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선택을 했다가 실패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을 하루 앞두고, 용산 대통령실은 하루종일 어수선한 모습이다.
사태 이틀째인 어제(5일)만 해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충격에서 벗어나 당론으로 탄핵을 반대하는 등 윤 대통령이 중도하차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정권에 이어 또다시 탄핵을 당한다면 영영 정권을 되찾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흘째인 6일 접어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갑자기 여당내 탄핵을 찬성하는 분위기가 늘어난 데 대해 용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동훈의 폭탄발언...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집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사단은 6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명확히 '탄핵에 찬성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탄핵에 찬성할 듯한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등이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미 계엄령이 선포됐던 3일 밤 국회의사당 당대표 집무실에서 자신을 체포하기 위한 계엄군이 쏟아져나오는 통에 본회의실로 피신하는 등 뜨거운 맛을 봤던 한 대표는, 간밤에 당시 윤 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정치인들을 체포할 것을 지시했던 언론 보도나 야당이 입수한 자료를 확인하고 윤 대통령에 대해 크게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이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안철수 의원도 "표결 전까지 퇴진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20여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한동훈계 의원들에 다선 중진의원들까지 합세하면 내일 표결 때까지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 대통령실
벼랑 끝에 선 윤 대통령 "한동훈 만나자"
용산으로서는 벼랑 끝에 선 형세가 된 것이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했고, 이날 오후 두 사람은 한남동 관저에서 1시간 가량 만났다.
한 대표는 회동 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이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을 만났지만 제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단 말이지만, 거꾸로 말하면 윤 대통령이 한동훈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는커녕 여전히 "내가 뭘 잘못했냐"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의도에는 한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회동을 마치고 국회로 와서 대국민사과를 포함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려 한다는 정보가 돌았다. 야당의원들은 국회 현관 로텐더홀에 모여 윤 대통령의 진입을 막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대통령실이 '오늘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없다'고 확인한 다음에야 스크럼을 풀었다.
국회 주변에는 사이렌이 울리고 교통통제가 이뤄지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실제 국회를 향해 출발했다가 국회의 반발 소식이 전해지자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와중에 한 대표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으나 불과 2분 후 이를 취소한다며 기사 삭제 요청을 해왔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미 속보를 날린 뒤였다.
하루종일 허둥지둥·우왕좌왕... 결국 "오늘 담화 없다"
허둥지둥, 우왕좌왕을 거듭하고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대통령실은 오후 늦게 결국 "오늘은 대통령 담화가 없다"고 알려왔다.
7일 오후 7시. 운명의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난국을 타개할 묘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마음이 확고히 돌아선 가운데, 군과 경찰을 포함해 그를 따를 무모한 공권력은 있을 것 같지 않다.
국민들은 이미 적절한 판단력을 상실한 윤석열 정권이 아직도 쥐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 표결 전에 무슨 짓을 벌일지 우려하고 있다. 용산은 괜한 경거망동으로 또 한번 역사에 죄를 짓지 말고 조용히 국민들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