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고 야 6당은 바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지난 7일 5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과 탄핵 소추안 표결을 같이했으나 김건희 특검법은 198표로 부결되었고 탄핵 소추안은 국민의힘 대부분 퇴장으로 불성립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소추안에 대해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조 최고위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7일째인데 온 나라가 시계 제로인 거 같아요. 지금 상황 어떻게 보셨어요?
"정치권은 극도의 혼란 상황인데 반해 국민들은 아주 차분하고 냉정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야 6당들이 윤석열 내란 사건에 대해서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건 결국 민심이 이 문제 처리에 대한 방향을 일관되고 강력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죠. 야당들이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고 그간 갈등 대립도 많았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단일 대오를 형성해서 나가는 게 다 이런 탓이라고 봐야겠지요."
- 9월 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이 계엄 가능성에 대해 얘기할 때 조 최고위원은 '군대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비판하셨는데.
"왜냐하면 지금 육군 참모총장이 육사 3년 선배고 나머지 사령관들도 다들 1~2년 선배로 저랑 같이 생도생활을 했고 87년 민주화된 이후 육사를 졸업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평상시에 육사 동기나 선후배들 만나봤을 때 쿠데타나 계엄 같은 건 정말이지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꿈에서도 한 번 생각 안 했던 거거든요."
- 계엄 소식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고요. 나중에 계엄 포고문이 발표되는 걸 보면서 진짜 '이것들이 돌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제 페이스북에 '현 시간부로 윤석열은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이런 범죄 행위를 기획하고 실행한 대통령실 관계자들, 그리고 그 불법적 명령에 따르는 고위 공무원 및 군인들도 반드시 혹독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라고 썼어요. 사실 계엄령 하에서 그런 글을 쓰면 바로 잡혀가는 거거든요. 하지만 조건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육사 출신이고 최고위원이니 내가 먼저 저항해야 다른 사람들도 함께 용기를 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사법 처리 칼날 옥죄니, 불안한 마음에 저지른 듯"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 ⓒ 조대원 제공
- 계엄령 선포한 이유가 뭘까요.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죠, 근데 며칠 생각을 해보니 대통령 본인과 가족들이 연루된 공천 개입이나 갖가지 비리 의혹들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속속 드러나며 사법 처리의 칼날이 옥죄어오니까 더는 못 참고 불안한 마음에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일 저지른 듯 보여요."
- 그나마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빨랐어요.
"그나마 우리나라가 그런 제도적 장치, 즉 독재자 한 명이 그릇된 판단을 했을 때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제도와 장치가 돼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국회의원들도 다들 독재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거나, 그 후 민주화된 사회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보니 현대사 교육을 통해 군부가 다시 사회 전면에 출현하면 어떤 암울한 현실이 눈앞에 펼쳐질지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처럼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언론 기사를 보니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께서 이런 비상상황에 대한 학습과 대비를 늘 해오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보여준 우 의장의 안정적인 리더십이 참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우리 국민이 참 위대하다 싶은 게 지난 총선에서 여당에 더 많은 의석수를 주지 않고 야권에 192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줘서 권력자의 이런 돌출 행동이 전혀 먹히지 않도록 정치 지형을 만들어 놓으신 게 이번에 빛을 발했던 거죠. 만약 총선결과가 여대야소였다면 국민의힘 저 사람들은 대통령 편에 서서 이번 쿠데타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 그래도 계엄 해제 표결엔 국민의힘 국회의원 18명이 참여했는데.
"핵심은 그게 아니죠. 그 시간에 원내대표 추경호가 자기 당 의원들이 국회 가서 표결 못 하게 다른 장소에 계속 붙잡아뒀다는 거예요. 2018년 공개된 기무사의 계엄문건에 보면 이것도 다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 표결에 동참 못 하도록 여당 지도부에서 자기 당 의원들을 붙잡고 있는 거. 그러니까 이번에 추경호 원내대표도 제가 봤을 때는 분명 대통령과 사전 교감 후 그 과정에 동참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어요.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한동훈 대표의 행보가 탄핵안 표결 전 오락가락 했는데.
"지도자는 위기 시에 지도력의 수준이 더 잘 드러나는 법이거든요. 저도 그동안 한동훈 대표가 범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권 후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죠. 결국 한동훈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생 검사만 했던 사람인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키워줘서 얼떨결에 권력 잡은 케이스고,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로 출발해서 벼락출세를 해오다보니 정치지도자가 갖춰야 될 기본적인 판단력, 추진력 이런 게 하나도 갖춰져 있지가 않아요.
이번 비상사태 같은 경우에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체의 정치적 계산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건데,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이 없다보니 오락가락 갈팡질팡의 연속이었어요. 이게 다 평소 훈련과 학습이 전혀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정권 잃더라도 신속히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어요. 그렇게 청산의 과정을 거친 후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 반대의 모습을 보였으니 이제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여겨져요."
-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 발표 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황당했고 분노했습니다. 대통령의 황당한 비상계엄 선포만큼이나 황당한, 그리고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폭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7일 야 6당이 발의한 탄핵안에 대한 표결이 있었는데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의 퇴장으로 불성립되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그냥 자율투표 하게 놔두면 안 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이 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당론이란 명분으로 집단 퇴장시킨 거잖아요. 그냥 두면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걸 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는 거죠."
"국힘, 범죄자 처리 방해... 공동체 질서 깨고 있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과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앞에서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 국민의힘 이야기가 탄핵은 국민적 충격이 크니 질서 있는 퇴진해야 한다는 건데.
"사형이나 무기 혹은 10년 이상의 형 받아야 되는 중범죄 혐의자들과 연루된 집단이 국힘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질서나 안정을 논할 자격 자체가 없어요. 범죄자들은 빨리 체포 수사 재판을 진행해서 제대로 된 벌을 받게 하는 게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에 기여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사람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그것조차 안 하잖아요. 오히려 범죄자의 처리를 방해하며 집단적으로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를 깨고 있잖아요. 이러니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힘을 참칭하는 '국민의적' 국적당을 해체시켜야 하는 거예요. 범죄 집단이 무슨 질서와 안정을 얘기합니까?"
- 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가 각각 담화를 발표했는데.
"전혀 국민적 동의도 울림도 없는 빈껍데기 정치쇼였어요. 현재 국민의힘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문제 인식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거예요. 문제 인식이 안 되다 보니 해결 방안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민심과 동떨어진 헛소리를 반복하고 있는 거고요."
-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 직무 배제한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 사의를 수용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불안한 거예요. 업무 배제했다고 했는데 윤석열이 지금 통치 행위를 하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이 불안하고 분노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에요. 국민의힘에서 내놓는 수습 대책이란 게 전혀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봤을 때의 불확실성도 제거하지 못하고 있고. 상황이 이러함에도 저런 짓들을 하는 게 오로지 자기밖에 생각 안 하는 이기심이 몸에 밴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모면해서 누리고 있는 권력을 계속 유지하느냐 오직 이것에만 생각이 꽂혀있어요."
- 한동훈 대표가 대표직에서 쫓겨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미 한동훈 대표는 지도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한 대표가 쫓겨나든 말든 향후 정국에 큰 의미와 영향은 없을 거예요. 누가 한동훈 대신 새로 들어온들 결국은 내란 동조 세력 중 한 명일 건데 내란 동조 무리의 넘버 2가 바뀌든 말든 그거 국민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겠어요? 준비 없이 무대에 너무 빨리 올라와버린 한동훈 대표는 결국 황교안 전 대표의 경우와 같이 국민의 관심에서 급격히 사라질 거라고 봅니다."
- 이번 주 내에 대통령 퇴진에 대한 로드맵이 나올 것 같은데, 탄핵에 영향 줄까요?
"지금 우리 당에서 전국에 현수막 붙였거든요. '즉시탄핵' 이렇게요. 로드맵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즉시 탄핵하고 속히 윤석열씨를 대통령실 밖으로 빼내란 소린 거예요. 그렇게 일반인이 된 범죄 혐의자 윤석열을 검찰이든 경찰이든 국수본이든 편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수사하도록 해주는 게 이번 사태 해결의 가장 빠른 수습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 민주당은 매주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하겠다고 하는데.
"저는 탄핵 가결을 시간의 문제라고 봐요. 민주당이 매주 토요일마다 탄핵 투표한다고 하잖아요. 결국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오래 못 버틸 걸 알고 저러는 거예요. 제가 방송 때문에 어제(9일) 대구 내려와서 지인들을 몇 명 만났거든요. 이 사람들도 얘기하는 게 '더 이상 우리더러 보수의 심장이네, 보수의 큰집이네 뭐 이런 소리 좀 하지 마라. 국민의힘에서 대구경북 사람들을 그렇게 부르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까지 하시더라고요. 이번 사태를 통해 대구경북 사람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 윤상현 의원이 김재섭 의원에게 한 말이 문제 되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거죠. 국민은 충동적이고 무식하고 논리적이지 못하고 지극히 가볍다고 여기는 거예요. '그렇게 수준 낮은 게 국민이니 지금 욕 좀 먹는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쓸 게 없다'며 경험 많은 선배가 초짜 후배를 가르치는 거고요. 그렇게 대를 이어가며 그걸 가르치고 배우면서 지금 그 당의 정체성과 전통이 형성돼 온 거예요. 그게 바로 한 명 한 명이 각각의 헌법기관이라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수준인 것이고요. 정말 크나큰 시대의 아픔이고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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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