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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광주‧합천 사람들이 12.12 군사반란 등 범죄로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전두환(1931~2021)씨의 고향을 찾아 "12.12 전두환, 12.3 윤석열 내란수괴범 심판"을 외쳤다.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5.18기념재단 등과 함께 12일 합천에서 '심판의 날'을 진행한 것이다. 5.18기념재단은 버스를 타고 합천에 도착해 합천군민운동본부와 함께 행동했다.

이들은 맨 먼저 전두환씨 아호를 딴 이름이 붙은 '일해공원'부터 찾았다. 참가자들은 일해공원 표지석에 신발을 벗어 두드리기도 했고, 무너뜨리자면서 손으로 밀기도 했다.

▲ 합천 '전두환 공원' 표지석에 신발 두드리고 밀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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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들은 표지석에 "내란수괴 전두환 윤석열,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씌웠다. 이어 이들은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씨 생가를 둘러본 뒤 합천군청을 찾았다.

이들은 합천군청 현관 앞에 "내란 부추기는 전두환 공원, 합천군도 동조자"라고 쓴 펼침막을 붙여놓기도 했다. 합천군은 옛 새천년생명의숲 명칭을 2007년에 일해공원으로 바꿨다.

"전두환의 흔적을 철거하라"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와 5.18기념재단은 회견문을 통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은 시계바늘을 1979년 12월 12일로 되돌렸다. 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실탄을 든 군인들, 깨진 유리창은 우리에게 과거의 악몽을 생생히 상기시킨다"라고 했다.

이들은 "내란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12.3 사태는 결코 정신 나간 작자의 우발적 행위로 축소할 수 없음이 확인되고 있다"라며 "행정부의 각료들, 군 수뇌부, 여당 국회의원들, 경찰과 국정원 등 헌정질서를 지켜야 할 모든 이들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내란 범죄를 저질렀다. 이렇듯 12.3 사태는 79년 전두환이 주도한 12.12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했다.

'12월 12일'에 대해, 이들은 "국민들에게는 경술국치와 같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참혹한 날이다. 그러나 합천군은 자신들이 설립한 생가 안내문에서 12.12를 합수부 수사의 해프닝으로 축소하며, 온 천하가 다 아는 내란죄를 덮었다. 전두환, 그자를 기념하고자 우리 국민의 68억 세금으로 공원까지 만들었다"라고 했다.

"용서받지 못할 자에게 용서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 용서는 추종자를 양산하고, 그들은 곳곳에서 암약하며 어둠의 씨앗을 퍼뜨린다. 엉킨 역사의 매듭을 푸는 일은 우리의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며, 현재를 회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올바른 역사를 남기는 중대한 책임이다."

합천‧광주 사람들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데 한 마음"이라며 "쿠데타 원조 박정희와 가장 끔찍한 원흉 전두환을 청산하는 것에도 한마음, 한뜻이며 우리를 경상도와 전라도라는 지역으로 나누고 가를 수 없다"라고 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와 5.18기념재단은 "수사기관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고 구속하라. 국회는 하루빨리 윤석열을 탄핵하라. 전국의 행정기관은 전두환의 상징적 조형물과 기념물을 철거하라. 국회는 전두환 기념사업과 기념물 조성 금지 법률을 제정하라. 합천군은 지금 당장 공원의 이름을 변경하고 전두환의 흔적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합천군수-합천군의회에 보낸 공개 항의서한문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합천군수와 합천군의회에 보낸 공개 항의서한문을 통해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

원 이사장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정당성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폭력‧불법성을 세계 시민들이 적확하게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는 시점에서, 5.18기념재단은 학살자 전두환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이 합천군 내에 존치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가 크다"라고 짚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시작된 "전두환을 찬양하는 공원 폐지 및 관련 법률 제정 요청에 관한 청원"에 이미 9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했다는 사실도 언급한 그는 "이것은 150만 광주시민과 전 국민 및 해외 동포들 뜻과 다름없으며, 앞으로 국회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5.18기념재단은 "민생과 국정 안정이 시급한 현 상황에서 불필요한 행정력이 소모되기 전에, 전 국민의 뜻을 수용하여 합천군이 일해공원에 관한 실정(失政)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주길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원 이사장은 "공원 명칭을 '생명의숲'으로 복원할 것", "합천군청 내 전두환 식수와 생가 등에 관한 국내 역사‧기념시설 전문 연구자의 의견을 수렴, 전 국민 의견수렴 등 전문적이고 민주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향후 존치 및 운영 방안을 수립하여 전 국민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 합천군청 뜰에 있던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파내 옮겨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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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뜯어내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뜯어내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뜯어내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 뜯어내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이날 참가자들은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을 뽑아버렸다. 전두환씨가 1980년 9월 5일 합천군청을 방문해 심은 나무 앞에 있었던 표지석으로 한자로 "전두환 대통령 기념식수. 1980. 9.5"라고 새겨져 있었다.

한편, 아래는 정선호 경남작가회의 회장이 이날 낭독한 시 전문이다.

합천에는 생명의 숲이 있다
- 정선호 경남작가회의 회장

21세기가 시작되며 공원이 황강 옆으로 들어서자
합천의 몇몇 정치인들과 지역민들이
공원 이름을 일방적으로 '일해공원'으로 정했다

많은 국민을 죽이고 독재를 했던 전두환은 죽었지만
그가 만든 정당의 후예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은 반성과 사과 없이 죽은 전두환을 찬양하며
수 십 년 동안 일해공원으로 불리게 했다
분단의 아픔을 악용해 많은 죄 지은 이의 아호를
공원 이름으로 정해 만든 치욕의 역사가 흘렀다

황강의 강물은 쉼 없이 흘러왔고 흘러갈 것인데
몇몇 정치가들과 지역민들이 그걸 막았지만

그럼에도 황강의 강물처럼
합천의 의로운 사람들과 전국의 뜻 있는 사람들이 뭉쳐
끝내, '생명의숲' 이름을 되찾고
생명의 숲에서 평화와 통일을 쉼 없이 노래하리라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12일 합천에서 열린 "12.3 윤석열, 12.12 전두환 군사반란 심판의 날". ⓒ 생명의숲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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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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