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 연합뉴스
최근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싱글맘이 숨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채권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강력 대응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불법 채권추심 근절 3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공동 발의한 '불법 채권추심 근절 3법' 취지에 대해 "최근에 돌아가신 분 같은 경우 이자율이 10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이었다"라며 "개정안은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에 규정된 최고이자율을 15%로 낮추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발의한 '불법 채권추심 근절 3법'은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공정채권추심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현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연 최고이자율을 각각 25%, 20%로 규정한 것을 모두 15%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고이자율을 넘는 이자의 경우 이자에 대한 약정을 무효화하고, 최고이자율의 2배가 넘는 경우는 원금까지 무효화한다.
또한 공정채권추심법 개정안에는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는 채권추심기관의 범위를 확대하고, 비영리단체도 채무자대리인이 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 변호사 외 비영리단체도 포함해야"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공정채권추심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같은 경우는 채무자한테 직접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있는데 대리인을 변호사만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며 "그런데 고액사채를 빌려다 쓰는 형편의 취약계층 채무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한다는 게 쉽지 않다. 금융소비자 상담을 하는 비영리단체들도 대리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채권추심 금지행위 성립요건에서 '반복적으로'와 '심하게' 요건을 삭제한 취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추상적이지 않나"라며 "이런 부분을 삭제해서 채권 추심 금지 범위를 더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채권추심법은 제9조 2항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채무자나 관계인을 방문하는 행위, 사생활이나 업무 평온을 심하게 해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또 12조 4항에서도 "반복적으로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행위"를 불공정한 행위로 역시 금지하고 있다.
또한 김 팀장은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채무자에 문제가 있다는 주홍글씨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에서도 '이 정도면 합의하시죠'라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추상적인 요건을 삭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보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김 팀장은 "채권추심이 있을 때 상담하고 막아낼 수 있는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법만 개정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고 그 법이 잘 집행되는지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결국에는 취약계층 금융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탕감 조치라든지 정부 차원의 정책 금융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앞에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그런 정책 작동을 안 한다"며 "정부가 그걸 인정하고 불법추심 규제를 강화하려고 할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2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불법 채권추심 근절 3법 공동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연대
아래는 김 팀장과의 주요 문답이다.
- 어제(2일) '불법 채권추심 근절 3법' 개정 촉구 공동기자회견이 있었다. 개정안 취지를 설명해달라.
"지금 현행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에서 규정된 최고이자율이 다르다. 개정안은 최고이자율을 동일하게 15%로 낮추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에 돌아가신 분 같은 경우에도 10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이었기 때문이다.
공정채권추심법 경우는 채무자한테 직접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있는데 대리인을 변호사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취약 계층 채무자들은 지금 당장 100만원, 200만원 쓸 돈이 없어 고액 사채를 빌려다 쓰는 형편인데 채무자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이용한다는 게 쉽지 않다. 금융소비자 상담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있다. 그 단체들도 채무자 대리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 공정채권추심법 개정 조항 중에 '반복적으로', '심하게' 요건을 삭제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
"채권추심을 할 때 '반복적으로' 또는 '심하게' 하면 금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반복적이라는 것 상당히 추상적이지 않나. 특히 '하루에 다섯 번 연락하면 반복적인가 아닌가' 이런 부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추상적인 부분을 삭제해서 채권추심 금지 범위를 더 넓힌다고 볼 수 있다."
- 만약 이 요건이 이전에 삭제됐더라면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여성 숨질 확률 줄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지금 법을 개정하더라도 사실 불법 사채 시장 같은 경우에는 주먹이 더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9월에 숨진 여성의 경우에는 애초에 불법추심이었다. 그러니까 '반복적으로' '심하게' 요건이 아니어도 이자가 수천 프로인 자체가 불법인 것이다. 그리고 이분 같은 경우는 사실 법도 법이지만 결국에는 그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역할이 시스템적으로 잘 굴러가느냐가 중요한데 이 두 가지가 다 작동을 안 한 거다. 그래서 단순히 법만 개정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고 그 법이 잘 집행되는지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점검을 수시로 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 참여연대
- '반복적으로', '심하게' 요건이 삭제되면 경찰이 수사할 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건가?
"그렇다. 경찰도 워낙 사건이 많고 또 우리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빚을 갖다 쓰는 자체가 '채무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거니'하는 이런 주홍글씨가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수사기관도 '이 정도면 합의하시죠' 등으로, 적극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추상적인 요건을 삭제하면 수사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대통령도 불법채권 추심 근절을 공언하고, 여당도 반대할 만한 명분이 없어 보인다.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동안 저희가 이 법안을 10년 넘게 요구하고 있는데 처리가 잘 안됐던 이유 중에 하나는 사금융 시장의 지속적인 로비도 있었고, 가장 큰 반대 논리 중 하나가 사금융 시장을 불법으로 낙인 찍으면 오히려 불법 시장이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 과연 여당에서 이번에도 그렇게 나올지 의문이다. 결국에는 이런 취약계층 금융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탕감 조치라든지 정부 차원의 정책 금융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 지금 정부는 앞에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정책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과연 정부가 그걸 인정하고 불법 추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