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14일 개통을 앞둔 서대구역 승강장에 대경선 노선도가 붙어 있다. 대경선은 구미역과 경산역 사이를 50분 가량의 시간만에 연결할 전망이다. ⓒ 박장식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잇는 광역전철의 시대가 드디어 개막한다. 구미시와 칠곡군·대구광역시, 그리고 경산시 사이의 경부선 철도를 활용해 전철이 운행하는, 대구권 광역철도의 첫 노선, 대경선 전철이 14일부터 개통한다.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구미·칠곡·경산 지역은 대구광역시와의 교류가 특히 많은 지역이다. 많은 시민들이 통근·통학은 물론 여가를 보내기 위해 상호 방문하는 비중 역시 크다. 하지만 지금껏 값이 비싸고 환승 할인도 없으며, 매진을 걱정해야 하는 무궁화호·새마을호를 이용하거나 시외버스를 이용해 오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14일부터는 서울처럼, 그리고 부산과 울산처럼 교통카드를 찍고 구미와 대구, 경산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대경선 개통에 맞추어 대구·경북 간 교통카드 통합 환승 제도도 개편된다. 각 지역이 수도권 도시 못지않은 하나의 대중교통 생활권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수도권,부산·울산 이어 세 번째로... 대구, 광역전철 시대 개막
1974년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인선·경원선 등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서 물꼬가 트인 광역전철 시대. 하지만 수도권 바깥 지역은 이러한 광역전철의 시스템이 부재했다. 그나마 2016년 부산광역시에 동해선 광역전철이 개통했고, 2021년에는 울산까지 연장되면서 두 광역시가 광역철도의 수혜를 입었다.
그리고 이제 대구광역시가 수혜를 입는다. 2024년 12월 14일부터 대구권 광역전철, 대경선이 개통하기 때문. 구미역을 출발해 사곡·왜관·서대구·대구·동대구역을 거쳐 경산역까지 이어지는 61.8km 구간을 운행하는 대경선은 구미에서 경산까지 2,800원의 요금으로 4,000원의 무궁화호보다 저렴한 데다, 환승 할인까지 가능하다.
대경선 전철을 이용하면 비용이 감축될 뿐만 아니라 소요 시간 감소 효과도 크다. 표를 끊고 타야 되는 무궁화호·ITX 새마을과 달리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되기에 역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배차간격은 일반열차와 비슷하거나 더욱 짧아 편리하고, 소요 시간 역시 구미 - 대구 구간이 41분이면 충분하다.
특히 대경선은 경부고속선 KTX가 개통하면서 비게 된 선로 용량, 그리고 KTX의 개통으로 비게 된 역사 내 유휴 공간을 광역철도를 위해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선로 증설·승강장 추가 개축 등 예산을 절감하고, 이용객들 역시 평소 이용하던 기차역에서 편리하게 광역전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서대구역 승강장에 '대경선 타는 곳' 표시가 붙어 있다. 대경선은 일반 철도의 승강장에 남는 유휴공간에 승강장을 건설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했다. ⓒ 박장식
당장 구미·왜관·대구역의 경우 16량 규모의 '장대 편성' 새마을호가 운행을 중단한 이후 승객들이 방문할 일이 없어진 승강장 끝의 남는 공간을 활용한다. 서대구역 역시 2022년 개통 당시 광역전철을 대비한 시설이 마련되었다. 다만 사곡역의 경우 역·승강장의 안전 문제가 큰 탓에 역 전체를 재건축했다.
특히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대경선의 개통으로 김천역 - 대구역 사이 경부선 구간의 무궁화호·ITX-새마을 등 일반열차의 좌석난 역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말·출퇴근시간이면 해당 구간은 북새통을 이루는데, 이로 인해 대전 - 부산, 대구 - 천안 등 장거리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열차 매진 등의 피해를 보곤 했다.
대경선이 개통하면 특히 구미역·왜관역과 대구역 사이에 이들 단거리 수요가 상당수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 한국철도공사가 갖는 기대감이다. 단거리 수요를 대경선에 집중케 하고, 중·장거리 수요를 확보하면서 무궁화호·ITX-새마을 등 일반열차의 수익성 역시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불편한 환승, 혼잡 대안 부족, 배차 간격 문제 해결 필요해
다만 대경선이 갖게 될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통 시점에서 대경선 광역전철은 세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모두 승객의 불편을 야기하는 문제이거나, 안전에 있어 심각할 수 있는 문제다.
가장 먼저 시내버스·도시철도와의 환승이 불편하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과의 환승이 예정되어 있는 대구역·동대구역의 경우 별도의 환승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1호선을 타고 대구역이나 동대구역에서 대경선으로 갈아타려면 지하철 역 밖으로 나와 기차역으로 들어간 뒤, 기차역의 대경선 승강장까지 다시 이동해야 한다.
특히 대경선을 이용하는 동선이 미리 마련된 서대구역, 역사 자체가 새로 지어지는 사곡역을 제외한다면 이용 편의가 이른바 '기차', 일반열차에 집중된 탓에 일반열차 승강장 끝까지 이동해 대경선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 동선 상의 불편 역시 존재한다. 주요 기차역에서는 KTX를 이용하는 인파와 맞물려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경선은 대구 도시철도와의 환승 할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칠곡·수성과 연결되는 3호선과 직접 연결되는 역이 없고, 동대구역·대구역에는 환승통로가 없어 불편 역시 클 전망이다. 사진은 대구 도시철도 3호선. ⓒ 박장식
혼잡 대안도 부족하다. 앞서 소개했듯 대경선이 오가게 될 구미 - 대구 - 경산의 경부선 구간은 혼잡 시간대면 한 열차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승하차하는 경우도 많은 혼잡 구간이다. 하지만 대경선의 승강장은 2량 편성의 열차만이 정차할 수 있게 지어졌고, 승강장 길이에 걸맞게 두 칸짜리 꼬마 열차가 운행할 예정이다.
도시철도 차량의 한 량 당 승객 정원은 160명. 두 칸짜리 열차의 경우 320명이 정원이 되는 셈. 구미와 왜관, 대구, 경산을 서로 잇는 수요가 매우 많다는 점, 그리고 광역전철 개통으로 인한 신규 수요 창출을 고려한다면 대경선 열차가 '대구의 김포골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역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나온다.
역시 연결되는 문제가 있다면 배차 간격이다. 당초 대경선의 배차 간격은 출퇴근 시간 15분, 일반 시간대 20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시간표에 따르면 열차 간격이 30분 이상 벌어질 때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한 시간가량까지 배차 간격이 벌어지는 경우도 존재해, 시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지하철 등 도시철도와 광역 전철에 기대하는 것은 '일정한 시간마다 열차가 운행하는 것,' 다시 말해 정시성이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짧게는 19분, 길게는 1시간 3분까지 벌어지는 등 편차가 심하다면, 이용객들도 이러한 교통수단을 신뢰하기 어려울 테다. 차후 배차 간격 조정을 통해 혼잡을 완화, 시민 편의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 사이 '교통 접착제' 역할, 기대되는 대경선

▲14일부터는 '경부선의 중간역'을 넘어 대경선 광역전철의 중간역으로 거듭날 경산역의 모습. ⓒ 박장식
그럼에도 대경선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미 있는 철도망을 활용해, 광역교통망의 개선을 이루어 지역 균형 발전의 물꼬를 트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경선 개통에 맞물리는 12월 14일부터 대구광역시를 포함해 경산·영천·구미·김천시, 칠곡·성주·청도·고령군 등 9개 지자체가 대구권 광역환승제를 정식으로 실시한다.
이에 따라 구미에서 영천까지, 성주에서 김천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환승 할인을 받으며 저렴하게 상호 지역을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모든 일반 버스와 도시철도가 무료 환승되고, 대경선 역시 대구권 광역환승제에 포함되면서 환승 할인을 받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대경선은 단순한 광역전철의 개통이라는 의미를 넘어 대구와 경북 사이 교통 편의를 높여주는 접착제 역할로서의 의의를 지니게 되었다. 대경선의 개통으로 비단 광역전철을 이용하는 승객 뿐만 아니라, 시내버스를 이용해 왕래하는 승객들 역시 더욱 편리하고 간편하게 서로의 지역을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대중교통 활성화는 경부고속도로·신천대로로 대표되는 지역 내 도로교통 정체를 해결하고, 공업지역이 많아 불가피하게 많은 교통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지역에 있어 얻어가는 것이 많은 개통인 셈이다.
다만 눈에 보이는 문제점이 승객들의 이동 편의에 큰 불편을 줄 것임은 아쉽다. 신동역 등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역에 정작 광역전철이 정차하지 않는 문제도 지역 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이러한 아쉬움을 딛고, 대경선이 향후 대전·광주 등으로 이어질 광역 교통망 확충의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