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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대구YMCA 통일글짓기 대회 포스터.
오마이뉴스-대구YMCA 통일글짓기 대회 포스터. ⓒ 오마이뉴스

제7회 <오마이뉴스> 주최 통일염원 글짓기대회 심사평을 올려드립니다. 올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청소년들이 훌륭한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심사는 김규원 경북대 명예교수와 최영 시인이 맡아주셨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고 경북대에서 퇴직했으며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마음 떠난 그림자> 등이 있습니다.

최영 시인은 1997년 <신라문학>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경북작가회, 현대불교문인협회, 삶과 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좋은 시 알리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집 <바람의 귀>로 문학나눔에 선정됐고 <나는 고요한 나라에 닫고 싶다> 등이 있습니다.

수상을 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수상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오는 20일 오후 3시 대구YMCA 청소년회관 1층 카페에서 열립니다. 수상자들에게는 별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심사총평]

통일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줄 안다. 일상생활에서 겪어보지 않은 대상을 표현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곱 번째 통일염원글짓기대회에 응모한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수준 높은 시와 산문이 꽤 많다는 것이다.

심사자로서는 그만큼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우수한 글들이 많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이지만, 그 반면에 한정된 시상 숫자로 인하여 수상 탈락하게 된 아까운 작품도 적지 않은 것이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심정으로, 일반적인 심사기준에 더하여 이번에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글쓴이의 체험에 바탕을 둔 진실성이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자기 느낌이나 생각을 드러냄으로써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정도이다. 상상력과 창의력 못지않게, 통일의 주제에 부합하는 글로써 당위론적 사고를 넘어선 절실한 감정이입의 여부를 주안점으로 삼았던 것이다.

[산문]

좋은 산문들이 많아서 읽어보는 이의 감동이 컸음을 최우선적으로 밝히고 싶다. 하지만 정해져 있는 시상 등급을 정하는 일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고민한 결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들면서도 상투적인 규범으로 이끌어낸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준에서 골라낸 글들이 다음과 같았다. 김라윤의 '보고 싶은 북쪽 친구에게', 서은성의 '보낼 수 있는 편지', 오승아의 '함께 아리랑', 배승아의 '비무장지대, 한반도 전역으로', 이지윤의 '그 너머', 유시윤의 '보고 싶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학살', 김규민의 '빨간색과 파란색, 하나가 되는 날', 권율하의 '친구야, 북한은 어때? 북한도 그래?', 백이현의 '내가 그렸던, 우리가 그려갈', 엄중현의 '북한에서 피는 꽃'이 해당된다.

이들 작품들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심사자에 따라서 보는 관점과 느낀 인상에서 차이가 날 것임을 당연지사라고 받아들인다.

한 가지 지적해둘 사항은, 예년에도 산문 부문에 특히 해당한 것으로, 공지된 원고분량 제한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편의 소설 작품으로 인정할 정도로 좋은 글을 출품한 경우가 눈에 띄었지만 선정할 수 없었는데 그 문학적 재능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문 부문에서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격려의 인사를 전해주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 초등부문은 김송윤(별가람초등학교), 중학생에서는 최정민(전주온고을중), 장사윤(문산북중), 윤수민(대구상원중), 그리고 고등학생으로는 김연재(보림고), 김유정(홍익디자인고), 신현지(목포고), 이윤서(전남과학고)를 들 수 있다. 지금의 아쉬운 마음을 앞으로 더 좋은 글로써 승화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응모한 학생들 모두에게 머지않은 미래에 찬란하게 밝은 날이 오기를 빈다.

[시]

시는 마음의 밭에 풀을 뽑는 호미 같은 도구다. 심어져있는 통일이 잘 자라도록 시의
도구로 풀은 뽑고 거름은 줘야만 한다. 자꾸만 돋아나는 풀을 뽑으려면 햇빛과 바람과 사회와 역사에 시의 도구를 비춰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생들의 시 작품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정원준 학생의 '고향의 봄'과 진해온 학생의 '광화문에서' 안현택 학생의 '오쟁이 떡' 김은우 학생의 '돌아오지 못한 손님' 모두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로 잘 절제되어 있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고향의 봄'은 분단의 한이 담담하게 펼쳐지면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화면 속에서 웅크린 채 눈물을 줄줄이 흘리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할아버지의 유년기 같다는 표현 앞에서 독자들은 눈시울이 붉어진다. 슬프면서도 정겨운 모습에 한참을 머물게 하는 탁월한 솜씨는 오랫동안 시를 가까이 해야만 가능하다.

좋은 시를 발견하는 순간 눈이 커지면서 행복해진다. 진해온 학생의'광화문'에서도 내 눈이 커졌다. "독수리 부대 철갑부대 댓글부대 취업부대 입시부대/그리고 촛불부대 엄마부대 태극기부대", "무엇을 해보자고 저리 부추기는 걸까", "버스안 사람들은 아랑곳 없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 휴대폰을 보거나 풋잠에 매달려" 사회의 심각함을 시의 언어로 스케치 하는 능력이 놀랍다.

안현택 학생의 '오쟁이떡'은 독자들을 동화의 세계로 데려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할아버지께 술떡을 드려요", "할아버지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시며 오쟁이떡이구나" 끝까지 오쟁이 떡이라고 우긴다. "내가 한 점 먹을 때 세 점을 드시는 할아버지" 입안에 퍼진 쌀과 팥의 향기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서 철조망을 넘어가는 상상을 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김은우 학생의 '돌아오지 못한 손님' "동네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은 다 있던 만물상회", "그러나 할아버지에게 필요한 건 아무 것도 없던" 삼팔선 너머에 있는 고향이 만물상회에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끝내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한 증조 할아버지의 아픔을 잘 형상화했다.

중학생의 시에서는 서송연 학생의 '통일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노래'가 돋보였다. 세 편의 작품 중 두 편은 너무 길어서 세 번째 작품을 올려놓았다. "어둠은 영원하지 않으니/ 새벽은 늘 가장 고요한 순간에 온다" 통일 시를 다루는 솜씨가 중학생답지 않게 노련하고 스케일이 크다.

이희진 학생의 시 '열쇠'는 사람들의 마음을 구멍으로 형상화했다. "단합은/ 열쇠", "이상하게 단합이라는 열쇠는 차고 넘치지만 우린/ 그 열쇠를 찾지 못한다" 우리는 통일에 맞는 열쇠로 뭉쳐야 한다. 짧은 시지만 어수선한 이 시대를 잘 표현했다.

초등학생인 5학년 최재원 학생의 동시 '먼저 온 미래'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들떠있지 않다. 당연히 거창하지도 않다. "우리의 좋지 않은 시선까지/ 통과해야 하는 탈북민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이지" 미래의 선물을 차분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 참으로 예쁜 동시다.

윤호현 학생의 시 '북방쇠찌르레기는 좋겠다' 사람이 위대하다고 하지만 분단을 모르는 북방쇠찌르레기 보다 못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언제쯤 자유롭게 북에도 가고 아름다운 금수강산 너머에도 갈 수 있을까? 조여준 학생의 '이산가족'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희망을 걸지만", "현실은 반대", "그러나 희망이든 불가능이든/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지" 초등학생이지만 사회를 이성으로 직시하고 있다. 따뜻함도 잃지 않아서 당선작으로 올렸다.

출품작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좋은 작품이 많지만 당선작이 한정되어 있어 안타깝다.

#통일염원글짓기#시#산문#통일#글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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