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쉬는 청년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통계청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으나, 막연히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을 ‘쉬었음’ 인구로 분류하고 있다. 과연 청년들은 정말 ‘막연히’ 쉬고 싶어 쉬고 있을까. 본격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갈 시기에 많은 청년이 쉬는 청년으로 전락한 원인을 살펴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일관성 없이 이어지는 '청년 백수' 보도
청년이 쉬는 선택을 하고 있다. 청년 '쉬었음' 인구 증가와 함께 '청년 백수'를 언급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분석 결과, '청년 백수'를 언급한 기사는 2003년 이후 매년 백 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언론은 '청년 백수'가 126만 명에 달한다고 지난해 8월 보도했다. 올해 6월, 특정 언론은 '청년 백수'가 4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다음 달인 7월에는 '청년 백수'가 130만 명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의 보도에서 '청년 백수'의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감하는 모습이다.
'청년 백수'의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각 보도에서 '청년 백수'가 지칭하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수의 언론은 15~29세 '재학·휴학생을 제외한 미취업 상태'인 청년과 15~29세 '쉬었음' 청년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청년 백수'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 백수', 청년은 다른 표현 원해
지난 10월 2~12일 약 10일 동안 20대 청년(남 47명, 여 53명) 1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청년의 70% 이상은 '청년 백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청년의 60%는 '청년 백수' 용어의 사용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청년 백수'를 대체할 표현으로 절반에 가까운 청년은 '쉬는 청년'을 지목했다. 그 외에 '충전 청년', '자유 청년', '자기 시간을 갖는 청년' 등 다양한 표현을 제시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청년은 "청년 백수라는 규정은 해당 청년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수가 주는 부정적 의미는 쉬는 청년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그들의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다"며 "그들의 상황을 재조명할 수 있는 다른 단어 사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은 '청년 백수'라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청년의 상황을 조명할 수 있는 대안적 표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쉬는 청년'의 증가 배경, 청년과 악화하는 체감 고용 상황

▲청년 ‘쉬었음’ 인구는 70만 명 이상으로 10년 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했다. ⓒ 그래프·진 수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15~64세 고용률은 6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2.3%로 역대 두 번째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률은 생산연령인구 대비 취업자 수로 계산한다. 15~64세 고용률은 해당 연령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로 계산한다. 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과 일할 의사가 있는 인구로 취업자와 한 달 내 구직을 시도한 실업자를 포함한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통계청은 '쉬었음' 인구 현황을 매월 발표한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15~39세 청년 '쉬었음' 인구는 지난 6월 이후 7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청년 '쉬었음' 인구는 30~39세 청년보다 15~29세 청년에게서 더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윤식 교수는 "쉬는 청년은 비경제활동인구인 장기 실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어 실업률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실업률 데이터는 실제 청년의 실업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청년의 고용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용률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청년 고용률은 45.6%로 2022년 이후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쉬었음' 인구는 청년 실업자 인구와 청년 취준생 인구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반적인 고용지표는 양호하지만, 청년 고용률 감소와 '쉬었음' 인구 증가 추세는 청년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악화하는 체감 고용 상황의 원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2006년 대비 2023년 ‘월 임금 총액’은 1차 노동시장에서 280만 원 이상 증가했고, 2차 노동시장에서 140만 원 상승했다. ⓒ 그래프·진 수
청년의 체감 고용 상황이 악화하는 이유로 일부 연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란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전문직으로 선호되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기피되는 2차 노동시장을 의미한다. 1·2차 노동시장 사이에는 임금, 고용 안정성, 복지 등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2023년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과 대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2차 노동시장의 격차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은 43.2%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2006년 374만 원에서 2022년 631만 원으로 257만 원 상승했다.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2006년 106만 원에서 2022년 172만 원으로 66만 원 증가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심화한 모습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2019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청년실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청년 실업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는 대졸 이상 청년의 취업 소요 기간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자격증 취득과 같은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대졸자의 취업 소요 기간은 평균 12개월로 나타났다.
청년층에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고용률이 높아지는 모습도 보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로 기업은 보수가 높고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보다 보수가 낮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청년의 취업 기간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1차 노동시장을 향한 경쟁, '쉬는 청년' 증가로 이어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는 ▲대기업 64.3% ▲공공부문 44% ▲중견기업 36% ▲중소기업 15.7%로 조사됐다. 다수의 청년이 1차 노동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모습이다.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는 ▲대기업 39% ▲중견기업 19% ▲공공기관 17% ▲전문직 12%로 드러났다. 87%의 청년이 1차 노동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모습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3년 '한국의 분절된 노동시장과 노동이동 분석'에 따르면, 1차 노동시장은 전체 일자리의 17.3%를 차지하고 있고, 2차 노동시장은 전체 일자리의 82.7%를 차지하고 있다. 87%의 청년은 17.3%의 일자리를 위해 경쟁하는 사회구조 속에 있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청년은 "1차 노동시장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암담하게 느껴진다"며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밑바닥부터 깨질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1·2차 노동시장 간의 격차 심화로 1차 노동시장에 대한 경쟁은 더 심해지고, 쉬는 청년은 늘어날 것 같다"고 예견했다. 자신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구직을 포기하고 진짜 쉬는 청년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비관했다.
실제로 청년의 11%는 이미 취업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취업 준비 과정의 경쟁과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꼽혔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청년은 취업을 포기한 이후 "마음을 내려놓고, 푹 쉬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2차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과열된 경쟁은 청년이 쉬는 선택을 하게 한다.
쉬는 청년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서 청년은 다른 인식을 보였다. 응답자 중 41%는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청년의 31%는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정부 지원정책 시행 이후에도 '쉬는 청년'은 감소하지 않아

▲2024년 10월 청년 ‘쉬었음’ 인구는 같은 해 1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 그래프·진 수
정부는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정책은 청년 '쉬었음'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청년 '쉬었음' 장기화가 청년 개인의 고용가능성 저하뿐만 아니라 청년의 비노동력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올해부터 재학, 구직, 재직 단계의 청년에 맞춤형 지원을 목표하고 있다. 재학 단계 청년에는 체계화된 경력설계와 같은 고용서비스를 제공한다. 일 경험 기회도 7.4만 명을 대상으로 확대한다. 구직 단계 청년에는 청년 성장프로젝트와 도전지원사업을 통해 구직 단념을 예방한다. 특화된 일 경험과 경력 재설계 서비스도 지원한다. 재직 단계 청년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임금체불 예방을 통해 직장 적응을 돕는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유연근무와 근로시간 단축 지원사업도 제공한다.
정책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장려금을 지원하고 사내 복지기금을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시설 지원 확대와 주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중소기업 환경 개선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양질의 중소기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쉬는 청년의 2차 노동시장 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이 시행된 올해 1~10월 15~29세 쉬는 청년은 40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30~39세 쉬는 청년은 30만 명에서 31만 명으로 크게 변화하지 않은 모습이다. 쉬는 청년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식 교수는 "여전히 청년 '쉬었음'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동안의 정부 지원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정부의 쉬는 청년에 대한 지원정책이 근본적으로 재고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