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확정지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왼쪽 두 번째가 신동욱 원내대변인.
ⓒ 남소연
"국정 마비와 헌정 중단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집단으로 '보이콧'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핑계이다.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아예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정족수 미달로 개표를 무산시켰다(관련 기사:
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안 결국 폐기시켰다 https://omn.kr/2bbfh). 무기명 투표 과정에서 혹시나 나올 수 있는 이탈 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꼼수'였다.
자신들의 의무를 해태한 집권여당은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7일 의원총회를 마무리하고 해산했다. 108명의 보수 여당 의원 중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표결에 참여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국민께서 납득할 수습책 마련하겠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8년 전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남긴 것은 대한민국의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었다"라며 "그 상흔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게 남아 있다. 또다시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 중단의 불행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임기 단축을 포함한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라고 1분 50초짜리 담화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이 비상한 시국을 맞아, 집권여당에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라며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적극적인 정국 수습책을 마련해서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정국 수습책'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신 원내대변인은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의 의사를 표시했다"라며 "탄핵보다 더 질서 있고 책임있는 방식으로 이 위기를 조속히 수습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역시 '더 질서 있고 책임있는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질문도 받지 않고 함구했다.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국민의힘이 더 낮은 자세로 심기일전하여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함께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꼭 찾겠다"라며 "국정 혼란을 조속히 수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궁색한 변명을 마무리했다. 그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점을 확인해주며, 의원들이 이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의원총회장으로 되돌아갔다.
추경호 "계엄 잘못됐지만, 탄핵 남발한 민주당 죄도 가볍지 않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이 이뤄진 작금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밝혔다.
의원총회에서 그는 "우리가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고 당론을 모아 탄핵을 막은 것은, 헌정질서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무거운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히 잘못됐다"라면서도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스물다섯 번이나 발의된 민주당의 탄핵 남발도 결코 죄가 가볍지 않다.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것이다"라고 야당을 탓했다.
그는 "지금 국민들께서 불안해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정치가 국민의 불안을 덜어드려야 한다"라며 "그러려면 작금의 혼란을 질서 있게 수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은 수습의 길이 아니다. 증오와 혼란의 길"이라며 "탄핵이 가결되면 우리가 지금껏 숱하게 비판해온 민주당의 겁박정치가 이제 헌법재판소를 향해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무거운 책임을 소수의 헌법재판관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우리 집권여당이 오롯이 떠안고 풀어가야 한다"라는 논리였다.
개혁신당 "한동훈 대표, 사퇴하라...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
개혁신당은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을 매섭게 비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당 대표는 "헌정질서를 뒤흔든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국민을 버렸다"라며 "오늘 국민의힘은 내란수괴를 지키기 위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외면했다"라고 직격했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국가적 혼란과 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에게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사퇴하시라"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개인 정치에 몰두하며,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 뜻을 외면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 즉각 사퇴하시라"라며 "정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라는 뜻이었다.
또한 "오늘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다"라며 "이는 명백한 정당 해산 사유에 해당한다. 개혁신당은 이 부분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개혁신당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10번, 100번이라도 탄핵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다. 내란범죄자 윤석열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반드시 끌어내, 김건희씨와 함께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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