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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이후로 쏟아져 들어오는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기사들을 보며 궁금했습니다. 시민기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그래서 직접 들어봤습니다.[기자말]
분노한 시민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희의장을 떠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을 중계방송으로 보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희의장을 떠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을 중계방송으로 보며 침통한 모습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뉴스에는 거의 매일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가 꽤 있습니다.(대단하죠?) 대부분 뉴스에 민감한 사회, 정치 분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분은 아니었습니다. 사는이야기를 주로 쓰는 최은영 시민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이틀 연속은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게 삼일, 사일... '어? 또 쓰셨네?'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기자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

- 12월 3일 이후 매일 내란 사태 관련 기사를 쓰셨더라고요(질문지 보낸 지난 10일 기준). 4일 비상계엄 해제 후 맞은 일상, 너무 소중하다, 5일 비상계엄이 해제된 날, 비엔나 분리파를 만나다, 6일 코스피가 급락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 7일 투표 불성립, 끝이 아니다... 광장의 떨림을 기억하는 밤, 8일 자리를 지키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105명에게, 9일 '질서'가 이렇게 간절한 적이 없다까지. 문화부터 정치까지 다양하던데 아이템을 어떻게 찾으셨어요?

"제가 원래는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 이야기나 딸의 사춘기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소재를 얻다 보니 아이템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뉴스에 눈이 가더라고요. 뉴스를 보다 보면 제 일상이나 생각과 연결되는 부분이 자꾸 떠올라서, 혹은 화를 참기가 힘들어서 이렇게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 ⓒ 연합뉴스/AFP

- 3일 이후로 쓴 기사는 등급이 잉걸부터 으뜸까지 다양합니다.

"등급은 별로 신경 안 써요. 글을 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결과에 집착할 수 있겠어요. 뉴스를 종일 듣고 있으면 답답하고 화가 나요. 그래서 안 들으면 뭐가 또 업데이트 됐는지 궁금해요. 그러니 결국 듣게 되는데 들으면서 또 짜증이 나요.

그 와중에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고 차분해지더라고요. 그런 게 좋아서 씁니다. 안 그러면 너무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면서 저를 피곤하게 하거든요. 요새는 기사 쓰기가 제 정신 건강을 다스리는 명상 같아요."

- 12·3 내란 사태 이후 관련 기사가 실제 많이 들어오는데요. 기자님만의 차별화 전략 같은 게 있었을까요?

"요즘 기사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읽다 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잖아요. 저는 최대한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리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점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죠."

- 이번 내란 사태로 뉴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최근 4년간 본 뉴스보다 (지난 3일 이후) 4일 동안 본 뉴스가 더 많긴 합니다. 시민기자가 아니었다면 보는 걸로 끝났을 거 같긴 해요. 시민기자로 글을 쓰는 일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사고의 깊이를 변화시켜 준 거 같아요. 특히 지난 번에 자리를 지키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105명에게 기사 보냈을 때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서 쓰라는 피드백을 주셨잖아요. 그렇게 해보니까 뭔가 더 선명해지고 공부하는 거 같아서 좋더라고요.

블로그에 쓸 때는 진짜 자기검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 오마이뉴스 같은 공적 공간에 글을 쓰는 건 설레는 책임도 있으면서 가끔은 무섭고 부담스럽기도 해요(기사 보내기 전에 '삭제 안 된다'에 체크하라고 뜨잖아요. 그게 무서워요). 물론 그럴 때마다 '세상은 내게 관심없어! 조회수도 낮잖아!' 하면서 빨리 털어 버리긴 합니다만.

동시에 기사 쓰는 일이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일이기도 해 뿌듯해요. 시민기자를 하지 않았으면 제가 좋은 의미에서 '눈치 보며' 글을 쓸 일도 없었겠죠. 그 눈치가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제 자신의 한계를 넓혀가는 기회를 주는 거 같아요. 그래서 글쓰기 수업이나, 책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시민기자 같이 하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 유성호

- 탄핵 집회에는 가보셨나요?

"지난주 탄핵집회는 참가 못했어요. 솔직히 국민의힘이 투표조차 안 할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시험 끝난 아이가 집회에 가고 싶다고 해서 이번 주말 14일에는 함께 가려고 합니다."

오는 14일은 국회 본회의에서 또 한 번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는 날. 사춘기 아이와 함께 광장으로 나갈 계획인 최은영 시민기자가 이번에는 어떤 시각으로 탄핵 집회를 들여다볼지 궁금하다. 추후 그가 쓰는 기사를 눈여겨 봐주시길.

최은영 시민기자는,

시니어 글쓰기 수업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이라는 시리즈 https://omn.kr/27fc4를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또한 '싫지만 마주해야 하는 사춘기를 좀더 부드럽게 보낼 수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반갑다 사춘기https://omn.kr/28ykq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윤석열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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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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