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를 '괴물'로 규정했지만 그런 낡은 인식이야말로 시대적 괴물이 아닐 수 없다." (4일자 <동아일보> 사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조중동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정치적 자폭행위"라고 표현하며 "설마 하던 대통령 탄핵 논의가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의 경우는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이자 "국가 망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 사설을 종합하면 '시대적 괴물의 도를 심각하게 넘은 정치적 자폭 행위'로 규정된다. 그로 인한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은 경제당국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유동성 무제한 공급' 입장을 밝혀 그로 인한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7시에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은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는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TF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10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무제한 돈 풀기'로 유동성 공급 늘리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 금융위원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통해 이들은 "지난 밤 비상계엄 조치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외환시장 및 해외 한국 주식물 시장이 비상계엄 해제 조치로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증시는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 시장은 총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하여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동성 공급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면서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주가 조작, 공시 위반, 시세 조종 등 시장 질서 교란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은행도 유동성 공급과 관련하여 "비정례 RP(환매조건부증권, 다시 사거나 파는 것을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증권) 매입을 시작해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RP 매매 대상 증권 및 대상 기관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RP 매입을 통해 단기적으로 '무제한 돈 풀기'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2025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원론적 입장... 계엄 선포 회의 참석 여부 주목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이날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브리핑을 통해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TF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수출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게 관계기관 등과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또 "우리 경제가 직면한 불확실성이 신속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거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영 활동 그리고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사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와 같은 입장의 '유효성'을 놓고서도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4일 정부관계자 말을 인용하여 "최 부종리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독보도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2024년 11월말 외환보유액은 4153억 9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억 달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3723억 9000만 달러(89.6%), 예치금 191억 3000만 달러(4.6%), SDR 149억 달러(3.6%), 금 47억 9000만 달러(1.2%), IMF포지션 41억 9000만 달러(1.0%)로 구성돼 있다"면서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