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아내 일 때문에 모처럼 강릉을 방문했습니다. 만학도인 아내를 강릉에 있는 학교에 내려주고 남은 시간 나는 혼자 뭘 할까 고민하다 솔향수목원이나 가볼까 하고 구정리로 향했습니다.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그대로 살아있는 마을이라서 솔향수목원 가는 길은 언제나 정겹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봐도 시간이 너무 이른 시간이라 솔향수목원 가는 길을 넘어 고개를 넘어가니 멀리 대관령에 눈들과 풍력발전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벌써 겨울이구나. '세월 참 빠르다'는 게 절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나이 60이 넘으니 왜인지 세월이 더 빨리가는 느낌, 브레이크가 없이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솔향수목원 가는 길목에 한옥집에 가지런히 매달려 햇볕을 쬐고 있는 홍시들이 참 정겹습니다. 어릴 적 이맘 때면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홍시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12월인데도 주변에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있는 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벌써 모두 감을 땄을텐데 왜일까. 올해는 감값이 적어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이맘 때면 까치밥만 남겨놓고 모두 따서 홍시를 만들거나 할텐데.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어 딸 수 없어 그런 걸까요?
그런데 비교적 낮은 곳에 있는 감들도 나무에 매달린 채로 그대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정말 손만 뻗으면 딸 수 있는 감들인데도 말이지요.
바닥에 떨어진 감들도 참 많습니다. 감값이 예전보다 싸거나, 아예 따줄 사람이 없거나 주인이 외지에 살거나 그런 이유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몇 주 전 돌풍이 부는 날 가지가 부러진 듯 보이는 감나무에는 아예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달린 채로 부러진 가지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습니다.
까치들도 너무 많이 달린 감들은 자신의 밥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까치도 한 마리도 보이지가 않네요.
왠지 시골에 감을 딸 사람이 없어서 저렇게 방치되는 것은 아닐까, 노인들만 남은 시골이라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찡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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