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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망국적 국헌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중략) 원전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성장동력은 고사될 거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담화를 TV로 보고 있다. ⓒ 연합뉴스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문 내용 중 일부이다.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였다고 역설한 그는 망국적 국헌문란 세력으로 규정한 거대야당이 국정을 주도한다면 원전,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성장동력은 고사하고 중국산 태양광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할 거라고 주장했다.

가치판단을 떠나서 사실관계에 부합한 주장일까?

[팩트1] 태양광 산림파괴 논란은 2020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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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산림청이 공개한 태양광 목적 산지전용 허가면적은 이렇다.

2010년 30ha
2011년 21ha
2012년 22ha
2013년 44ha
2014년 176ha
2015년 522ha(전년 대비 3배 증가)
2016년 529ha
2017년 1435ha
2018년 2443ha
2019년 1024ha (전년대비 절반감소)
2020년 229ha (전년대비 1/3 감소)
2021년 32ha (6월까지)

2013년부터 꾸준히 늘어오던 산지전용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폭발적으로 늘다 환경파괴 논란이 심해지면서 경사도 등 전용 규제가 강화된 뒤 산림청 허가가 매우 엄격해지면서 2018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든 추세다. 2018년 이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런 일이 있었다.

- 산림청 산지전용허가 경사도 기준강화 : 기존 25도 --> 15도 (2018년)
- 환경부 백두대간, 보호생물종 서식지 등 생태자연도1등급 지역 '회피지역' 규정
경사도 15도 이상 지역 '회피지역' 규정
동물 이동로 능선 등 생태자연도2등급 지역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지역' 규정
(2019년 10월부터 적용)

태양광 보급 초기 기후대응의 시급성을 내세운 정부정책의 부작용이 사회적 논의와 법제화를 통해 바로잡혔고 현재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팩트2] 태양광 산사태?... 허가 건수의 0.1%

 태양광 발전 시설
태양광 발전 시설 ⓒ pixabay

태양광 산지전용 문제와 함께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를 유발한다'는 설이 동반된다. 그러나 이 또한 과장됐다. 지난 2020년 8월 산림청은 전국의 산사태 피해지역 1548건(627ha)에 대한 분석결과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는 총 12건으로 전국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1만2721건의 0.1%에 해당하고 이는 전체 산사태 발생 건수 1548건 대비 0.8%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시 산림청장은 "이러한 통계 상의 수치로 볼 때 금년의 산사태는 산지 태양광시설과는 깊은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팩트3] 중국산 태양광 패널 비중은 오히려 윤석열 정부 들어 급증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태양광 셀 중 중국산 비중은 74.2%에 달했다. 지난 2019년 33.5%였던 중국산 비중이 4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난 거다. 반면 국산 셀 비중은 2019년 50.2%에서 지난해 25.1%로 크게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기간 중 일어난 일이다.

원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2008년 이후 전 국가적인 재원을 투자한 중국의 태양광 패널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높아져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의 공급망을 장악한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의 88.2%, 웨이퍼의 97.2%, 셀(태양전지)의 85.9% 및 모듈의 78.7%를 차지, 소재 공급부터 중간소재와 완성품까지 모든 분야 공급 사슬의 70~80%를 장악했다. 두 번째 원인은 온실가스 저감목표 하향조정, 재생에너지 지원축소 등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축소다. 국산 패널을 써줘야할 국내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경쟁력있는 패널제조업체는 이미 미국 등 새 시장으로 주력시장을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셀의 경우 중국산은 저가에 하품, 국산은 고가의 상품이라는 기존 등식이 이미 깨졌다고 지적한다. 가격 뿐 아니라 품질 면에서도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는 거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경쟁력은 지난 2008년부터 정부 지원의 폭발적 강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 무렵 우리 정부의 이명박 대통령도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만일 그 때 정부가 4대강 사업 대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강화에 나섰더라면, 태양광은 우리나라의 또 다른 효자산업이 되었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태양광 제조원리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제작원리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팩트4] 재생에너지 없이 반도체 경쟁력 없다

대통령이 언급한 반도체 등 미래성장동력을 보자. 원전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장동력의 미래는 재생에너지 100%를 써서 만들어야 하는 'RE100'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를 최대 24%에서 기업의 요청에 따라 38%까지 늘려 재설정했다.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1500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2050년 목표로 했던 RE100 달성을 2040년으로 앞당겼으나 대만 내 재생에너지 조달속도가 느리다는 판단 아래 미국 등 해외신규공장에 총 120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삼성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장 RE100 이행률은 평균 66.3%에 달하고 일부 이미 100%를 달성한 곳도 여럿 있지만, 국내 이행률은 10%가 안 되는 8.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특별법 국회통과 기다렸는데 정작 계엄선포가 떨어졌다

지난 11일 <오늘의 기후>를 통해 계엄선포 이후 흔들리는 국내 진출 외국계 풍력업계들의 동향을 전한 바 있다. 인허가에만 6~8년, 모든 주민설득 부담을 사업자에게 떠넘겨온 기존 관행을 바로 잡을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이 여야합의로 본회의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모든 게 탄핵정국으로 빨려들어갔고, 최소 수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던 외국계 풍력기업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한국 탈출 조짐까지 감지된다는 거다.

이런 현실 속에 중국산 태양광이 산림을 파괴한다는 철지난 속설로 재생에너지 확장을 여전히 폄훼하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기후대응 측면으로 보나 국가경쟁력 확보 측면으로 보나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참고자료]
- 김정수, '경사 15도 이상 산지에 태양광 발전시설 못 짓는다' (한겨레, 2019.10.19, 기사원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52469.html#cb)
- 선정수,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뉴스톱, 2021.10.13, 기사원문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191)
- 임성엽, '산림청 "태양광시설, 산사태와 관련 없어" (연합뉴스, 2020.8.13, 기사원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008131223589130229)
- 진경남, '저가 중국산 공세 강화…국내 태양광 시장 잠식 속도 빨라져' (그린포스트코리아, 2024.7.10, 기사원문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997)
- 김재현, '배터리 말고…中이 장악한 또다른 산업, 태양광' (머니투데이, 2023.4.23, 기사원문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41919253931264)
- 김진후, '업계의 섬뜩한 경고... "RE100 늦어지면 국내 대기업 해외로 나갈수도..." (전기신문, 2024.10.25, 기사원문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4977)
- <오늘의 기후> 2024.12.11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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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기후위기#태양광#산림파괴#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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