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보강 : 12월 6일 오후 5시30분]
소위 '고발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는 6일 오후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혐의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물론,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일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도 모두 무죄였다.
1심과 2심 판단의 결정적 차이는 '손준성→김웅 직접 전송' 인정 여부였다. 1심은 그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손 검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대검찰청의 총선 개입이라는 고발사주 사건에서 사법적 단죄를 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손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를 뭉갰다. 이후 검찰은 기소된 피의자 신분인 손 검사장을 승진시켰다.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무혐의 처리됐다. 이 사건으로 유일하게 기소된 손 검사장의 경우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사실심이 아니어서 뒤집힐지 여부는 미지수다.
뒤집힌 판단, 왜?... "손준성→김웅 직접 전송 증거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4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신분이었던 손준성 검사장이 1·2차 고발장과 관련 자료 수집·작성에 관여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고발장 등을 직접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보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증명할 직접 또는 간접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속 '손준성 보냄' 표시를 두고 "피고인(손준성 검사장)이 최초로 생산 전송했고, 조성은에게 전달하기까지 적어도 1차례 이상 전달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 김웅이 피고인에게 전송받았다는 것까지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메시지 전송이나 전달 경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허위이거나 피고인이 휴대폰 잠금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총선 선거운동 상황을 고려하면 손준성→김웅→조성은 고발장 전달에는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즉시성이 있다는 취지의 조성은씨 증언을 두고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고 확신하게 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손 정책관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순서와 김 후보자가 받은 메시지 순서가 동일한 점에 대해 "피고인에 의한 원본 생성 순서와 김웅에게 도달한 순서가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각 메시지를 김웅에게 전송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손 정책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설령 보고함으로써 제3자가 존재하더라도 단순 전달자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공수처 주장도 물리쳤다. "피고인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직무 보고로 전송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상급자가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단순 전달책으로 행동하거나 이용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결국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주의적으로는 직무 또는 직위와 관련하여 공직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 예비적으로는 '조국 대 윤석열' 구도의 선거 전략을 세우고 미래통합당 선거 기획에 참여하거나 관여했다는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 판단을 내렸다.
한편,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의 대검찰청 내부망 이프로스 서버,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 서버 압수수색을 두고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공수처 검사도 이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공수처 판단 부족이었나... 재판부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 있지만..."
재판부는 "만약 공무원인 피고인이 제3자로 하여금 수사기관에 접수하도록 그 각 고발장 초안을 전송하는 행위를 했고, 그 제3자가 그 각 초안을 용도대로 수사기관에 접수하리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점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면, 제3자에 대한 전송 행위 자체로써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규정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2024년 9월 5일자 석명준비명령을 통해 (공수처) 검사에게 공소사실 안에 위와 같은 기소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명확히 밝히도록 석명했다"면서 "(공수처) 검사는 공소제기 자체는 '피고인이 김웅과 공모하여 조성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전제사실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고, 아울러 추가적인 공소장 변경 및 그에 따른 입증계획은 없음을 명확히 했다"라고 했다.
또한 "공소사실 부분을 피고인이 김웅을 포함한 설명 불상의 제3자에게 전송했다는 것으로 선해한다면, 피고인이 지금까지 다투어온 사실관계에 토대하지 아니하여서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면서 "따라서 별도의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 이 부분을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상고 검토" - 손준성 "재판부에 경의"
선고 직후 공수처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 검사장은 "충실한 심리 끝에 무죄 선고를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지 상태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절차대로 대응하겠다"라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성명을 내고 "검찰이 공무상 비밀을 유출하며 특정 정당에 유리한 정치적 개입을 시도한 점은 명백히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검찰·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