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오지 않았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층과 3층 사이 붉은 계단을 가득 메운 건 팔짱을 낀 야당 의원들의 인간띠였다. 오후 2시 50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이 계단은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 후 국회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분도 채 안 돼 의원, 보좌진, 취재진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2시 55분께가 되자 현장은 더욱 분주해졌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곧장 본청에 도착하기라도 하는 듯 로텐더홀 계단을 내려가 아래서부터 차례로 스크럼을 짜 윤 대통령의 방문에 대비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아수라장 속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혹시나 (윤 대통령이 국회에) 오면 막아야죠 어떡해"라고 말했고,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진짜 온다는 거야 설마"라며 인간띠에 합류했다. 계단마다 팔짱을 낀 의원들 사이에서 "통이 온대요", "윤이 온대요", "진짜요?", "못 오게 스크럼 짜세요" 같은 말들이 다급하게 오갔다.
인간띠로 본청 입구에 전선을 긋고 나선 구호가 시작됐다. 의원 중 누군가가 "윤석열을"이라고 선창하면 나머지 의원들이 "체포하라"를 외쳤다. "윤석열을 체포하라"라는 구호는 얼마 뒤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구호와 섞여 로텐더홀을 울렸다.
윤 대통령이 곧 올 것이라는 예상으로 취재진도 함께 분주해졌다. 의원들의 구호가 터질 때마다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다. 본청 정문 밖에선 '프레스(PRESS·언론)'라고 적힌 카메라 멜빵을 든, 본청 기둥에 앉아 수첩에 메모하는 외신 기자들이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본청 앞에는 검은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다.
30분 넘게 구호 제창 "윤석열을 탄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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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국회 방문 소식에 야당 의원들 “점령군, 길을 내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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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윤석열 하야 성명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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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더홀을 가득 메운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 속보로 보도된 이후에도 구호는 멈추지 않았다. '내란범 윤석열 즉각 탄핵',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민주공화국 국회 출입을 불허한다'라는 손팻말을 든 의원들은 30분이 지난 3시 20분께도 로텐더홀 계단을 지켰다.
일부 의원은 "하도 속아서 못 속는다", "말만 하면 거짓말이야"라며 반발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윤 대통령을 겨냥해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국민들에게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자세를 지금까지 보여왔는데 (국회에 와서) 고작 말 몇 마디로 떼우려는 것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과거 법대생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일당에게 내란으로 사형 구형했다고 자랑하고자 한 사람이니 현실의 내란에 대해서도 뭘 구형해야 하는지 자명하다"라며 "만약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지 않고 통치고 간다면 정당해산심판을 걸겠다"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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