 속에서 홈리스는 쫓겨나고, 검문 당하고, 죽임을 당해 왔습니다. 그렇게 홈리스 인권은 낭떠러지에 다다랐습니다.
매년 동짓날, 거리와 광장과 지하도에서 사그라진 홈리스를 추모하는 홈리스추모제가 열립니다. 홈리스 상태가 지속되는 이유, 홈리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와 배제의 역사와 구조를 알기 때문에 홈리스추모제는 단순히 그들을 추모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며 빈곤을 지속시키는 작금의 체제에 요구합니다.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홈리스의 생존을 위협하는 차별과 혐오 또한 중단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엄중한 책무로 인식해야 합니다. 홈리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모두의 주거권과 함께 주거 박탈의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공존할 권리에 대해, 우리 함께 외칩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주장욱씨는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